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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드웨인 Jul 24. 2018

생일을 기억하는 방식

스몰 포테이토 아빠

오래 고여 있든 아니든, 나는 스몰 포테이토가 되었다. 억울한 일은 아니다. 어렵지 않게 인정했다. 버티는 일은 세수보다 쉽다. 가끔 씻는 것을 잊지 않으면.


아침이 지나고 생일임을 알았다. 양지를 사지도 않았고 미역국을 끓이지도 않았다. 특별할 일도 서러울 일도 없다. 그냥 지나가면 좋겠다. 그렇게 생각했다.


버스를 타고 돌아올 때, 창 너머를 봤다. 잠깐 아들 생각이 났다. 아빠 생일인데 문자라도 주지, 무심한 놈. 생각이 이어지자 흠칫 놀랐다. 아직 난 멀었구나.     


어두워 서글픈 시간이 오기 전 누웠다. 잠이 들 무렵 알림이 울렸다. 톡으로 사진 두 장이 왔다. 버린 울음 대신 웃음이 난다. 버스 창 너머 본 것들을 생각한다. 단어가 살아 떠돈다. 슬픈 표정을 짓던 단어들.


입원 일자에 내 생일이 적혀있다. 이런 방식으로 잊지 않는구나. 뛰는 가슴을 추스른다. 별 일 아니겠지. 과거의 내게 손을 내밀어 일으킨다. 내일은 병원에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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