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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만 Dec 12. 2019

내면의 아름다움을 아는 사람

오만의 마음치유 일기 1 - 마음과 몸을 일치시키자


나는 인복이 있다. 스스로 인복이 있다고 여기는 사람은 복이 있다. 함께 하는 사람의 가치를 아는 사람이니까.

나는 함께 있는 사람의 반짝거림을 볼 수 있다. 우리 남편의 빛나는 내면을 보았고 우리 형님의 굳건하고 깊은 마음을 느꼈다.


형님은 사람의 마음을 치료하는 분이시다. 나는 그녀가 그것을 직업으로 삼고 있지 않았더라도 지금처럼 그녀에게 도움을 청했을 것이다. 그만큼 안이 단단하신 분임을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상담 시간에는 가족이 아닌 내담자와 상담자로 형님을 만난다. 그 시간은 형님도 나를 "가영 씨"라고 부른다.


"가영 씨, 본인이 어떤 모습으로 살고 싶은지와 어디서 살고 싶은지를 각각 그려보세요."


어떤 모습으로 살고 싶은가(왼쪽. 파란색)와 어디서 살고 싶은가(오른쪽. 초록색)에 대한 나의 그림


그에 대한 대답이 바로 위의 그림이다. 나는 돈이 없고 꿈을 이루지 못한 것이 내 불행의 원인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늘 돈을 많이 벌고 직업적으로 성공하고 싶다는 생각밖에는 할 수 없었다. 그것만이 내가 행복해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림 속 내가 살고 싶은 모습은 고래와 함께 수영을 하고 편하게 휴식을 취하며 세계 곳곳을 누비고 우주의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이었다. "아름다웠노라!"라고 외치는 우주인의 모습을 보라! 내가 정말 원하는 삶의 모습은 바로 이런 것이었다.


살고 싶은 곳 역시 그렇다. 대저택이나 고급 펜트하우스가 아니다. 자연 속에서 동물들과 있는 것이다. 나무와 노루(그렇다. 놀랍게도 저것은 노루다!), 새와 함께 할 수 있는 곳이 내가 살고 싶은 곳이었다.  


"그럼, 본인이 원하는 이 모습들을 현재 이루고 있지 못한 이유가 뭔지 생각나는 대로 적어보세요. 외부적인 이유, 내부적 원인 둘 다요."


외부적인 이유는 명확했다. 돈이 없어서. 그리고 이런 삶은 성공 후에나 가능한 것이 아니던가?

나는 쓱쓱 적어나갔다.


내부적 원인은 쉽게 떠오른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이 있었다. 나의 게으름. 이것이 전자고 왠지 이것(그림 속에 그린 삶)은 내 것이 아닌 것 같은 느낌이 후자였다.


게으름이란 무엇일까? 마음속으로는 원하고 있지만 몸이 따르지 않는 것. 마음과 몸의 불일치.


왠지 이것은 내 것이 아닌 것 같은 느낌 역시 그렇다.

나는 모순된 삶을 살고 있었다.

그간 형님과의 대화를 통해 느낀 것은 나는 돈이나 학력, 외모 등 물질적이고 눈에 보이는 것에 매우 집착하는 태도를 보여왔지만 그건 정말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결국 그것들에 집착하는 것은 관계에 대한 나의 욕구 때문이었다. 나는 부모님과 친구들과 좋은 관계를 맺고 싶었고 그럴 수 있는 편하고 쉬운 방법으로써 외적인 것을 충족시키려 했다. 내가 공부를 잘하면, 내가 얼굴이 예쁘면, 내가 돈을 많이 벌면 그들이 나를 좋아할 것이라는 믿음.

하지만 결과는 어땠나. 마음속의 공허, 계속되는 열등감, 불안함. 슬픔.

그럼 내가 진정으로 바랐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네가 어떤 모습이든 난 널 사랑한단다."


그 말이 듣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어떤 조건을 충족해야만 얻을 수 있는 사랑, 그런 것이 아닌 '나'라는 인간 그 자체로 사랑받길 나는 원하고 있었던 게 아닐까.


그럼 나는 어떤 사람일까.

나는 진짜 아름다움을 아는 사람이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알고 내면의 아름다움을 아는 사람이다.    


그럼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지금껏 물질적이고 외적인 것에만 집중했던 나의 몸이 내면의 아름다움을 중시하는 나의 마음과 일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마음이 원하는 것을 몸도 하는 것이다.



그럼 내 마음이 좋아하는 일을 해보자.

(내가 그린 그림처럼) 노루와 함께 뛰어노는 삶에 대한 동화를 써보자. 환경에 관심이 많으니까 환경을 관찰하고 동화를 써보자. 우주를 좋아하니까 천문대에 가보는 것은 어떨까. 직접 별을 보는 거다.


어렵지 않다. 실제로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하자.

내 마음이 좋아하는 일을 하려고 하니 벌써 글감이 여러 개 생겼다.

그런 작가가 되어야 한다.


형님이 예전에 하신 말씀이 생각난다.

"예쁜 동화를 쓰는 작가가 본인은 시궁창 같은 인생을 살고 있다면 그 작가가 쓴 작품이 진정성 있는 걸까요? 그런 작품을 언제까지 쓸 수 있을까요? 읽는 사람이 그걸 느끼지 못할까요?

작품과 일치하는 작가가 되면 작품은 저절로 나올 거예요."


형님의 말씀이 옳았다.

마음과 몸을 일치시키려 마음의 소리를 들으니

글감이 잔뜩 나왔다.

이제 나라는 작가에 일치하는 작품을 쓸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중요한 건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당장' 하는 것이다.

그러면 꿈과 현실도 같아진다.  


형님 집에서 분양받은 에피프레넘


그래서 마음을 따르는 삶을 시작했다.

식물을 기르기로 한 것이다. 에피프레넘. 햇빛보다는 물을 더 좋아하는 것 같은 아이다.

이 아이를 관찰하고 물을 주는 데서 자연과 함께하는 삶은 이미 시작되었다.


이 글을 쓰고 나면 노루를 그려볼 참이다. 노루 사진을 찾아보고 노루를 관찰하면서 노루와 함께 하는 삶 역시 출발해보는 것이다.


밥 뜸 들이는 소리가 들린다.

갓 지은 따뜻한 잡곡밥과 계란 프라이, 김치, 아몬드와 함께 볶은 멸치로 한 끼 배부르지 않을 정도로 먹을 생각이다.

음식을 먹는 것이 죄책감이 아닌 행복감이 될 수 있도록 건강한 한 끼 식사를 할 것이다.


내면의 아름다움을 아는 나를 사랑하고 마음과 몸이 하나 될 수 있는 오늘을 살 것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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