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아, 아아, 몸에서 소리가 났다. 나이 먹어서 아니다. 오랜만에 좀 걸었더니, 아니 사실 어젯밤 술 탓이다. 양주는 먹지 말았어야 했는데. 아아, 이 소리는 알코올이 유발한 갈증이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부르는 소리입니다. 김차장을 불러 스타벅스를 찾았다. 10년 전 터키 여행 때, 보름 만에 스타벅스에서 아메리카노를 영접하고, 해외에선 별다방만 찾는다. 한국선 안 가요.
시내 중심에 자리한 스타벅스 2층에 자리를 잡았다. 뒤늦게 올라온 김사장이 하는 말, “여기 한국 아냐?” 딱 봐도 한국 사람이 많았다. 그중 베트남 사람 한 명이 유독 눈에 띄었다. 에어팟을 끼고 통화를 하는데, 앞에 사람 있는 줄. 할리우드 액션 뺨치는 몸동작, 생생한 표정 변화에 나도 모르게 몰입. 사랑하는 사람과 세상에서 가장 재밌는 이야기를 하는 게 틀림없다.
스타벅스 건너편 카페 앞에 비싼 차들이 서 있다. “돈 많은 애들이 자랑하려고 저기 오는 거야.” 김차장이 말했다. 딱 봐도 좋아 보이지만, 나는 별로. 세계 어딜 가나 저런 애들 있구나. 쯧. 성 요셉 성당을 가는데, 발밑에 무슨 씨 발라 놓은 껍질이 떨어졌다. 노천카페에 앉아 해바라기 씨를 먹는 사람들이 껍질을 뱉고 있다. 오, 자유! 재빨리 발을 피하는데 웃음이 났다.
소란스러운 밖의 분위기와 달리, 성 요셉 성당(Nhà thờ Lớn Hà Nội) 안에 들어가니 저절로 기도가 나왔다. 그때 갑자기, 강하게 ‘남 탓 말고, 재미나게 살아라’란 생각이 들었다. 오, 주님의 음성인가! 사실 나는 남 신경 많이 쓰고, 남 탓도 조금 하는 성격. 사람 많은 카페에서 큰 소리 통화도 부담스럽고, 씨 같은 건 내 손에 뱉는다. 나 가진 거 뽐내는 건, 상상 불가!
성당 뒤뜰, 예수님의 생애가 그려진 동판 앞에서 간증이 시작됐다. “얘들아, 나 응답받았어. 이제 남 신경 쓰지 말고, 나답게, 재밌게 살래. 남들 시선에 자꾸 나를 가두니까, 가끔 남 탓하는 일이 생긴다. 그 사람도 밉고, 그러는 나도 밉고. 그런데 나이도 처먹었으니, 자유롭게 좀 살래.” 성당의 경건한 기운에 푹 젖은 김사장, 김차장이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올~”
이때까지만 해도 몰랐는데, 성 요셉 성당이 이 여행, 내 인생에 큰 전환점이 된 공간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