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어릔이 Apr 12. 2024

뒤통수를 치는 직원들

아무도 믿을 수 없다.

"대표님 면담 좀 하시죠"


1달 전 슬쩍 졸린 평일 오후 인사 담당 매니저가 잠깐 면담을 하자고 하여 덜컥 겁이 난 마음으로 미팅룸에 들어갔습니다. 다행히도(?) 면담 내용은 영업팀 소속의 정직원인 현지 직원한명을 해고하겠다는 보고였습니다. 인사 담당 매너저 한 명 밖에 없었기에 본인이 사직서를 쓰지 않았다는 안도의 마음은 잠시, 해고 대상 직원 이름에 다시 한번 놀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직원은 우리 회사에서 처음으로 현지에서 채용했던 대학생 인턴으로 3개월 이상 성실한 모습을 보이고 정직원으로 채용된 직원이었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도 현지에서 제법 좋은 학교를 다니고 있었음에도 적당히 능글맞은 성격에 전형적인 영업직 직원이 잘 어울리는 성격이었습니다. 인턴 채용 이후 영업팀에서 3개월간 근무를 진행하였고 그 후에 계속 성장하는 모습을 보이며 실적을 인정받은 후, 인사팀 면담을 통해 정직원으로의 채용 전환 및 연봉 상승을 당당히 요구하고 이를 회사가 받아들이며 회사 내에서 좋은 선례를 만들어 가고 있었습니다.


문제는 정규직 채용 이후에 영업직 능력을 좀 더 개발하고자 B to C 영업팀에서 B to B 영업팀으로 팀 변경이 결정된 후에 발생하게 되었습니다. 팀 변경이 결정된 이후 본인이 담당하고 있는 업무 중 하나인 배달업무 중 고의적으로 물건을 빼돌리며 대금 일부를 착복하고 있었던 것이 발각되었던 것이었습니다. 다행히도 문제가 발생한 기간은 2주 내외이며 금액은 고작 20~30만 원 정도이나, 다시 생각해 보면 고작 이 금액을 회사에서 빼먹어 보겠다고 머리를 쓰고도 횡령이 걸리고 3개월이나 시간을 들여 어렵게 정직원이 된 직장을 잃어버리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사단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으로는 매우 고무적인 부분이 있었는데, 바로 이 횡령 혐의를 발견하게 된 계기였으며, 이를 보며 회사가 어느 정도 시스템화 되어가고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재고관리 중에 문제가 있음을 확인하게 된 시점이 대략 이주일 전이고 어떤 문제가 생긴 건지 확인하는데 일주일 정도가 소요되었으며, 이를 담당직원이 확인하여 매니저에게 보고하고 매니저가 인사 담당자와 협의하여 해고라는 의사 결정을 내리는 과정까지가 2주의 시간이 걸렸던 겁니다. 


그리고 이를 경영자가 일일이 확인하고 지시한 것이 아니라 직원들이 업무를 하는 과정에서 잘못된 점을 찾아내고 자체적으로 문제를 해결까지 해냈다는 점에서 '아 이제 회사가 어느 정도 체계를 갖추고 움직이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게 되었었습니다. 


결국 통통 튀는 개성이 넘치는 스타트업으로 시작해서 대부분의 부서와 직원들은 언젠가는 모든 것이 획일화되어 있는 프랜차이즈 매장과 같은 회사로의 변화가 필요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가 바로 스타트업에서 제대로 된 회사로 성장하고 있구나 그리고 어느 순간 많은 업무가 경영자 손에서 벗어나 더 전문가에게 이전되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게 되면서 이번 사태는 마무리가 되어 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도 현지 직원들을 믿을 수 없게 되었다는 점에서는 매우 슬픈 하루였습니다.

이전 16화 직원들에게 예절을 가르치라고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