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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함승민 Apr 08. 2020

누가 자영업자일까

너무나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 같아서 우리가 제대로 알지 못한 채 넘어가는 게 하나 있다. 바로 ‘누가 자영업자인가’이다. 놀랍게도 자영업자에 대한 뚜렷한 법률적 정의는 어디에도 없다. 그저 일반적인 통념을 바탕으로 자영업자를 구분한다. 그런데 이게 부처마다도 다르다. 


현재 정부 기관 중 자영업자 관련 통계를 다루는 곳은 통계청·중기청·국세청 세 곳이다. 통계청은 매달 발표하는 고용동향에서, 국세청은 사업자 현황을 통해 자영업자 수를 발표한다. 중기부는 이와 별도로 ‘소상공인’이라는 이름으로 자영업자를 파악한다.


통계청의 자영업자는 ‘근로자를 1인 이상 고용하거나 근로자를 고용하지 않고 자기 혼자 또는 1인 이상 파트너(무급으로 일하는 가족 포함)와 함께 사업하는 사람’이다. 고용동향을 따지는 통계라서 사람을 기준으로 삼는다. 따라서 사업자등록과는 무관하다. 무등록 사업자인 노점상이나 일부 대리운전 기사, 농부도 자영업자로 잡힌다는 얘기다.


국세청에서 나오는 자영업자의 기준은 더 단순하다. 납세 대상 사업자 중 법인을 제외한 개인사업자다. 통계청 기준의 '무등록 사업자'는 빠지지만 부동산업이나 임대업자가 대거 포함된다. 통계청의 자영업자는 560만명, 국세청의 개인사업자는 583만명이다. 


중기부 방식의 자영업자 ‘소상공인’은 중소기업 가운데 직원 수 5인(제조·운송·광업은 10인) 미만인 법인 또는 개인사업자를 말한다. ‘작은 사업자’라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이다. 그러나 중소기업이라는 것 외에는 매출 제한이 없어 일반적으로 자영업자로 보기 어려운 의사나 변호사 등도 소상공인에 들어간다. 


모호한 정의가 일상에는 큰 지장이 되진 않는다. 그러나 자영업자가 정책 지원의 대상이 될 때는 문제가 된다. 예컨대 사업자등록을 하지 않은 분식 포장마차 아주머니는 통계청 조사상 자영업자지만 중기청의 자영업자 지원을 받을 수 없다. 정책의 혜택이 제 주인을 찾아가지 못한다는 얘기다. 


또 이를 방지하려다 보면 ‘고소득 자영업자’ ‘영세 자영업자’ ‘생계형 자영업자’ 등 수식어가 따라 붙는다. 이렇게 따로 범위를 정하고 규정을 만들 때마다 행정 효율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사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정책 대상의 기준을 삼을 때 항상 '규모'에 집착한다는 점이다. (자영업 위기일까 소매종말일까그러다 보니 덜 버는 사업자, 직원 수가 적은 회사, 혼자 일하는 사람 무엇하나 맞지 않는 틀에 정책 지원 대상을 끼워 맞추려고 하고 탈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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