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해야 할 말, 안 해도 될 말

[깜언 베트남 10] 나이 마흔, 남자 셋, 여행

by 안효원

큰 고비를 넘긴 우리는 급속도로 출출해졌다. “마트에서 컵라면 사다 먹을까?” 김사장이 물었다. 자식, 촌스럽게 여행 와서 컵라면은, “콜!” 김차장에게 우리의 의기투합 소식을 알리자, 중식당 있으니 가서 짬뽕 먹으란다. 하루 종일 고생한 속을 달랠 수 있다니, 이보다 좋을 순 없다! 체력도 회복했겠다, 빠르게, 엘리베이터를 타고 이동, 짬뽕 하나, 짬뽕밥 하나를 시켰다.


입이 즐겁고, 속이 편해지니, 침묵을 지키던 두 입이 수다를 재가동했다. 우리가 누구인가. 한때 ‘느리게 달릴 자유’라는 이름의 팟캐스트 방송을 기획, 1회 녹음을 하고, 그냥 포기한 김사장과 안기자 아닌가. 우리의 대화 스펙트럼은 매우 넓고, 얕은데, 서로 느끼는 만족도는 매우 높다. 40년 인생을 1부라 하여 마무리하는 지금, 우리는 사뭇 진지하다. 이름하여, ‘짬뽕 철학’.


안기자: 요즘은 무엇을 말할 수 있는가 고민이야. 예전엔 조금 알아도 다 아는 것처럼 얘기했는데, 그게 참 부끄럽네. 이젠 잘 알지 못하면, 그냥 모른다고 얘기하려고. 내가 세상 모든 일을 다 알 수도, 알 필요도 없잖아. 어떤 주제를 던져서 답을 강요하고, 원치 않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건 폭력인 것 같아. 마음 열고 대화하지 않고, 손 한 번 안 잡아 보고 안다고 하겠어?


김사장: 나도 비슷해. 세상을 알면 알수록 복잡하고, 내 이해와 다른 게 너무 많아. 나는 분명 이게 옳은데, 누구는 죽어도 아니라는 거야. 그런 상황에서 말하면 뭐해. 괜히 싸움이나 하지. 또 어느 정도 나이가 되니까 내 선의가 누군가한테는 부담이 될 수도 있는 것 같아. 그래서 느낀 건데, 지금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침묵이야. 말하고 싶어도 꾹 참아야 해!


영혼과 육신을 잘 채워 기분 좋은 김사장은 한국에 있는 가족에게 영상통화를 시도했다. “어, 잘 지내? 여기 너무 좋아. 이런 호사를 누려도 되나 싶어. 다음에 꼭 같이 오자!” 단란한 대화 내용에 흐뭇, 방으로 자리를 피하려는데, 김사장의 말. “아빠, 안 보고 싶어?” 아뿔싸, 중3 소녀에게 저런 말을 하다니. 꾹 참아야 해, 침묵! 딸이 답했다. “쿠키런 해야 해. 빨리 끊어!”


20200207_215119.jpg 베트남에서 인생 최고의 짬뽕을 만나게 될 줄이야. 여행은 언제나 우연의 연속, 그래서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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