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언 베트남 11] 나이 마흔, 남자 셋, 여행(시즌 3)
“…….”
고요하다. 분명 이쯤이면 ‘솨아아’ 소리가 들려야 하는데. 김사장 이 새끼 어제 술을 그렇게 처먹더니, 나도 똑같이 마셨지만, 일어나지 못한 것이 분명하다. 침대에서 적당히 뒹굴뒹굴하다가 방문을 열었는데 그가 인사를 건넸다. “좋은 아침!” “뭐야, 일어난 거야?” “응” “새벽 루틴 안 해?” “어제 네가 그 소리 때문에 깼다고 해서 좀 이따 하려고.” 올, 이 배려심 무엇?!
“해장도 할 겸 아침 먼저 먹자.” “뭐 먹게?” “바로 옆 건물에 있는 반미 집. 어제 바닷가 가는 길이 봤어.” “돈은 있어?” “응, 김차장한테 앵벌이 했어.” 어제 지나다 반미를 정성껏 만드는 소녀와 눈이 마주친 식당에 들어갔다. “반미 두 개 주세요. 맥주도 두 개요.” 6시에 맥주를 달라는 소리에 소녀는 어제보다 더 큰 눈으로 바라봤다. 반미는 맛있고, 술은 술술 넘어갔다.
카페 야외 테이블에 앉아 나는 아메리카노, 김사장은 소금 커피를 마셨다. 커다란 남쪽의 나무를 올려보다 나는 거의 누워 햇살에 눈을 감았다. 순간 세상의 소음이 다 사라졌다. 이렇게 둘이서 아침에 커피까지 맛있게 먹는데 든 돈은 1만 원. 이래서 다낭을 여행자들의 천국이라고 하는구나. 이제 또 다른 천국에 가볼까? 어제 굶주려 만끽하지 못한 옥상 수영장으로 고!
물 만난 김사장은 마음껏 유영했다. 마치 한 마리 물개 같았다. 비유가 아니라, 그의 뽀얗고 완만한 보디라인은 아기 물개의 그것과 매우 흡사하다. 눈앞에 미케비치가 보이고, 햇살이 수면에 살랑거리고, 여유로운 재즈 음악이 흐른다. 때마침 아무도 찾지 않아, 그 공간을 오롯이 둘이서 만끽했다. 한참 물속에 있던 김사장이 나오며 말했다. “이렇게 행복해도 되나 싶다.”
‘행복해도 될까?’란 질문에 잠시 정적이 흘렀다. 나도 거기에 긍정적인 답을 하게 된 게 얼마 되지 않았다. 세상에 얼마나 많은 아픔과 슬픔이 있는데, 그걸 모르는 척하고 순도 100의 행복을 느끼는 건 죄스러웠다. 난 그럴 자격도 없는 것 같고…. 그렇게 해서 내 마음이 아무렇지 않으면 될 텐데, 좋은 순간에 좋아하지 못하는 나를 발견했다. 피다가 얼어버린 꽃과 같다.
이제 꽃을 피울 거다. 장미처럼 화려하지 않아도, 나를 꼭 닮은 꽃을 피워야지. 폭풍우가 몰아치고, 탈 듯 한 열기가 감싸도 끝까지 견뎌낼 것이다. 그렇게 나의 꽃을 피울 수 있을 때, 다른 이의 꽃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부러워하지 않을 수 있다. 내 삶에 색을 채우고, 남을 인정하기 위해서라도, 이렇게 행복해도 된다. 나는 행복하다. 아무도 부럽지 않다. 나는 자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