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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릔이 May 14. 2024

마키아밸리와 섀클턴,
그리고 스타트업

살아남고 싶습니다..

죽은 사자보다는 산 당나귀가 낫다(Better a live donkey than a dead lion) 


이는 영국의 탐험가 '어니스트 섀클턴'이 천신만고 끝에 남극에서 살아 돌아와 남긴 명언 중에 한 구절 입니다.


과거의 리더십은 전형적으로 마키아밸리의 '군주론'에서 나오는 두려운 경외감을 만드는 사람에게 투영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강력한 군주제 같은 리더십은 이제는 옛말이 되어버렸고, 이제는 어떠한 잘못과 어려움에도 직원들은 격려하며 힘들고 고된 일은 리더들이 도맡아 하는 '어니스트 섀클턴'과 같은 리더십의 형태가 어디 가나 각광받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모든 창업자가 경영자가 섀클턴일 수는 없지만 마키아밸리에서 나오는 강력한 군주의 모습은 어쩌면 조금 더 직관적이며 쉽게 적용될 수 있을 것 같은 오만한 생각이 슬며시 고개를 들고는 합니다. 


법인 설립 전에는 지금 내 곁에 있는 직원들과 평생을 함께 갈 것처럼 얘기합니다. 특히나 첫 현지채용 직원의 경우 모든 통역에서부터 현지에 정착하는 과정까지 창업자들이 너무나 많은 의지를 첫 현지채용 직원에게 하게 되며, 주말 근무나 야근을 밥먹듯이 같이 하기 때문에 하나라도 더 챙겨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이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회사가 자리를 잡아가는 과정에서 직원에 대한 평가와 보상 그리고 해고에 대한 기능은 점차 창업자에서 인사팀의 권한으로 넘어가게 되면서 우리가 그토록 아꼈던 개국공신들은 이제 더 이상 과거의 업적으로 평가받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실력과 태도로 평가받게 되고 더 이상 '우리 창업자들'과 일하지 않으면서 뒷방 늙은이 취급을 당하며 나갈 날만을 기다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쩌면 이러한 지저분한 과정을 미리 깨닫거나 복잡한 회사 시스템이 생기 전에 그들 발로 회사를 떠나는 경우도 많습니다. 


시스템이 정비된 후에 뽑게 되는 직원들은 창업자들이 정말로 고생해서 만든 시스템 위에서 안전한 모습으로 본인 할 일을 수행하면 회사가 돈을 벌 수 있는 구조에서 일하게 됩니다. 시간이 조금 더 흐르게 되면 창의성이 필요한 업무를 하는 직원은 극소수가 되고 나머지 직원들은 반복업무를 실수 없이 수행해야 하는 직원들로 회사 인력 대부분을 구성하게 됩니다. 직원 한 명 한 명은 KPI 나 OKR이라는 기준으로 직원을 평가하는 형태는 현대 사회의 회사에서는 너무나 당연한 일이 되었으며, 그들의 실적을 바탕으로 논공행상이 모든 직원들에게 공평하게 적용되어야 하는 것이죠. 하지만 이러한 기준을 미달하고 회사가 기대하는 역량에 미치지 못할 때 직원들을 해고하는 것은 조금 다른 얘기가 됩니다. 


이때 우리는 마키아밸리가 말하는 군주처럼 두려움의 대상이 되어 저성과자를 사정없이 해고하는 모습을 보일 것이냐, 아니면 섀클턴과 같은 마음으로 모두가 싫어하는 직원은 내 품 안에서 키우고 끝까지 우리의 탐험을 지속해 갈 것이냐 하는 문제에서 항상 고민하게 됩니다.


회사는 학교가 아니라는 말을 수없이 들어 익히 알고 있듯이 스타트업의 경우는 인재 한 명은 돌보며 키울만한 여력이 없을뿐더러, 인건비가 저렴한 국가에서는 오히려 2명을 채용한 다음 회사와 맞지 않는 1명을 해고하는 게 더욱 효율적으로 회사를 운영하는 방법일 수 있습니다. 또한, 가장 좋은 복지는 좋은 직장 동료라는 말이 있듯이 지금 남아서 근무하고 있는 직원들에게도 저성과자와 함께 일하며 받는 스트레스 역시 큰 부작용이기 때문에 한 마리의 미꾸라지가 물을 흐리지 않도록 끊임없이 관리가 필요합니다. 


탐험가처럼 다른 사람들이 아직 발견하지 못했거나 알아차리지 못한 것에서, 가치를 찾아가는 탐험대 같은 스타트업에게는 잔혹한 군주론에서의 리더십보다는 섀클턴과 같은 리더십이 더 적합하게 생각될 수 있습니다. 탐험에서 실패하여 배가 침몰하면 얼어 죽거나 굶어 죽는 대원들처럼 우리는 항상 폐업과 생존의 갈림길에서 끝없이 고민하는 우리에게는 죽은 사자보다는 산 당나귀가 더 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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