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안에 너 있다”

[깜언 베트남 25] 나이 마흔, 남자 셋, 여행

by 안효원

아침에 김차장이 내 휴대폰을 찾았다. “지도 다운 받아줄게. 이따 다니면서 보라고.” 하노이 관광지도라면 내가 지금 챙기고 있지 않은가. 또 어차피 데이터도 못 쓰는데, 지도가 있으면 무엇하랴. 여행 와서 한국에서 오는 전화, 소식에 구속받고 싶지 않아, 유심도 사지 않았다. 말하자면, 자유로운 여행자, 혹은 데이터 거지, 와이파이 유목민. 시계와 종이 지도면 족하다.


터키 여행할 때, 시계를 안 가져가 끔찍한 경험을 했다. 안탈리아 오토가르에서 일행과 헤어져 주택가로 들어가 저녁을 맛있게 먹었다. 버스 출발시간은 밤 10시. 도시가 어두워지면서, 씩씩한 마음이 점점 사라졌다. 이러다 버스를 놓치는 거 아냐? 초조한 마음에 10리는 뛰었다. 넘어가는 숨보다, 불안감이 더 아팠다. 도착하니 6시 30분. 눈 위로 흐르는 건 피, 땀, 눈물.


시계, 지도, 지갑 준비를 마친 내게 김차장이 구글 지도를 보여줬다. 최신 지도가 업데이트돼 있고, 마음대로 확대, 축소할 수 있다. 무엇보다 데이터를 쓰지 않아도, GPS와 연결해, 내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 “이 안에 너 있다.” 김차장 말에 심쿵하면서, 내가 원숭이가 된 기분이 들었다. 김차장은 신문물과 ‘몽키 매직’을 좋아하는 조련사. 김사장은 이번에도 함박(비)웃음.


구글 지도는 우리를 잘 안내했다. 지도에 있는 이름과 눈앞에 있는 상호를 맞춰볼 때 재미가 쏠쏠. 다만, 충실한 지도도 길을 다 설명하지는 못한다. 호수를 하도 많이 보고, 김사장 고생 덜 시키려 지름길을 지날 때면, 이건 인도가 있는 것도, 없는 것도 아니다. 인도를 점거한 건 오토바이와 식당 테이블. 우리는 차들이 씽씽 달리는 도로 가장자리를 앞뒤로 걸어야 했다.


물론 좁은 길만의 매력이 있다. 베트남 사람들의 삶을 더 가까이서 본 느낌. 걸으며 식당 안 사람들과 웃음을 나누기도 했다. 출국 전 이발을 하지 않았다면, 길거리 이발소에서 머리를 잘랐을 수도. 그나저나, 기술의 발전이 여행의 풍경을 10년 전과 많이 바꾸어 놓았다. 10년 후는 어떨까. 그때 김사장, 김차장, 안기자는 어떤 모습으로, 무슨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까.


지도, 카메라 등 여러 기능을 휴대폰이 다 하니 여행자의 몸이 훨씬 가벼워졌다. 그만큼 마음도 가벼워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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