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힘내요!”
[깜언 베트남 7] 나이 마흔, 남자 셋, 여행(시즌 3)
“괜찮아, 힘내요!”
잿빛 1번 홀을 마치고 돌아가는데, 뒤에서 캐디가 말했다. 18대 1로 외로운 사투를 벌이는 내가 많이 지쳐 보였나 보다. 힘들기는 그녀도 마찬가지일 텐데…. 파트너 잘못 만나서 공 찾으러 다른 캐디보다 두 배는 뛰었을 그녀이다. ‘미안하다.’는 말도 말라서 말도 제대로 못 건네고 있었는데, 그녀가 오히려 내게 응원의 메시지를 건넸다. 아, 이 사람 나의 파트너였지!!
T선배가 곁에 와서 어깨를 툭 쳤다. “자신감 갖고 쳐요. 확신을 가지고 쳐도 반은 죽는데, 나 자신을 믿지 못하면 어떻게 되겠어요? 열이면 열 다 죽지. 그러니까 좋은 생각하고 즐겁게 칩시다. 아직 많이 남았어요.(웃음)” 뒤에서 김사장은 엄지 척을, 김차장은 멀리서 날 보고 미소를 날렸다. 아, 이 사람들, 다 내 편이었어! 아무도 주지 않은 눈치를 나 혼자 보고 있었다.
형편없는 플레이를 하는 와중에도 작년 호이아나 때처럼 멘붕이 오지는 않았다. 그럴 수 있었던 이유는, 결과야 어떻게 되었든, 어떻게 치겠다는 스윙에 대한 확실한 주관이 있었기 때문이다. 며칠 전 연습장에서도 좋았고, 방금 전 드라이빙 레인지에서도 제법 잘 날아갔다. 동료들의 응원과 좋았던 경험을 떠올리며 나는 더 이상 나를 자책하거나 의심치 않기로 결심했다.
이때부터 나의 파트너는 나의 스윙과 에이밍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기 시작했다. “왼쪽, 오빠, 더 왼쪽!” 목표를 똑바로 보고 섰다고 생각하고 어드레스를 했는데, 나도 모르게 오른쪽을 보고 서 있었나 보다. 내 뒤에 딱 서서 방향을 잡아주는 캐디가 그렇게 든든할 수 없었다. “천천히, 천천히!” 여유 있는 그녀의 목소리에, 비로소 나도 ‘천천히’란 주문을 천천히 외게 되었다.
해가 서쪽으로 기울면서 라구나 랑코에 선선한 기운이 돌기 시작했다. 내 마음도 좀 차분해졌다. 이때, 양파 행진을 드라마틱하게 엑시트 했으면 좋으련만, 양파는 잊을 만하면 또 나왔다. 하지만 샷이 전반적으로 안정되기 시작했다. 스코어를 보면 크게 달라진 게 없어 보이지만, 스윙의 느낌도 좋았고, 좋은 샷이 제법 나오기 시작했다. 캐디와 함께 웃는 일도 많아졌다.
어느덧 7번 홀, 드라이버가 잘 맞았다. 세컨드 샷이 잘 날다가 그린 옆 벙커에 빠졌다. 훗, 벙커 따위, 내가 얼마나 많이 빠졌었는데, 이거 못 나올까. 모래를 뚫고 힘차게 올라간 공은 드라마틱하게 엑시트 하여 홀컵 옆에 붙었다. 자, 이제 마무리를 잘 하자, 또로로로 땡그랑! 김차장이 외쳤다. “나이스 보기!” 그러자 내 캐디가 외쳤다. “노, 파!” 나는 두 손을 번쩍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