나의 어린 시절에 답이 있다. 1편

현재의 감정은 과거로부터 왔다

by 다현
나의 부모님은 어떤 유형?

우리가 살아가면서 느끼는 수많은 감정들 중, 내 일상을 뒤흔드는 감정은 사실 매우 한정적입니다. 그럭저럭 수용하고 넘어갈 수 있는 영역이 아닌 '이건 절대 못 참아!'의 영역에서 유발되는 감정들이죠. 어떠한 순간에 나도 모르게 발작 혹은 눈물 버튼이 눌려지는 통제불가한 그 감정, 우리는 이것을 '초감정'이라고 부릅니다. 이 초감정에 대한 답은 현재가 아닌 과거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우리가 자주 느끼는 대부분의 감정은 어린 시절의 경험에서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어린 시절은 세상을 배우는 동시에 감정을 배우는 중요한 시기이기도 합니다. 이때 부모님의 반응과 주변 사람들의 반응을 통해 감정을 표현하고 다루는 방식을 배우게 됩니다.


초감정의 첫 번째 힌트는 자녀의 부정적 감정에 대응하는 부모의 네 가지 유형에서 찾을 수가 있는데 오늘은 이 부분에 대해서 나눠볼까 합니다. 하나씩 읽어 내려가면서 '내 부모님은 어떤 유형이었지?'를 같이 탐색해 보세요.



1) 감정 억압형 부모

말 그대로 감정을 억압하는 부모 유형입니다. 이 유형의 부모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이 "뚝!"과 "쓰읍-"일 것입니다. 아이가 부정의 감정을 표현하는 자체가 옳지 않다고 바라보는 것. 그래서 아이가 미간을 찌푸리거나 우는 것을 허용하지 않고 바로 억압합니다.

감정 억압형 부모들에게 감정이란 사람을 나약하게 만든다고 믿기 때문에 아이가 정서적으로 강하기를 원합니다. 그렇기에 아이가 표출하는 불편한 감정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감정 표현이 옳고 그른지를 판단합니다. 그 결과 올바른 기준이나 행동의 진위 여부와 상관없이 감정 표현을 꾸짖거나 매로 다스리는 등 체벌을 합니다. 이는 부모 자식 간의 기싸움으로 이어지기도 하죠.

* 감정 억압형 부모에게서 자란 아이는 나의 불편한 감정을 표현하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느낍니다. 그렇기 때문에 타인의 감정도 불편하게 여겨 피하고 싶어 합니다.


2) 감정 축소전환형 부모

감정 축소전환형 부모는 부정적 감정이 빨리 사라지기를 바라며 아이의 감정을 최소화하고 싶어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감정을 불러일으킨 사건을 계속 축소시키며 화제를 전환하는 데 더 집중합니다. 예를 들면 "짜증 그만 내고 이제 아이스크림 먹을까?"라던지, "어? 여기 네가 좋아하는 영화가 나오네~?"등의 말로 아이의 감정을 다른 화제로 전환하려는 유형이 여기에 속합니다.

* 감정 축소전환형 부모에게서 자란 아이는 감정을 조절하는 것을 어려워합니다. 계속 다른 활동으로 감정을 덮어두는 데 초점을 맞춥니다.


3) 감정 방임형 부모

감정 방임형 부모는 아이의 모든 감정표현을 거리낌 없이 모두 받아줍니다. 또한 부정적 감정에 있어 스스로 이겨내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믿기 때문에 아이를 위로하고 다독여 주면서 아이가 감정을 혼자 가라앉힐 수 있도록 돕습니다. 이는 위의 두 유형보다는 훨씬 감정 수용력이 좋은 부모유형에 속합니다. 하지만 감정 방임형의 문제는 감정에 지나치게 관대하여 행동의 한계를 정해주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감정을 수용하는 것까지는 참 좋았으나 아이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바람직한 행동 지침을 제공하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 감정 방임형 부모에게서 자란 아이는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지 못하면 견디기를 어려워합니다. 이는 타인에게 다소 이기적인 성향이라고 비칠 수 있습니다.


4) 감정코칭형 부모

감정코칭형 부모는 아이의 감정을 예민하게 잘 포착하며 부정적 감정 표현에도 크게 당황하거나 걱정하지 않습니다. 아이가 표현하는 불편한 감정들도 무시하지 않고 존중하며 시간을 내어 들어줍니다. 아이가 느끼는 불만을 인정하고 아이의 관심을 결코 다른 곳으로 돌리려고 노력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충분히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주면서 모든 감정을 수용해 주면 아이는 점점 감정이 가라앉게 됩니다. 감정 조율이 되었다고 생각되면 거기에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행동에 분명한 한계를 그어줍니다. 감정은 옳고 그름이 없지만, 행동에는 옳고 그름이 있음을 확실하게 알려주는 것이죠. 분명한 한계 내에서 아이가 스스로 좋은 해결 방법을 고민하고 찾을 수 있도록 기꺼이 돕습니다.

* 감정코칭형 부모에게서 자란 아이는 자신의 감정을 신뢰하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감정을 조절하고 문제 해결 방법을 스스로 터득해 나갑니다. 나의 감정이 소중한 만큼 타인의 감정도 소중하다는 것을 알기에 누군가 부정의 감정을 느낄 때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됩니다.




제 부모님은 '감정 억압형' 아버지와 '감정 축소전환형' 어머니셨습니다. 아마 그 시대의 아버지들은 거의 감정 억압형이셨을 거라고 생각힙니다. 행동주의 철학이 강했던 50-70년대에 자라난 내 아버지 또한 그 윗세대에게 감정을 수용받기보다는 당근과 채찍을 사용하는 행동 수정이 더 우선시 되었을 것입니다. 그러니 그다음세대인 우리에게도 자연스럽게 대물림된 것이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가정뿐만 아니라 학교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다. 제가 다녔던 90-2000년대의 학교는 강한 체벌이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지 않았었습니다. 학생이 잘못을 하면 당연히 선생님한테 체벌을 받는 것. 어떤 학생들은 허벅지가 터지도록 맞기도 했고, 단체로 기합을 받는 것은 그저 일상이었던 시절이 있었죠. 부모들은 자녀가 심하게 체벌을 받고 와도 학교에 강하게 항의하기보다는 아이를 다그치거나 속상한 마음을 눈물로 삭이는 경우가 훨씬 더 많았습니다.

문득 생각해 보니 저 또한 초. 중등시절 반장과 부반장을 연이어 맡으면서 우리 반이 잘못하면 반장이 대표로 기합을 받는 군대식(?) 상황이 종종 있었는데, 그 당시 그게 굉장히 부당하고 억울하다고 느꼈었습니다. 이런 상황이 몇 번 반복되면서 중3 때부터는 모든 직책을 거부했던 기억이 있네요.




이처럼 어린 시절의 경험들은 지금의 내 감정 반응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감정 시리즈의 가장 첫 번째 발행했던 글에서 보시면 알겠지만, 저는 성인이 되기 전까지 별명이 '예스걸'이었고, 제가 느끼는 불편한 감정을 타인에게 표현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거라고 생각하며 자랐습니다. 그러다가 아이를 낳고 감정코칭을 수련하는 과정에서 제가 '감정 축소전환형' 유형의 엄마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이의 부정적 감정이 불편하고 빨리 해소하고 싶은 마음에 계속 화제를 전환하려고 노력하는 친정 엄마의 감정대응 방식을 그대로 물려받은 것이죠.

이것을 인지한 순간부터가 감정코칭형 부모가 되는 시작점이 될 수 있었고, 이제는 더 이상 아이가 느끼는 부정의 감정이 불편하게 느껴지지 않기에 온전히 마주보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인간은 감정의 동물이라 어떠한 감정을 느끼더라도 이는 너무도 자연스러운 것이며, 아이가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감정들이기도 하다는 것을 확실히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린 시절의 경험이 현재 우리의 감정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는 과정은 스스로를 알아가는 중요한 첫걸음이 됩니다. 한 가지 중요한 점은, 이것을 이해하는 과정에서 나의 과거나 부모님을 탓하자는 것이 절대 아니라는 것입니다. 우리 부모님도 결국 윗세대에게 물려받은 방식이고 그 시대만의 사회적/문화적 정서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과거를 탐색하는 여정은 과거와 현재를 분리하고, 초감정에 더 건강하게 반응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자 하는 귀한 여정입니다. 내가 이럴 때 왜 이렇게 느끼는지, 그 감정이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 감정의 원천을 탐색하다 보면 부모님의 반응을 이해하게 되고, 과거에 형성된 나의 감정 패턴을 바꿀 수 있으며, 그로 인해 현재를 더 온전히 살아갈 수 있는 용기의 힘을 얻을 수 있게 될 것이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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