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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충만 Apr 06. 2021

음악의 힘을 믿어요 BGM에 관한 4가지 주의사항

청소년을 만나는 운영자들을 위한 비법서: 챕터 2 - BGM 편

스토리스튜디오 혜화랩(Story Studio, 이하 '스스')은 이야기를 읽고 보고 듣고 만드는 일이 궁금한 12-19세 청소년들을 위한 열린 작업실입니다. 누구든지 취향에 맞는 콘텐츠를 발견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기획하고 만들어 세상에 알릴 수 있습니다.


<청소년을 만나는 운영자들을 위한 비법서>는 만 매니저가 스토리스튜디오의 운영자로 일하며 발견하거나 깨달은 여러 팁과 가이드를 함께 나누기 위해 쓴 글입니다. 청소년 공간의 운영자뿐만 아니라 청소년이 궁금한 사람들 모두에게 도움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더 좋은 비법은 언제나 댓글에 편하게 남겨주세요 :)  





"스스에서는 왜 가사도 모르는 이상한 음악만 틀어요?"


스스에 자주 오는 아이들은 스스 공간에 깔리는 배경음악(BGM)에 대해 종종 피드백을 해줍니다. 좋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대부분 '왜 우리가 잘 모르는 음악을 틀으냐'라고 묻습니다. 그럴 만도 합니다. 작년 6월 스스 문을 연 뒤 아이들에게 익숙한 음악은 틀어본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소위 탑 100으로 불리는 지금 여기서 가장 유행하는 음악은 말할 것도 없고, 신청곡을 받아 튼 적도 없습니다.


청소년 전용 작업실이니 당연히 아이들이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야 하지 않을까요? 신청곡은 아이들의 의견을 존중하는 방법 중 하나일 수도 있고요. 덩달아 아이들의 음악 취향을 알아볼 수도 있겠죠. 사실 스스를 열기 전에 이런 방향으로 고민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운영자가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일할 때 듣고 싶어서 그런 걸까요?



"모든 사람에게 음악은 엄청난 힘을 발휘한다."


음악의 힘을 믿기 때문입니다. 음악은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사고와 행동에 영향을 미칩니다. 특히 새로운 공간을 방문했을 때 냄새만큼이나 음악이 공간의 첫인상을 좌우합니다. 심지어 무의식의 영역에서 주로 이런 일이 일어난다고 합니다.


"모든 사람에게 음악은 엄청난 힘을 발휘한다. 우리가 일부러 음악을 찾아 나서든 찾아 나서지 않든, 우리가 자신을 특별히 '음악적'인 사람으로 생각하든 생각하지 않든 상관없다. (…) 우리는 뇌의 여러 부분을 이용해 머릿속으로 이 모든 요소를 통합해서 음악을 '구축'한다. 그리고 거의 무의식적으로 이루어지는 이 구조적인 음악 인식능력에 대단히 강렬하고 심오한 정서적 반응이 덧붙여지는 경우가 많다."


만 매니저가 애정 하는 의학계의 계관시인이라 불리는 올리버 색스의 <뮤지코필리아>에 나오는 한 대목입니다. 신경학자 올리버 색스는 병원에서 만난 환자들을 살피며 음악이 인간의 뇌와 삶 그 자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깊숙이 들여다봅니다. 그 결과 음악은 인간의 근원적인 본능과 닿아 있고 의식과 무의식 영역 전반에 강렬하고 심오한 정서적 반응을 일으킨다고 말합니다.


이러한 음악의 힘은 사람들의 행동을 자연스럽게 유도하는 기능을 하기도 합니다. 정재승 박사의 <과학콘서트>에 소개되어 우리에게도 유명한 밀리만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빠른 템포의 음악을 들려주었을 때 소비자들은 매장에서 빠르게 이동하고 체류시간도 짧아진다고 합니다. 반면, 느린 음악을 들려주면 천천히 이동하고 체류시간도 길어지는 행동 양상을 보여주죠.


스스의 운영자가 음악에 공을 기울이는 이유도 있는 듯 없는 듯 공기처럼 깔리는 음악이 무의식 중에 공간의 분위기와 정서를 만들기도 하고 아이들의 행동에까지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스스는 어떻게 하고 있나요?"


스스도 아직 정답을 찾은 것은 아닙니다. 다만, 아이들이 작업에 더 집중할 수 있도록 음악을 활용한다는 원칙 아래 상황과 분위기에 따라 제일 적합한 음악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하지 말아야 할 것 몇 가지를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전해드리는 팁!!


1. 탑 100은 하지 마라.

탑 100만큼 쉬운 선택은 없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게으른 선택도 없죠. 탑 100 리스트를 조금만 들여다보면 아무런 맥락도 없고 기준도 없고, 그저 지금 당장 인기가 좋은 음악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눈물 쏙 빼는 발라드를 토해내다가 갑자기 욕설이 뒤섞인 힙합 음악이 나오기도 하죠. 가끔 외국 팝송에 연달아 구성진 트롯이 뒤섞이기도 합니다.


누구나 함께 흥얼거릴 수 있고 익숙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그만큼 공간을 무색무취하게 만듭니다. 더군다나 탑 100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우리말 가사 곡들은 아이들의 몰입을 방해하기도 합니다. 우리 탑 100은 유재석 씨에게 양보하기로 해요.



2. 신청곡을 받지 마라.

즐겨 듣는 음악을 추천하고 상대방의 반응을 살피며 설렜던 경험 있으시죠? 아이들에게도 그런 떨림은 꽤나 커 보입니다. 스스에서도 이미 몇 차례 신청곡을 받으면 안 되냐는 요청을 받았습니다. 운영자 입장에서도 아이들과 대화를 트는 데 있어서 신청곡은 좋은 아이템입니다.  


하지만 저는 단호하게 'No!'라고 이야기합니다. 득 보다 실이 많기 때문이죠. 취향이 강한 곡이 신청으로 들어온다고 안 틀어 줄 수도 없는 노릇인데 한 사람의 만족을 위해 모두의 경험을 망치기 쉽습니다. 신청곡이 많아질수록 못 트는 일이 생길 수밖에 없는데 성공률이 운영진과 친함의 비례로 여겨져 공정하지 않다는 오해를 받을 수도 있고요. 특정 그룹이 공간을 장악하는데 도구로 이용될 소지도 있습니다.


3. 가르치려 들지 마라.

집중을 위해서라면 주야장천 클래식을 트는 것이 가장 좋은 것 아닐까요? 모차르트가 집중에 그렇게 좋다는데. 아니면 한 시대를 풍미한 명곡이나 교과서에 수록된 곡들로만 골라서 틀어주는 것은 어떨까요? 기왕이면 영어 공부에 도움되게 쉬운 가사로 된 팝송이 좋겠네요. 비틀스의 예스터데이나 헤이 쥬드는 어떨까요?


BGM은 그야말로 Background Music입니다. 전면에 드러나서는 안 됩니다. 특히 어떤 교육의 목적을 가지고 접근하다 보면 지루하고 따분하게 흘러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금방 아이들이 눈치를 챌 수도 있고요. 아무리 BBC를 하루종일 틀어 놓아도 막상 집중하지 않으면 영어가 늘지 않는 다는 건 제가 증명할 수 있습니다?!




4. 뻔한 음악을 틀지 마라.

20년 이상 스타벅스에서 음악 큐레이터로 일한 홀리 힌튼은 "스타벅스의 배경음악은 색다른 음악에 기반을 두고 있다"라고 설명합니다. 흔히 들을 수 없는 음악이 선정 기준 중 하나라고 합니다. 대중적으로 인지도 있는 최신 팝송보다 비교적 덜 알려진 ‘진흙 속 진주’ 같은 음악을 찾아내는 데 주력하는 이유죠.


한번 리스트를 만들어두면 세월아 네월아 쭉 트는 것도 익숙함 차원에서는 좋지만 자주 오는 아이들에게는 충분히 지루할 수 있습니다. 일정한 기간이 지나면 새로운 곡들을 추가하며 일관된 분위기를 유지하지만 새로운 자극을 주는 건 어떨까요?




"전 음알못인데요?!"


만 매니저도 음잘알은 아닙니다. 개인적으로 듣는 음악이 스스 음악과 일치하지 않기도 하고요. 그래서 공부라고 하면 거창하지만 어떤 음악이 스스에 잘 어울릴지 고민하며 음악을 찾아 듣고 있습니다. 다행히 꽤 신나는 일입니다.


실제로 스스에서 적용하고 있는 만 매니저만의 비법을 알려 드릴게요. (자, 밑줄 쫙!)


핵심은 아이들의 몰입을 끌어내기 위해 일정한 분위기와 톤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항상심'이라고 해야 할까요? 어떤 날은 아이들이 지나치게 업 돼 있습니다. 흥분하는 건 좋지만 매일 그럴 수는 없지 않을까요? 자칫 평범한 날도 지루하다고 느낄 수도 있습니다. 그럴 때는 약간 기어를 낮춰주는 음악을 골라봅니다. 반면, 너무 축 처질 때는 작업 자체를 지루해하고 집에 가고 싶어 질 수도 있으니 분위기를 약간 올려주고 볼륨을 키워 줍니다.


어떤 음악으로 하냐고요? 음알못이라고 포기하기는 이릅니다. 몇 가지 상황별 추천 음악을 골라 보았습니다. 여기서부터 시작해 각자 공간에 잘 어울리는 운영자만의 비법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 볼까요?


Caro Emerald - Stuck(https://youtu.be/id10ASJMzHA)


1. 애들이 착 가라앉아 있어요!

아이들도 피곤합니다. 축 처진 상태로 들어올 때도 있죠. 마냥 까라져 있기도 합니다. 아이들끼리 서로 몰라서 엄한 분위기가 만들어지기도 하고요. 이럴 때야 말로 듣기만 해도 신이 나고 방방 뛰며 밝은 분위기를 확 올려주는 아기자기한 스윙감이 필요합니다.


저 멀리 네덜란드의 카로 에메랄드(Caro Emerald)는 이런 상황에 언제나 옳습니다. 비슷한 빈티지한 재즈 스윙 스타일로 캐나다의 티아 브라즈다(Tia Brazda)나 21세기 핫 재즈를 표방하는 미국의 핫 살딘즈(The Hot Sardines)도 좋은 선택입니다.


Essential; - [Playlist] 옷장 정리 싹 하면서 듣는 상쾌한 보사노바 �(https://youtu.be/HnNFgsDZdgc)


2. 애들이 너무 방방 뛰어요!


스스에서는 이런 경우가 더 많습니다. 특히 친구들끼리 몰려온 경우 점점 목소리가 높아지고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죠. 흥이 오르면 몸 쓰는 게 점점 커지고 마음만 급해집니다. 아이들이 스릴을 느끼는 순간이기도 하겠지만 작업에 몰두하기보다는 그냥 흥분한 상태로 끝나기도 합니다. 조금 가라앉혀 줄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다고 슬픈 음악이나 우울한 음악, 축 처지는 음악을 틀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 음악은 아이들의 흥분에 묻혀 버립니다. 차라리 미디엄 템포를 표방하지만 적당히 그루비하면서도 차가운 관조적인 음악이 어울립니다. 기분 좋은 나른함, 보사노바가 약입니다.


힙한 사람들은  찾아 듣는다는 유튜버 essential;  채널에 있는 보사노바 리스트는 정말 귀에 착착 감기는 곡들이 모여 있습니다. 'essential;' 채널 벅스의 뮤직PD 앨범에서 나왔다는 사실! 뮤직 PD 활동하려면 신청서를 내 합격을 해야 한다고 하니 브런치 작가 되기랑 비슷한 느낌입니다.  채널에서 음잘알들이 엄선한 플레이리스트를 많이 얻을  있다는  우리끼리만 비밀입니다.


Avalon Jazz Band - Coquette(https://youtu.be/jQA7lo3hx-g)


3. 그럼 평소에는 어떤 걸 틀면 돼요?


공간이 추구하는 분위기에 따라 일상적으로 트는 음악은 달라질 거라 생각합니다. 스스는 햇살 맛집 창가와 붉은색 벽돌, 푸른 담장이가 만드는 분위기가 있습니다. 여기에 어울릴만한 음악은 싱그럽고 따스한 느낌이지 않을까요? 그런 음악을 계속 찾아다니며 플레이리스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아발론 재즈 밴드(Avalon Jazz Band)는 특유의 따스한 감성과 모두가 기분 좋게 들을 수 있는 적당함을 갖추고 있습니다. 특히 타티아나 에바 마리(Tatiana Eva-Marie)의 목소리는 스스랑 참 잘 어울립니다. 이밖에도 핑크 마티니(Pink Martini)나 우디 앨런의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Midnight in Paris)의 OST도 종종 틀곤 합니다.


싱그러운 봄 꽃 같은 스타벅스 매장음악 카페 재즈 모음(https://youtu.be/2bCA68HMEfM)


4. 저는 음악에 관심이 없다 보니 아무것도 모르겠어요!?


그럴 때는 유튜브에 '스타벅스 + 계절 + 형용사 + 음악'을 조합해 검색하면 온갖 좋은 것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스타벅스와 음악은 항상 고정적으로 넣어주시고 현재 계절과 함께 원하는 형용사 예를 들어, '싱그러운', '사랑스러운', '발랄한', '상쾌한' 같은 단어들을 넣으면 타다! 언제 어디에서나 잘 어울리는 음악들이 뿅 나옵니다. 참 쉽죠?!


그래도 조금은 음악에 대해 알아가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이번에 한국에 상륙한 스포티파이(Spotify)를 추천합니다. 스포티파이의 인공지능은 정말 대단하구나 감탄할 정도로 취향저격 곡들을 잘 골라줍니다. 평소에 알고 있던 아티스트나 곡이 있다면 스포티파이에서 '아티스트 라디오 보러 가기'나 '음악 라디오 보러 가기'를 누르면 비슷한 스타일의 곡을 여럿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계속 타고 가다 보면 어느새 자신이 운영하는 공간에 잘 어울리는 음악들을 하나 둘 리스트에 넣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마침 3개월 무료 프로모션을 하고 있으니 부담 없이 고고!





"베이스가 여러분의 똥꼬를 살살 자극해주니까 여러분이 방방 뛸 수 있는 거예요!!"


만 매니저의 대학 시절 싸이가 축제에 온 적이 있습니다. 너무 신나게 놀았을까요? 급작스럽게 베이스 줄이 끊어지면서 잠시 베이스를 교체하게 되었습니다. 흥분한 대학생들은 잠깐의 악기 교체 시간조차 아까워 싸이에게 '그냥 해'라며 소리쳤습니다. 베이스가 아무리 뚱땅거려 봐야 혼잡한 상황에서 베이스 소리를 챙겨 들을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며 저 또한 그냥 하라고 소리쳤죠.


하지만 싸이는 베이스를 다 교체할 때까지 공연을 이어가지 않았습니다. 이윽고 여러분이 베이스가 얼마나 중요한지 모른다며 베이스를 넣었을 때와 뺐을 때 사운드를 비교해가며 음악을 연주해주었습니다. 베이스가 있을 때는 전혀 몰랐지만 베이스가 없으니 정말 뭔가 허전했습니다. 흥이 나긴 하는데 발은 지면에 딱 붙어서 움직이지 않는 느낌? 아직까지도 기억에 남아 있는 놀라운 경험이었죠.

  

음악이 없는 스스는 어떨까요?


스스가 음악에 있어 진심인 이유도 경험적으로 아이들의 행동이나 공간의 분위기가 바뀌는 것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시간대 별로 음악의 장르나 템포, 볼륨, 가사 등 여러 음악적 요소들을 만져주면 직접적으로 대화를 나누지 않아도 의도적으로 이끌지 않아도 운영자가 아이들의 작업에 여러 자극을 줄 수 있는 것이죠. 싸이의 말을 따라 해 보자면 "음악이 여러분을 살살 자극해주니까 여러분이 집중해서 작업할 수 있는 거예요."


자 그럼 <청소년을 만나는 운영자들을 위한 비법서>의 두 번째 챕터는 이것으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다음에는 오랜만에 만 매니저 레터로 돌아올게요.


감사합니다.


만 매니저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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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을 만나는 운영자들을 위한 비법서: 챕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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