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와 인간의 한판 승부: 광기어린 복수극인가, 인간 본성의 탐구인가?
허먼 멜빌의 '모비 딕'은 참으로 기묘한 작품이다. 한 남자가 고래에게 집착하는 이야기라니, 얼핏 들으면 우스꽝스럽기 그지없다. 하지만 이 소설은 단순한 고래 사냥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인간의 광기와 집착, 그리고 자연에 대한 인간의 오만한 도전을 그리고 있는 것이다.
에이헙 선장을 한번 살펴보자. 그는 마치 현대의 워커홀릭과도 같다. 단지 그의 '일'이 거대한 흰 고래를 사냥하는 것일 뿐이다. 에이헙의 집착은 우리 모두가 가지고 있는 어떤 목표나 욕망을 과장되게 보여주는 것은 아닐까? 물론 우리의 '백경'이 실제 고래는 아니겠지만 말이다.
이 소설의 화자인 이슈메일은 마치 현대인의 모습과도 같다. 그는 육지에서의 삶에 지쳐 모험을 찾아 나섰지만, 결국 자신이 상상도 못한 광기 어린 여정에 휘말리고 만다. 이는 마치 우리가 일상의 지루함을 벗어나고자 무모한 도전을 하는 것과 비슷하지 않은가?
멜빌이 그려낸 피쿼드호의 세계는 끔찍하면서도 매혹적이다. 다양한 국적과 인종의 선원들이 모여 하나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모습은, 어쩌면 우리 사회의 축소판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들이 쫓는 모비 딕, 그 거대한 흰 고래는 무엇을 상징하는 것일까? 정복할 수 없는 자연? 아니면 인간 내면의 어두운 욕망?
이 작품의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아마도 고래학에 대한 상세한 설명일 것이다. 멜빌은 마치 백과사전을 쓰듯 고래에 대한 모든 것을 서술한다. 이는 현대의 독자들에게는 다소 지루할 수 있지만, 동시에 인간의 지식에 대한 갈망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어떤 주제에 대해 끊임없이 검색하고 정보를 모으고 있지는 않은가?
'모비 딕'은 우리에게 경고한다. 집착의 위험성에 대해서, 그리고 자연을 정복하려는 인간의 오만함에 대해서. 하지만 동시에 이 작품은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과연 우리의 삶에서 '모비 딕'은 무엇인가? 그리고 우리는 그것을 쫓아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개인적으로, 이 소설을 읽을 때마다 나는 내 삶을 돌아보게 된다. 나에게 에이헙처럼 집착하는 무언가가 있는지, 혹은 이슈메일처럼 무모한 모험을 꿈꾸고 있지는 않은지. 그리고 동시에, 우리가 얼마나 자연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지를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적어도 우리는 아직 고래 기름으로 램프를 켜지 않으니, 그것만으로도 진보한 것일까?
'모비 딕'은 19세기 미국의 포경선을 배경으로 한다. 화자인 이슈메일은 고래잡이 배 피쿼드호에 승선하여 큰 모험을 떠난다. 그러나 배의 선장인 에이헙은 자신의 다리를 물어뜯은 거대한 흰 고래 모비 딕에 대한 복수심에 사로잡혀 있다.
에이헙은 모비 딕을 쫓아 전 세계의 바다를 항해하며, 결국 고래와 대면하게 된다. 삼일간의 추격 끝에 에이헙은 모비 딕에게 작살을 던지지만, 결국 고래 줄에 감겨 바다로 끌려들어간다. 모비 딕은 피쿼드호를 침몰시키고, 이슈메일만이 유일하게 살아남아 이 이야기를 전한다.
• 이슈메일: 화자이자 주인공으로, 모험을 찾아 고래잡이에 참여한 젊은이다.
• 에이헙 선장: 모비 딕에 다리를 잃고 복수심에 불타는 피쿼드호의 선장이다.
• 퀴퀘그: 이슈메일의 동료이자 친구로, 원시적이면서도 고귀한 성품을 지닌 토착민 작살잡이이다.
• 스타벅: 피쿼드호의 1등 항해사로, 에이헙의 광기에 대항하는 유일한 인물이다.
• 인간과 자연의 대결: 에이헙의 모비 딕 추적은 자연을 정복하려는 인간의 오만한 시도를 상징한다.
• 광기와 집착: 에이헙의 복수심은 인간을 파멸로 이끄는 극단적 집착을 보여준다.
• 고립과 유대: 바다 위에서의 고립된 생활과 선원들 간의 유대는 인간 사회의 축소판을 보여준다.
• 지식의 추구: 고래에 대한 상세한 설명은 인간의 끊임없는 지식 추구 욕구를 반영한다.
• 운명과 자유의지: 등장인물들의 행동이 운명에 의한 것인지, 자유의지에 의한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사회적 및 역사적 배경
'모비 딕'은 1851년에 출판되었으며, 당시 미국의 포경 산업이 전성기를 누리던 시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19세기 중반, 고래 기름은 주요 연료원이었고, 포경은 위험하지만 수익성 높은 산업이었다.
멜빌 자신도 포경선을 타본 경험이 있어, 작품에 생생한 현장감을 불어넣을 수 있었다. 또한 이 시기는 미국의 팽창주의와 산업화가 한창이던 때로, 이러한 시대 정신이 작품에 반영되어 있다.
처음 출판 당시에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20세기에 들어 재평가되어 현재는 미국 문학의 고전으로 자리잡았다. 특히 2차 세계대전 이후, 이 작품은 인간의 본성과 존재에 대한 깊이 있는 탐구로 평가받고 있다.
'모비 딕'은 17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끊임없이 읽히고 해석되고 있는 작품으로, 그 심오한 상징성과 철학적 깊이로 인해 앞으로도 계속해서 우리에게 인간과 자연, 그리고 존재에 대한 질문을 던질 것이다. 물론, 현대의 독자들은 이 방대한 분량의 책을 읽으며 때로는 지루함을 느끼겠지만, 그 속에 담긴 깊이 있는 통찰력에 매료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