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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블레이더 Aug 07. 2024

드라큘라

피를 탐하는 자, 영원함의 저주에 빠지리라

드라큘라, 이 소설은 마치 인간의 욕망과 공포를 한데 뒤섞은 것 같은 걸작이다. 브램 스토커가 빅토리아 시대의 억압된 성(性)을 교묘하게 풀어낸 방식이라니, 참으로 감탄할 만하다. 그 시대 사람들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였을지 상상해보면 꽤나 흥미진진하다. 아마도 겉으로는 경악을 금치 못하면서도 속으로는 은밀한 쾌감을 느꼈을 것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인 드라큘라 백작은 마치 우리 내면의 억압된 욕망을 상징하는 듯하다. 그의 피에 대한 갈증은 단순히 생존을 위한 것이 아니라 더 깊은 무언가를 의미하는 게 아닐까? 어쩌면 우리 모두가 가진 금기된 욕망, 그리고 그것을 충족시키고자 하는 강렬한 욕구를 나타내는 것일지도 모른다.


특히 흥미로운 점은 드라큘라가 자신의 피해자들을 '유혹'한다는 것이다. 그는 단순히 폭력으로 제압하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들의 내면 깊숙이 숨겨진 욕망을 끌어내어 그들을 자발적으로 자신에게 굴복하게 만든다. 이는 마치 우리 사회의 유혹적인 악(惡)들과 닮아있지 않은가? 술, 마약, 도박... 이들도 우리를 강제로 끌어들이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약점을 파고들어 스스로 빠져들게 만든다.


미나와 루시, 이 두 여성 캐릭터의 대비 또한 흥미롭다. 순결한 미나와 관능적인 루시, 이들은 빅토리아 시대의 여성상을 대변하는 듯하다. 하지만 드라큘라의 유혹 앞에서는 이 둘 모두가 무력해진다. 이는 우리 내면의 욕망 앞에서 도덕성과 관능성의 구분이 무의미해짐을 보여주는 것은 아닐까?


반 헬싱 교수와 그의 동료들의 필사적인 노력은 마치 우리 사회의 도덕성과 윤리를 지키려는 노력과 닮아있다. 하지만 그들의 싸움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또 얼마나 많은 희생을 요구하는지를 보면, 과연 우리의 도덕적 싸움도 그만큼의 가치가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결국 이 소설은 우리에게 묻고 있다. 당신은 드라큘라인가, 아니면 반 헬싱인가? 유혹하는 자인가, 저항하는 자인가? 아니면 그저... 유혹당하는 자인가?


줄거리 요약

브램 스토커의 '드라큘라'는 영국의 젊은 변호사 조나단 하커가 부동산 거래를 위해 트란실바니아의 드라큘라 백작성을 방문하면서 시작된다. 하커는 그곳에서 기이하고 공포스러운 경험을 하게 되고, 드라큘라가 흡혈귀임을 알게 된다.


드라큘라는 영국으로 이주하려는 계획을 실행에 옮기고, 그 과정에서 루시 웨스튼라는 젊은 여성을 희생양으로 삼는다. 루시의 친구들과 반 헬싱 교수는 그녀를 구하려 노력하지만 실패하고, 루시는 결국 흡혈귀가 되어 죽음을 맞이한다.


이어서 드라큘라는 하커의 약혼녀인 미나를 노린다. 하커와 그의 동료들은 드라큘라를 추적하여 결국 그를 트란실바니아로 몰아붙인다. 긴 추적 끝에 그들은 드라큘라를 물리치는데 성공하지만, 그 과정에서 큰 희생을 치른다.


소설은 선과 악, 순수와 욕망, 과학과 미신의 대립을 통해 빅토리아 시대의 사회와 문화를 날카롭게 비판하고 있다.


주요 등장인물

드라큘라 백작: 트란실바니아 출신의 흡혈귀. 강력한 힘과 매력을 지녔으며, 영생을 위해 인간의 피를 갈구한다.

조나단 하커: 영국의 젊은 변호사. 드라큘라의 첫 번째 희생자이자, 그를 물리치는 데 앞장선다.

미나 머레이(하커): 조나단의 약혼녀이자 아내. 지적이고 용감한 여성으로, 드라큘라 퇴치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반 헬싱 교수: 네덜란드 출신의 의사이자 흡혈귀 전문가. 드라큘라에 대항하는 팀을 이끈다.

루시 웨스튼라: 미나의 친구이자 드라큘라의 첫 번째 영국 희생자. 흡혈귀가 되어 죽음을 맞이한다.


핵심 주제 및 모티프

선과 악의 대립: 드라큘라로 상징되는 악과 인간들의 선한 의지 간의 충돌

성과 억압: 빅토리아 시대의 억압된 성적 욕망과 그 분출

과학과 미신의 충돌: 현대 의학과 고대의 미신적 지식이 공존하는 세계

외국인에 대한 공포: 드라큘라가 상징하는 동유럽에 대한 서구의 편견과 두려움

여성의 성적 해방과 억압: 루시와 미나를 통해 드러나는 여성의 성적 욕망과 그에 대한 사회의 시선


사회적 및 역사적 배경

'드라큘라'는 19세기 말 빅토리아 시대를 배경으로 한다. 이 시기는 산업혁명으로 인한 급격한 사회 변화와 함께 과학기술의 발전이 이뤄진 때였다. 동시에 엄격한 도덕관과 성적 억압이 공존하던 시기이기도 했다.


또한 이 시기는 대영제국의 절정기로, 제국주의와 함께 외국인에 대한 공포와 편견이 만연하던 때였다. 드라큘라라는 동유럽 출신의 괴물은 이러한 사회적 불안을 반영한다.


스토커의 '드라큘라'는 이러한 복잡한 사회적 배경 속에서 인간의 본성, 욕망, 그리고 공포를 탐구하며, 오늘날까지도 많은 독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는 고전으로 자리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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