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자기 전 하루 한편씩 시를 필사하는 취미를 가지게 되었다. 종종 며칠을 건너뛸 때도 있었지만, 이제 한 권을 거의 다 써내려간다. 이렇게 한 취미를 꾸준히 할 수 있었던 것은 시가 가진 치유의 힘 덕분이 아닐까 싶다. 하루하루 바삐 살다보면 이성만이 살아있고 감성이 마비된 것만 같은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세상엔 예쁜 생각과 표현과 말이 정말 많은데 그 모든게 날아가고 업무스트레스와 현실적인 걱정만이 남는 것이다. 그야말로 반쪽짜리 인간이다. 그런데 자기 전 잠깐이라도 시를 필사하고 음미하고 자는 것만으로 훨씬 나아지는 것을 느끼곤 했다.
시인 나태주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딸에게 이 책을 주고 싶었던 것은, 그 역시 시가 가진 이런 치유의 힘을 알기 때문이 아닐까. 나는 이 책이 어른들을 위한 동화책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아이들이 읽는 동화책에는 어둡고 슬픈 이야기가 없다. 늘 해피엔딩뿐이며 예쁜 표현과 그림들이 가득하다. 현실과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기에 아이를 아이답게 자라게 하고 건강한 어른이 될 수 있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이 책도 이와 비슷하다. 자칫 이성으로만 살아가기 쉬운 어른들에게, 감성을 일깨워주고 잊고 있던 마음과 나 자신을 돌아볼 수 있게 해준다. 나는 어떤 인간도 이성과 감성 중 어느 한쪽을 도외시하고서는 건강하게 살아갈 수 없다고 생각한다. 사람이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이성과 감성이 같이 가야한다. 이성만으로만 사는 삶은 얼마나 메마르며, 감성만으로만 사는 삶은 그 얼마나 철없고 비현실적인가. 그러나 슬프게도 현대사회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현실에 쫓겨 이성에 더 무게중심을 두게되곤 한다. 그런 의미에서 삶에 지쳐 감성이 메마른 모든 어른들에게, 한 아이의 아버지가 딸에게 전하고 싶은 가장 예쁜 생각들을 읽어보라 권해주고 싶다. 예쁜 생각과 표현으로 메마른 마음을 간질여보자. 처음엔 많이 어색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바쁜 삶을 잠시 내려놓고 그런 시간을 가질 자격은 모두에게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