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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복웅이 집 Aug 06. 2023

놀림과 선 넘기

2주 전쯤 수요일, 기다리던 시간이 왔다.

애착 유튜브 채널, 피식 대학을 낳고 키운 메타코미디 클럽 대표를 만나는 날이기 때문. 회사에서 한 달 주기로 업무에 도움이 될 만한 연사를 모시는 강연 자리가 있는데, 참석율로 치면 모범생이다 나는. 강연 방식은 유튜브로도 실시간 중계가 되는데 올 해 연사 라인업이 화려하고 재미져서 오프라인 참석 도장을 매번 찍고 있다.


이 날 기억에 남는 건 두 가지였는데 놀림과 선 넘기.

사랑하는 피식 대학 콘텐츠엔 하나의 공통점이 관통하고 있다. 1호선 전철에서 목소리와 등산복 칼라로 시끌벅적한 중년층 산악회를 좀 놀려보고자, 소개팅에 나오는 엉망진창 사람들을 놀려보고자 시작한 비대면 데이트(로 최준이란 캐릭터가 생겼고), 싸이월드 세대의 시대정신을 담아본 05학번 이즈 백이 한 때 난리였다. 한사랑 산악회, 비대면 데이트, 05학번 이즈 백,  이 모든 코미디의 출발은 "놀림"이었고, 시대정신을 담고 있다. 집에서, 출퇴근길에서, 캠핑 가서 깔깔거리고 생각 없이 웃던 이 시리즈들이 모두 누군가를 놀리고, 이 놀리는 게 곧 코미디였다니. 놀림이라는 본질 하나로 꽤 많은 다양한 창작물을 만들고, 그 생각이 맞다는 걸 나를 포함한 수많은 사람들의 반응으로 증명한 것인데 이 과정이 충격적이었다. 본질을 꿰뚫어 본다는 걸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거 같은데 실천하고 증명해 나가는 걸 눈앞에서 봤달까. 기분이 꽤 좋았다.


또 개그가 선을 넘게 되면 불편함을 느끼게 되는데 피식 대학의 개그는 선을 넘지 않아 보인다는 질문에, 대표의 대답도 멋이가 있었다. 본인들은 항상 선을 넘고, 선을 계속 넘어야 대중들이 불편해야 하는 선이 어딘지 알게 된단다. 코미디에 대한  불편한 반응들이 무서워 선을 넘지 않으려고만 하면 보수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고. ㅋ ㅑ.. 맞는 말이다. 이 얘기는 코미디 말고도 우리네 인생사에 걸맞은 말이자, 내가 생각하는 멋으로 마음에 담아 둬야겠다. 새로운 거주 터전을 고민하던 과정 속에서 익숙함만을 고집했다면 알지 못했던 장소나 삶의 방식을 이해하고 경험하긴 어려웠을 거다. 올해 팀을 옮겼던 것도 그간 했던 경험의 선을 넘어보자는 거였고 그런 의미에서 한 2,3년 뒤에 좀 더 괜찮은 사람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회사 안에서 있던 변화다 보니 일적으론 당연한 거고 인품이나 새로이 겪는 다양한 유형의 사람들과 지내는 과정에서 성장할 거라는 믿음이 생겼달까. 정체되 있진 않을 거라는 생각은 에너지와 생기를 가져왔다. 모든건 생각하기 나름이기도 하고.


이번 주말은 계곡에 다녀왔는데 집에서 에어컨 켜고 있는 게 훨씬 좋겠다고 생각했다면 또다른 모양의 행복과 시원함을 미루게 됐을 거다. 해가 내리쬐는 시간엔 계곡물속에 종일 들어갔다가 해가 질 때쯤 나왔는데, 그늘이 질 때면 춥기까지 했다. 강원도 자연인 말로는 이번 계곡에서 1급수에서만 볼 수 있는 물고기를 세 마리나 봤다는데, 폭염 문자가 줄곧 오는 와중에 시원한 여름을 나는 시간은 꽤나 달콤했다.


선 넘기로 시작해서 계곡물까지 예시가 길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본질의 중요성을 다시금 찾아준 놀림과 선을 찾기 위한 선 넘기에서 맛본 신선한 충격은 생활 곳곳에서 좋은 힘과 도움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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