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하노이에서 토하는 거임?

[깜언 베트남 8] 나이 마흔, 남자 셋, 여행

by 안효원

김차장의 서비스는 계속됐다. “아이스크림 먹을래?” 우리는 아기 새마냥 넙죽 잘도 받아먹으리라! 둘은 치즈를 골랐는데, 이 속에 무슨 치즈. 그때 눈에 들어온 게 두리안. 냄새는 고약하지만 맛이 아주 좋다고, <소피 루비>에서 나와 무척 궁금했다. 아, 궁금해하기만 했어야 했는데. 이건 딱 버리기 전 동치미 향. 사준 정성에 김차장한테 말도 못 하고, 아이스크림 겉핥기.


세 남자는 날름대며, 호안끼엠 호수(Hồ Hoàn Kiếm)를 바라봤다. “이제 좀 비울 수 있을 거 같아.” 호수를 응시하는 김사장의 눈빛이 그윽했다. “그래, 다 비우고 가라.” 김차장이 응원했다. 잔잔한 호수, 거대 거북이 나왔다는 전설, 다 아름답다. “근데, 가스 냄새 안 나냐?” 김사장이 물었다. “이 냄새야. 내 아이스크림.” 두리안 때문에 우리의 대화는 다시 안드로메다로.


“오바마 대통령이 간 식당으로 안내 하마.” 김차장이 일어섰다. 미 대통령이 방문해 유명한, 일명 ‘오바마 분짜’ 집. 분짜를 아는 김사장은 흥분했고, 나 또한 기대 업, 했지만 분짜가 내 스타일은 아니었다. 엄지 척하면서 먹는 김사장, 업무 통화로 다 식은 분짜도 잘 먹는 김차장, 나는 속을 달래며 꾸역꾸역. 양주와 두리안, 분짜를 다 받아들이기에 내 속은 너무나 한국적.


오바마 대통령 사진이 걸려 있다. 대통령보다 옆에 있는 경호원의 모습이 눈에 더 들어왔다. 아주 밝게 웃는 오바마와 달리, 사람들 막으며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다. 아, 지금 내 표정이 딱 저렇지 않을까. 나중에 들은 얘긴데, 김사장은 콜라에서 양주 맛이 나서 마실 수 없었단다. 그래도 분짜를 클리어한 그, 과연 간장게장을 먹으며 꽃게 알레르기를 극복한 사내답다!


하노이의 시간은 더디게 흘러갔다. 많은 걸 보고, 먹었는데도 아직도 놀 시간이 많이 남았다. 하지만 이미 꺾여버린 체력의 우리는 힘, 들, 어 일단 후퇴. 숙소에서 원기 회복 후, 밤에 재즈클럽 가즈아! 차와 오토바이로 복잡한 하노이 길처럼, 내 속도 두리안과 분짜로 부대꼈다. 나 하노이에서 토하는 거임? 창문을 열고 매연을 마시니 진정이 됐다. 다행히 망신은 면했다.


20200110_143822.jpg 성 요셉 성당에서 걸어서 도착한 호안끼엠 호수. 우리는 말하는 시간보다 침묵하는 시간이 더 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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