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부로 말하면, 너 돼지!

[깜언 베트남 24] 나이 마흔, 남자 셋, 여행

by 안효원

김차장은 휴일인데도 업무상 약속이 있어 먼저 나갔다. 그는 떠나기 전 돈을 잔뜩 쥐여 줬다. 액수가 넉넉하기도 했지만, 베트남 돈 단위가 워낙 커서 잭팟을 터트린 기분이었다. 오늘 여행지는 호 떠이(Hồ Tây, 서호), 방에서 보이는 그곳을 안 가볼 수 없지. 산책 시작점은 쩐꾸옥 사원(Chùa Trấn Quốc), 특별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니고, 택시 기사한테 말하기 편해서.


택시인가, 타임머신인가. 골목을 지나가는데, 풍경이 무척 예스러웠다. 사원에 도착했을 때, 관광객이 많아 마음이 놓였다. 내가 고른 첫 장소인데 썰렁하면 김사장 보기 좀 그러니까. 이곳은 하노이에서 가장 오래된 불교 사찰로, 뜻이 참 좋다. ‘평안한 나라’. 돌담을 지나 사원에 들어서며 우리는 대화를 멈췄다. 향이 피어오르는 경건한 분위기에 맞춰 마음을 새롭게 했다.


우리의 침묵을 깨게 한 건, ‘업보의 법칙’(the Law of Karma)을 설명한 그림을 보면서다. ‘손으로 나쁜 짓을 행하면, 손 없는 동물로 태어난다. 넘치는 성욕, 난잡한 성생활은 가정 파탄을 낳는다. 교만해 타인을 하대하면, 낮은 신분이 된다. 남들의 지나친 도움을 받으면, 마음에 외로움이 생긴다. 음식을 낭비하면, 생활고를 겪는다. 기부를 많이 하면, 부자로 태어난다.’


촌스러운 색감과 생생한 인물 묘사, 극적인 상황 연출. 눈을 확 끌면서 보면 볼수록 고개가 끄덕끄덕. 그중 특히 눈에 들어온 건, ‘말을 함부로 하면, 남에게 말한 대로 된다.’이다. 그림이 예술인데, 잔뜩 꾸민 여자가 “돼지야!”라 해서, 핑크빛 머리띠를 한 돼지가 된다. 그래, 저래야 해. 말 막 하는 사람들, 당해봐야 알지. 날 선 한마디가 얼마나 깊고 큰 상처를 내는지.


원래도 말을 막 하진 않지만, 요즘 특히 조심한다. 독한 말 가운데 예민해진 사람들, 의도치 않게 상처를 줄 수 있다. 그래서 동물 욕, 숫자 욕을 편하게 할 수 있는 김사장, 김차장, 그리고 L이 더 편하고 좋다. 그나저나, 후덕한 내 얼굴은 ‘타인을 존중하면, 사랑스러운 얼굴이 된다.’로 설명이 되는데, 탈모에 배가 나오는 건, 대체 무슨 잘못을 한 거니. 나이 먹는 게 죄니?


착한 일을 하면 복을 받고, 나쁜 일을 하면 벌을 받는다는 동서고금의 진리가 천년 후에도 그 힘을 잃지 않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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