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 강의 물 한 방울

[깜언 베트남 13] 나이 마흔, 남자 셋, 여행

by 안효원

높은 곳에서 바라본 하노이는 평화로이 활기차다. 도시의 소음은 두꺼운 유리를 넘지 못하지만, 부지런한 베트남 사람들의 아침은 생생하게 전해진다. 하노이 시내를 거미줄처럼 잇는 수많은 길들, 그 속을 가득 채운 차, 오토바이 그리고 사람들. 주 6일 근무하는 이곳 사람들은 토요일도 일찍 출근한다. 우리도 하롱베이 크루즈 여행 출발지인 하노이 타워로 힘차게 출발!


어제 처음 하노이 시내에 들어섰을 때, 난감과 충격 사이 어딘가에서 길을 잃었다. 차와 오토바이가 한데 엉켜 말 그대로 교통지옥! 차선은 애초부터 밟으라고 있는 것 같았다. 신호가 바뀌면 거대한 덩어리가 꿈틀댔고, 신호에 걸리면 오토바이 운전자는 주름이 보일 정도로 가까이 섰다. 나는 차에 감정 이입하여, 오토바이가 가까이 오면, ‘어!’ 마음의 브레이크를 밟았다.


반대로 우리 기사는 아주 평온했다. 어떤 순간에도 당황하지 않고, 오랜 시간 운전해도, 욕, 짜증 의성어 포함, 한마디 안 했다. 나 같으면, 폭풍 욕 래핑으로 쇼미더머니를 찢었을 텐데. 20년 경력의 내가 하노이 운전 포기를 선언하자, 김차장이 다른 주재원 얘기를 해줬다. “여기 운전이 생각만큼 어렵지는 않대. 그냥 앞차 따라가면 된대. 가면 같이 가고, 서면 같이 서고.”


김차장의 말씀을 들은 후 하노이 도로에서 세 가지 특징을 발견했다. 하나, 추월을 잘 안 한다. 안 하는 건지, 못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부아앙’ 하며 앞서가거나 얌체처럼 끼어들지 않는다. 둘, 앞에 무슨 일이 생기면, 뒤 차가 자연스레 선다. 옆길에서 오토바이가 들어와도, 심지어 길 가운데서 유턴을 해도, 뒤에서 잠시 기다릴 뿐, 비켜 가거나 거칠게 항의하지 않는다.


셋, 운전자들 서로 쳐다보지 않는다. 갑자기 끼어들면 눈 한 번 흘기거나, 시원하게 욕해줄 법도 한데, 침묵! 경적도 ‘빵빵’ 가볍게 두 번 누르지, 욕하듯 세게 ‘빠앙~’ 누르지 않는다. 보면 볼수록 교통지옥이 흐르는 강물처럼 느껴졌다. 높은 곳에서 봤던 바로 그 느낌이다. 빨리 가고 싶은 마음, 불안한 마음, 남 탓하는 마음을 버리니, 나도 하노이 강의 물 한 방울 되었다.


20200113_162505.jpg 복잡해 보이던 하노이 도로도 여행자의 여유로운 눈으로 보니 흐르는 강물처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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