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복웅이 집 Oct 30. 2023

산골짜기 퀴즈탐험 신비의 세계

시즈오카 캠핑을 빌미로 다녀온 니혼 소회문

핸드폰을 자주 하지 않음,  매너와 친절, 조용한 편


이 세 가지를 설명하는 두 글자가 있었으니, 이주일 전 두 시간 비행기를 타고 간 곳이자 후지산 캠핑의 소원풀이 주인공. 일본이다.


일본은 십여 년 만에 다시 왔다. 그땐 여행도 일본도 처음이라 제한된 시간 안에 관광지를 도장 쾅쾅했다. 이때만 느낄 수 있는 즐거움도 있었고. 지금은 내 경험치에서 여행도 적지 않게 다니고 관광에 큰 의미를 두지 않다 보니 사람 구경에 자연히 시선이 갔다. 이 나라사람들은 뭘 먹고 입고 우리나라랑은 어떤 차이가 있는지 등의 시선으로 보는 건 여행의 또 다른 배미를 부추겨준다.


오사카는 우리나라로 치면 부산 정도로 비유할 수 있는데, 오사카 전철에 앉아있는 사람들을 들여다보니 모두 정면을 쳐다보고 있다. 한국이라면 고개를 숙여 스마트폰에 푹 빠져 있을 공간이자 시간일 텐데. 이런 모습은 긴 시간 빠르게 달리는 신칸센(우리나라로 치면 KTX 같은)에서도, 캠핑장에선 더 많이 볼 수 있었다. 특히 캠핑장에서 만난 일본 사람들은 새벽같이 일어나 모닥불을 피워놓고 커피 한잔에 여유로운 포즈로 풍경을 감상하는데, 그 모습이 한두 번 한 솜씨가 아니었다. 나도 캠핑을 오래 했기 때문에 풍경을 즐기는 사람들은 구분할 수 있게 된 덕분에, 후지산 아래서 시간 와 날씨에 따라 변하는 풍광을 가만히 바라보는 사람을 내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귀감이 되었다는. 또 그 안에 매너와 친절이 타지인으로서는 좋았던 포인트인데, 인천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떠들썩한 소리에 적응이 필요하기도 ㅋ


일본에선 도시엔 하루 소도시에선 나흘을 보내서인데 상대적으로 적은 인파와 한적함에 둘러싸인 시간이 많았다. 즐거웠던 포인트를 뽑자면 이곳에서 생활하는 사람을 관찰하는 것과 내가 여기 생활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을 때이다. 예를 들면, 현지인들도 힘들게 가는 캠핑장을 간다든지. 차를 렌트하고 고속도로도와 산골짜기를 달린다든지. 주유를 하고 고속도로 통행료도 내보고, 이온몰(우리나라로 치면 농협 하나로 마트)과 수산시장을 들락날락하며 끼니를 고민하는 모습 등이 좋았다. 후지산자락 아래 자리 잡고 캠핑을 하는 소원풀이가 이번 여행에서 메인이었지만, 앞뒤로 이런저런 곁다리 구경을 통해 앞으로 떠날 다른 여행에도 이런 방식이 내게 더 잘 맞는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


시골로 갈수록 영어를 쓰는 사람이 적긴 했으나 파파고 어플의 활약과 여행 가면 필요한 눈치코치로 기본적인 의사소통은 흘러갔다. 동행자인 오열남은 까막눈이었지만 강원도 산골출신답게 본인이 본 건물들을 기준 삼아 길을 기가 막히게 잘 찾았고, 일주일 동안 일본어만 듣다가 따라 하게 되니 회화 기초 마스터했다고 장난을 치기도 했다. 때론 어떤 배움엔 경험의 속도가 더 빠르게 와닿는 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 그리고, 날씨가 한 몫했다. 생각해 보니 가을에 길게 여행을 떠난 적은 없던 거 같아 앞으로 시간을 좀 더 마련해 보겠다는 조그만 다짐도. 언젠간 써야지 써야지 하는 이번 여행 소회문은 키워드만 묵혀두었다가 건강검진 대기 시간에 빠르게 적고, 호다닥 끝나는 느낌으로 발행하기를 시원히 눌러본다.


p.s

주간글쓰기를 1년 남짓 하다 보니 일주일마다 글감 찾기가 필요했는데, 다음 주 글쓰기 예고제를 해보려 한다. 다음 주는 최근 신선했던 이슬아와 이원 결혼식과 그들의 단짝-양다솔의 스탠딩 코미디 축사 이야기로 돌아오겠다.


끝!


매거진의 이전글 굳이 굳이 하던 것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