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골프
[깜언 베트남 12] 나이 마흔, 남자 셋, 여행(시즌 3)
“그렇게 많은 일을 했다고?”
반미 먹고, 커피 마시고, 수영까지 했다는 얘기에, 9시까지 푹 자 개운해진 김차장은 껄껄 웃었다. 정작 자신은 옥상 수영장을 이용하지 않는다면서, 조금도 부러워하지 않았다. 지금 이 순간 같은 공간에 있어도 우리는 이렇게 다른 경험을 하고 있다. 그러니 누구를 부러워할 필요도 없지. 반미의 열량을 수영장에서 다 써버린 우리는 다시 쌀국수에 맥주를 먹으러 갔다.
“안녕하세요!” “보고 싶었어요!” 우리와 이렇게 반가운 인사를 나눈 이는 지난번 호이아나 CC 라운드를 함께한 J 형님이다. 오랜만에 보는 건데도 어제 만난 것처럼 조금도 어색하지 않았다. “작년에 쓴 글 잘 봤어요. 재밌더라고요. 오늘 라운드도 글로 나오는 건가요?” “좋게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당연히 써야죠. 비극이 될지 희극이 될지는 쳐봐야 알겠지만요.(웃음)”
J 형님은 1년 전 쓴 시즌 2의 완성도를 높게 만들어준 장본인이다. 글이라는 것이 ‘발단-전개-위기-절정’이 있어야 맛인데, 2번째 라운드였던 호이아나에서 골프와 헤어질 결심을 할 정도로 위기를 겪었다. 바로 그 배경이 된 호이아나로 우리를 초대해 준 이가 바로 형님이다. 그날 뒤풀이와 다음 날 라구나 랑코에서 좋은 기억을 만들지 못했다면, 오늘은 없었을 것이다.
“앞으로 글 계속 쓸 거죠?” “사실 저 이제 글 안 써요. 어차피 돈도 안 되고, 잘 쓰는 사람도 많고. 그리고….” “그리고요?” “신기한 게, 이거 정말 ‘신박하다’고 해서 쓰면, 항상 한 달 안에 비슷한 글을 만나게 되더라고요.” “설마, 안기자는 안기자만 하는 생각을 쓴다고 생각한 거예요?” “(…) 네. 하하하!” (일동) “하하하!” 부끄러운 고백인데 하나도 민망하지 않았다.
“그런데, 쓰고 싶은 게 생겼어요.” “뭐요?” “골프요. 매일 공 치고, 친구들이랑, 형님을 포함하여, 좋은 사람들이랑 치다 보니, 재밌는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어요. 그런데….” “그런데?” “아직은 실력이 미천해 글을 쓰지 못해요. 누가 120개 치는 사람의 글을 읽겠어요. 제가 부끄러움은 좀 아는 사람이라서요.(웃음)” “안 되겠다. 오늘 치고, 내년 1월에 또 와요!”
그렇게 우리는 호이아나 라운드를 시작하기도 전에 내년 1월 다낭 전지훈련을 약속했다. 집에다 뭐라고 말해야 할까 고민도 되지만 생각만 해도 웃음이 나는 일이다. 그 이후 <아무튼, 술>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 축구>를 쓴 김혼비 작가와 북토크를 진행할 때 살짝 귀띔했다. “<아무튼, 골프>는 제가 써야 해요. 욕심 내지 마세요!” 3년 본다. 90개와 <아무튼, 골프>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