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성호 Sungho Kim Feb 04. 2022

반려견 또복이

또복이의 이전 이름은 교남이었다.

판교 공사장에서 지내던 강아지 한마리가 주민들 눈에 띠어 구출됐고 구출하고 보니 척추에 장애가 있어 뒷다리를 모두 저는 상태였다. <판교에서 구조된 숫컷 강아지>라는 의미로 교남이라고 지었다고 한다. 그리고 우리 가족이 입양해서 데려오면서 이름을 또복이로 붙여주었다. 교통사고를 당한 것으로 어떤 이들은 추정하고 있지만 꼬리도 깨끗이 상당부분 잘린 것을 보면 의도적으로 누군가 절단하지 않았을까 하는 의심을 하게 된다. 만일 그게 사실이라면 아마도 또복이는 어려서 사람에게서 학대를 받았을지도 모른다고 생각된다. 


나와 아내는 2012년초부터 2021년초까지 약 9년간 이태리와 영국에서 머물며 현지에서 일을 했다. 그리고 2021년 초에 한국으로 돌아오는 결단을 내렸다. 근 10년만에 돌아온 한국이기에 이것 저것 준비할 것도 적응할 것도 많았다. 더구나 삼십여년간 해온 직장생활을 정리하는 커다란 변화를 받아들인 상태라 우리가족 모두에게 큰 심적 부담이 있는 상태였다. 그런 때에 우연히 페이스북 친구 한분의 피드에서 또복이의 사진과 사연을 보게 되었고 입양할 가정을 구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이 아이 참 안됐다. 데려오면 어떨까?'하는 마음이 있었지만 아내도 나도 큰 변화의 시기에 있었기에 선뜻 말을 꺼내지 못하고 생각으로만 머물고 있었는데 아내가 먼저 이야기를 꺼냈다. "우리가 교남이를 데려오면 어떨까요?" 물론 아들과 나도 적극 찬성을 했고 내가 연락을 취해 입양이 이루어 졌다. 

 

또복이가 우리집에 처음 온 날은 2021년5월22일이었다. 그날은 토요일이었고 난 외부에서 차세대 경영자 두분을 모시고 기업재무기초 강의를 3시간 하고 부랴부랴 집으로 돌아왔다. 또복이는 이미 임보자 분과 함께 집에 와있었고 가족들과 만나서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내가 집에 들어서니 사진으로 보던 그 강아지 한마리가 내게 살금살금 다가와 내 무릎에 올라와서는 눈치를 보면서 입을 갖다 대는 모습이 얼마나 감동이던지,, 우리의 만남은 그렇게 이루어 졌다. 


또복이의 상황을 고려해 예방접종을 순차적으로 맞고 더불어 유명하다는 병원에 예약을 해두고 또복이의 상태를 좀더 자세히 보기로 했다. 장애를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 혹시라도 있을지 알고자 함이었다. 검사를 마친 수의사선생님은 또복이의 척추장애가 오래되어 이미 되돌리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의견을 주셨다. 비록 뒷다리가 자유롭지는 못하지만 두다리를 모으고 토끼처럼 깡총거리면서라도 뛰어다닐 수 있기에 운동을 자주 시켜서 근육의 힘을 늘려가는 것이 최선이라고 하셨다. 만일 수술로 회복이 가능하다고 하셨다면 우리는 또복이를 수술시킬 생각이었지만 그 말씀을 듣고 또복이에게 맞는 방식으로 함께 하기로 했다. 


우선적으로 집의 바닥을 또복이가 미끌어 지지 않도록 거실 전체적으로 안전패드를 깔았다. 이제 또복이에게 시급한 것은 건강을 회복하는 일이었다. 오랫동안 제대로된 영양을 공급받지 못했고 건강한 먹이를 공급받지 못했기에 마르고 장에 문제를 가지고 있었다. 나와 아내는 꾸준히 다양한 사료와 먹을 것을 찾아 가장 또복이에게 잘 맞는 것을 고르기 위한 시험을 반복했다. 하지만 또복이의 문제는 약 두 달간 해결되지 않았다. 툭하면 묽은 변을 보고 나아지는 듯하다가도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는 상황이 반복되었다. 하지만 매일 두번 아침과 저녁으로 1시간씩 하는 한강변 산책이 쌓여 가면서 또복이는 건강을 회복해 갔다. 뒷다리의 근육이 보강되면서 이제는 뛸때 좌우로 뒤뚱거리면서 불안하게 뛰지 않고 거의 똑바로 달릴 수 있게 되었고 맞는 사료와 간식, 그리고 무엇보다 군고구마와 유산균을 꾸준히 먹으면서 장의 상태가 놀랍게 좋아졌다. 


사람들과 함께 살아본 적도 없기에 사람과 함께하는 산책이 자연스러울 수는 없었다. 쇠사슬에 묶여만 살았기에 누군가와 함께 걷는 법을 모르는 아이를 위해 훈련사님을 초빙해서 또복이를 위한 기초예절교육을 다섯 차례 시도했고 그 과정들과 꾸준한 산책을 통해 그래도 이제는 다른 강아지들을 만날 때 전처럼 힘으로 마구 들이대는 모습이 많이 줄어들었다. 친구도 하나 둘씩 늘어났고 마주치는 다른 견주님들 중에 또복이에게 관심과 사랑을 보여주시는 분들에게는 이쁨받고 싶다는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우리 가족은 또복이가 측은해서 데려 왔지만 이제는 또복이가 우리 모두에게 기쁨을 주고 있다. 그래서 나와 아내는 얼마전 또 다른 큰 결심을 했다. 아파트를 버리고 단독주택으로 가서 또복이가 더 편안하게 지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주자는 계획이었다. 처음에는 단독주택이 갖는 불편함으로 인해 넉넉한 공간의 아파트를 생각했지만 또복이를 볼 때마다 왠지 이 아이가 지내기에 아파트 보다는 단독이 낫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고 결국 단독주택을 짓기로 결정했다. 작년 여름부터 땅을 구하고 가을에 우리와 맞는 건축사님을 다방면으로 찾아 겨울부터 설계작업에 들어갔다. 지금도 디자인을 확정하기 위해 거의 매주 건축사님과 미팅을 하며 우리 가족이 오래도록 함께 할 보금자리를 만들어 가고 있다. 아마도 올해 봄이 무르익는 시기에 착공이 시작될 것으로 본다. 그리고 내년 초에 우리 가족은 새로운 집에서 또복이와 지내게 될 것 같다. 


가족 모두 하루에 몇번씩 또복이 전신을 마사지 하듯이 만져준다. 또복이는 그 시간을 너무 편안해한다. 매일 아침 저녁 산책을 하고 주말에는 좀 길게 걷고 운동하도록 데리고 다닌다. 오랜 시간 일 때문에 외출했다가 들어오면 집에는 격하게 반겨주는 또복이가 있다. 또복이를 보며 견생역전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아주 많이 있지만 사실 알고보면 또복이로 인하여 우리 가족의 삶이 더 드라마틱하게 변하고 있는 것 같다. 


또복이는 어느새 우리 가족의 일원으로 가족의 중심에 들어와 있다. 사랑해 또복 ^^


작가의 이전글 독립출판 후 개인적 피드백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