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맘때 L에게 한 말이다. K가 베트남 주재원으로 떠난 지 2년, 그곳의 모습이 궁금했다. 지금 봐도 아직 고등학생의 모습이 남아 있는데, 직원 150명을 돌보는 관리자가 됐단다. 회사에 다니는 L은 가을이나 연말에 가자고 했다. 농사를 짓는 나는 1월이 좋다고 하니, “1월에 휴가 쓰고 오면 책상 없어져”라며 난색을 표했다. 뭐, 어쩔 수 없지. 혼자 뽑으러 갈 수밖에.
김사장이 반갑게 끼어들었다. 쌀 팔러 그의 공장에 가서 여행 계획을 말했더니, 함께 일하는 아내에게 물었다. “효원이가 인생의 절반을 정리하는 여행을 한대. 같이 가면 좋겠다는데 어쩌지?” “난 같이 가자고 한적 없어요”라고 말하기 전에 그녀가 답했다. “그래, 같이 가. 효원 씨는 믿을 수 있으니까.” 빠르고 쿨한 결정에 나는 놀랐고, 김사장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일하느라 여행준비는 하지 못했다. 아니, 안했다. 그곳엔 우리 친구 K(김차장)가 있으니까. 바라기는, 나이 마흔, 남자 셋, 여행을 통해 위로를 받으면 좋겠다. 그 좋아하던 영화 한 편, 아니 드라마 한 회, 아니 음악 하나 들을 여유 없이 산 우리. 아, 벌써부터 눈물 나려고 하면 안 되는데, 갱년기인가. 2020년 1월 9일, 베트남 하노이 노이바이 공항에서 이야기는 시작한다.
김차장은 기꺼이 자신을 뽑아먹으라고 내놓았고, 덕분에 우리는 기대 이상의 베트남 여행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