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언 베트남 12] 나이 마흔, 남자 셋, 여행
감추려 해도 감출 수 없는 두 가지가 있다. 가난과 재채기. 우리 남자 셋은 시대 잘 만나고, 열심히 일해 가난을 감출 필요가 없어졌고, 감기도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감출 수 없는 게 생겼으니, 코골이이다. 어느 순간부터 코골이 데시벨이 허용 가능 선을 넘었고, 남들과 함께 잘 수 없게 됐다. 채 잠들기도 전에 코 고는 나를 발견하고 놀라 깬 적도 있다.
한밤중에 용기를 내 ‘코밍아웃’을 했다. “김사장, 나 코 골아. 난 잘 모르는데, 심각하대.” 김사장이 웃으며 답했다. “나도 그래. 그래서 요즘 혼자 자.” 서로의 단점에 위안을 받는데, 김차장이 희한한 물건을 들고 왔다. “이거 코에 붙이고 자. 숨 쉬는 데 도움이 된대.” 피곤한 몸, 따뜻한 우정, 최첨단 의학. 숙면의 삼위일체 완성! 어제오늘의 피로를 모두 풀어버리리라!
“크~크~”. 지난 40시간 중 잠을 잔 건 4시간, 불을 끄고 4분 후 김사장이 선제공격을 시작했다. 인천공항을 시작으로 여행을 돌아보고 있었는데, 코 고는 소리에 공중에서 납치당했다. 모의고사 볼 때 댄스음악이 맴돌아 시험을 망친 것처럼, 도저히 잠을 잘 수가 없었다. 그 후 2시간 동안 김사장은 놀라운 지구력을 선보였고, 나는 이틀의 여정을 성공적으로 복기했다.
“캬~캬~”. 새벽 5시에는 이건 도저히 코에서 나는 소리라고는 믿을 수 없는 괴성이 났다. 꿈속에서 갑질 하는 망할 놈의 업체 사장과 싸우는 게 분명하다. 김사장은 단전에서부터 온몸의 기운을 끌어올려, 현실에서는 못한, 분노의 공격을 하겠지. 자다가 웃는 것도 오랜만이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고독한 싸움을 벌이는 한 사내와 감은 눈으로 그를 보며 웃는 한 사내.
퀭한 눈으로 창밖을 보고 있는데, 김사장의 상쾌한 음성이 들렸다. “아우, 개운해. 이거 진짜 좋다. 코도 안 곤 것 같아.” 그냥 넘어갈까 하다가, 너무 행복한 그 표정에 벨이 꼴려 한소리 했다. “너 코 00 골았어. XX놈아!” 머쓱한 김사장의 얼굴 위로 김차장의 목소리가 들렸다. “하노이 아침이 연이틀 이렇게 상쾌한 건 드문 일인데, 너희가 오니 좋구나. 누구의 운이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