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 생각하는 말은 사물의 한복판으로 그를 나서게 하는 그런 안내자가 아니라, 달아나는 현실을 포착하기 위한 덫이다. 요컨대 시인에게는 언어가 온통 세계의 거울인 것이다.
_Jean-Paul Sartre <문학이란 무엇인가>
시를 읽는다.
이 다섯 글자의 의미를 이전까지 온전히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면서도 혹시나 싶어 아주 천천히, 눈으로 시를 읽었다.
시인이 물었다.
“우리는 오늘, 행복한가요?”
어딘가에서 본듯한, 어디에도 있음 직한 이 문장이 어떻게 알았는지 정확한 좌표를 찍고 달려와 가슴에 박힐 때, 이 한 마디를 하기 위해 시인은 떡갈나무와 땔감과 당나귀를 가지고 온 것이구나, 했다.
같은 말을 할 수는 있어도 그 문장에 무게를 싣는 것은 시인이 하는 일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손끝이 작게 떨려왔다.
이제, 겨우 눈이 아닌 손끝으로도 시를 읽을 수 있게 된 것 같다.
올봄은 시를 읽었던 봄,으로 기억해야지.
#읽는인간
#일본에서쓰는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