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 모드 ON

[깜언 베트남 1] 나이 마흔, 남자 셋, 여행

by 안효원

출국 3시간 전, 인천공항 1 터미널에서 김사장을 만났다. 항공사 앱에서 체크인, 발권까지 마친 상태라 서두를 필요가 없지만, 우리는 집과 사무실을 일찍 떠나고 싶었다. 여행자 보험(5일, 2만 8천 원, 실속형)을 드는 김사장의 뒷모습은 웃고 있었다. 김사장은 5만 원짜리 공항 라운지(뷔페)에 나를 데려갔다. 카드 혜택인데 내 덕에 처음 써먹을 수 있어서 고맙다나 뭐라나.


설레는 맘으로 스마트폰 비행기 모드 ON! 옆에 앉은 김사장의 폰을 보니, 안 읽은 메시지가 1,000개, 카톡이 100개였다. 참 바쁘게 사는구나. 사실 우리 나이에 일상에서 비행기를 탈 일이 없다. 일이 하나 잘 돼도, 다른 걱정이 입을 벌리고 있고, 그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익숙한 것을 버리지 않고선, 낯선 세상을 만날 수 없다. 후, 모든 생각을 버리고, 여행자 모드 ON!


4시간 40분 소요, 베트남 하노이 노이바이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제복 입은 사람들의 표정이 사뭇 진지(피곤)했다. “김사장, 내가 저 사람 웃게 할게.” 해맑은 표정으로, 아주 하이 톤으로 “신짜오”(안녕하세요)했지만, 아무 반응 없었다. 그 예리한 눈빛에 나도 모르게 차렷 자세를 했다. ‘아 맞다. 나는 외국에서 여성에게 통하는 얼굴!’ 귀국 길엔 기필코 미소 짓게 만들리라!


도착이 예정된 시간보다 늦었다. 김차장도 보이지 않고, 이대로 국제 미아(저씨)가 되나 싶었다. 전화벨이 울렸다.(자동로밍되는 놀라운 세상!) 반가운 마음에 그에게 달려가 안기고 싶었지만, 몸이 잘 움직이지 않았다. 한국에는 없는 현대자동차의 i10(i30동생)을 타고 낯선 길을 달리는데 두렵지 않은 것은 순전히 김차장 때문. 반팔 입고, 베트남말 하는 저 모습, 오 쩔어!


20200113_133938.jpg 베트남이 낯설지 않았던 것은 친구가 있기도 하지만, 언제 어디선가 본듯한 따뜻한 풍경이 펼쳐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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