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 높은 곳에서 부른 노래

[깜언 베트남 11] 나이 마흔, 남자 셋, 여행

by 안효원

10시가 덜 된 시각, 아빠 새가 돌아왔다. 꽉 찬 하루를 보낸 우리, 밤 일정 패씽도 좋다고 말했다. 기분대로 놀다가 여행을 망칠 수 있다는 불안감도 들었다. 사실, 열일한 김차장 몸이 제일 걱정이었다. “아니야, 루프탑 가자. Top of Hanoi.” 아까 있었던 일을 재잘재잘 보고하며, 호텔 옥상에 올랐다. 정말 제일 높은진 모르겠으나, 하노이 시내를 한눈에 보기엔 충분했다.


지평선 끝까지 이어진 하노이 불빛, 눈앞을 스치는 붉게 물든 안개구름. 이 로맨틱한 분위기에 남자 셋은 좀, 불쌍해 보이지만, 나름의 운치가 있었다. 랍스터가 들어간 오뎅탕이 보글보글 끓고, 이야기는 맛있게 익어갔다. 우리가 알고 지낸 지 27년, 서로에 대해 아는 것도 많지만, 모르는 게 더 많았다. 젊은 시절 교통사고, 희귀난치성 질환 투병 생활, 현재의 아픔까지.


굵직한 시련 사이 일상의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았다. 다행히, 우리 열심히 살았기에, 우는 날보다 웃는 날이 더 많았다. 하지만 김사장과 김차장, 안기자, 남자 셋 모두 나름의 이유로 지금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두 친구를 응원하고 싶은 마음에, 3년 동안 근무력증을 앓은 내 이야기를 했다. 공감이 되지 않거나 주제넘어 보일 수 있어, 남한테는 잘 하지 않은 이야기.


“내가 1년 반 동안 15kg이 빠졌어. 밥 먹는 게 힘들고 나중엔 숨 쉬는 것도 일이더라. 산소호흡기 끼고 중환자실에서 있으면서 신에게 물었어. 내가 왜 아파야 하냐고. 답이 없더라. 몇 년 지나서 장마 끝나고 논에 갔어. 풀 뜯어 먹으라고 넣은 우렁이가 수로에 다 몰려 있는 거야. 우렁이를 다시 논으로 던지면서 깨달았어. ‘아, 내가 우렁이구나. 날 이리로 던지시려고.’”


시련 속에는, 내가 당장은 알 수 없지만, 신의 섭리가 분명히 있다는, 고난이 끝이 아니라는 말. 누군가의 고통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것으로 비쳐 괜히 더 상처줄까 조심스럽다. 하지만 두 친구는 내 마음을 받아줬고, 하노이 밤에 따뜻한 정적이 흘렀다. 홍강을 보며 나지막이 부른 노래 “행복하자, 우리 행복하자. 아프지 말고, 아프지 말고.”는 끝내 기도가 되었다.


20200207_215621.jpg Top of Hanoi를 오르는 계단에서 만난 말. 우리는 원하는 것을 보고 살지만, 일생의 한번은 원하지 않는 것도 마주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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