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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se Sep 25. 2020

코로나에도 지지않고 맛있고 건강하게 먹었습니다

- 2020년 4월-9월 꾸러미 이야기


홍성에 살고 있는 친구로부터 매달 농작물 꾸러미를 받습니다. 옥상에서는 작은 텃밭을 키우고 있고요. 인구 천만의 거대 도시에 살면서 자연과 연결되는 일상을 꾸리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도시와 자연을 잇는 삶에 대한 작은 기록입니다.


수선화가 한창이던 3월, 꾸러미를 보내주는 친구 집 홍성에 다녀왔었다. 밭에서 바로 뽑은 풀들로 만든 샐러드, 된장국, 최애 소울 푸드인 떡볶이와 김밥까지. 같이 만들고 먹으며 시간을 보냈는데... 벌써 9월이 끝나간다.


4월 : 토종쌀, 쑥, 소리쟁이, 머위, 말린 돼지감자, 헤어리베치(갈퀴나물) + 손바닥책
5월 : 토종쌀, 뽕잎순, 래디쉬, 시금치, 스위드 차드, 머위대, 쑥차
6월 : 토종쌀, 풋완두, 솎은 래디쉬, 솎은 당근, 마조람, 민트, 근대
7월 : 감자, 양파, 당근, 콩(푸른밤콩, 선비잡이콩, 아주까리밤콩, 메주콩, 호랑이강낭콩 등), 팥, 오디잼
8월 : 호박잎, 콩잎, 깻잎, 차조기(자소엽), 노각오이, 깻잎 페스토, 치아바타 빵
9월 : 조동지쌀, 맷돌 호박, 고구마줄기, 깻잎, 차조기 + 쌀겨 비누


4월과 8월의 꾸러미

올해 4월부터 다시 꾸러미를 받기 시작했다. 올해는 코로나의 영향으로 따로 만남을 갖지는 못하고 꾸러미와 편지를 통해서만 만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곧 끝나겠지'라는 희망 -> 실망 -> 무력감의 감정으로 한 해를 흘려보내고 있었는데 친구의 이야기를 통해 그런 감정들을 공유하기도 한 시간이었다.



4월의 음식

3월 홍성에서 먹었던 김밥이 너무 맛있어서 4월에 꾸러미를 받고 몇 번이나 김밥을 해 먹었다. 재료만 주욱 준비해 놓고 각자 만들어먹으면 생각보다 손도 덜 가고 간편히 먹을 수 있다.


4월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쑥으로는 올해로 두 번째 쑥버무리 도전!(작년에 망한 기억...) 레시피 자체는 간편한데 무언가 1% 부족한...  쑥 자체의 향과 맛으로 충분하긴 하지만 내년에는 한층 나아진 맛을 낼 수 있었으면!  



5월의 음식

꾸러미를 받지 않았다면 뽕잎순을 먹어 볼 일은 없었을 것 같다. 간장과 들기름으로 맛을 낸 뽕잎무침은 반찬으로 먹어도 좋고 비빔밥으로 먹어도 맛있다.  


유난히 맛있었던 5월의 시금치! 어릴 때는 시금치를 싫어해서 김밥에서도 빼서 먹고 잡채는 당면만 먹었다. 요즘도 즐겨먹는 야채는 아니었는데 이번에 받은 시금치로 당면볶음을 했더니 JMT... 시금치를 좋아하게 된 거 같다.



6월의 음식

솎은 당근과 래디쉬. 정말 귀엽다. 함께 받은 마조람, 민트와 함께 썰어 넣어 피클을 만들었다. 한동안 파스타 같은 음식과 함께한 반찬.


풋완두는 그냥 삶아 먹으면 된다. 풋완두와 옥수수는 '물 끓여놓고 따러간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따서 바로 먹는 것이 좋다고 한다. 바로 쪄서 간식으로 먹어도 좋고(쪄 놓고 남기면 다음에 먹기 싫어지니 딱 먹을 만큼 쪄서 바로 먹는 게 좋다), 밥 지을 때 넣어 먹어도 맛있다.



7월의 음식

햇감자가 오면 바로 카레 생각이 난다. 만들기 편하기도 하고 감자 맛도 잘 느낄 수 있어서.


감자짜글이찌개는 처음 해봤는데 맛있었다! 스팸을 조물조물 으깬 다음에 감자 듬뿍, 야채, 양념장과 함께 바글바글 끓이면 된다.



8월의 음식 (너무 다른 두 개의 비주얼 ㅎ)

친구가 만들어서 보내준 깻잎 페스토는 고소하고 향기로웠다. 빵에도 발라먹고, 깻잎페스토 파스타도 만들어 먹고. 면만 잘 삶고 야채와 새우 등 넣고 싶은 재료 볶고 페스토 듬뿍 넣으면 끝! 사실 페스토 만드는 게 어려운 건데, 친구가 만들어 준 덕에 간편히 맛난 한 끼를 할 수 있었다.


노각은  그대로 '늙은 오이'라는 . 올해 처음 받아봤는데 노각무침으로 많이들  먹는  같다. 겉모양과 색깔은 일반 오이와 조금 다르지만 껍질을 벗겨 안을 보면 오이와 비슷하다.  부분을 제거하고 썰은  소금에 절여 무치면 된다. 무치고 나면 물이 많이 생겨서 무치기 전에 물기를   주는  포인트!



9월의 음식

9월에 받은 꾸러미  특이했던  맷돌호박이었다. 늙은호박을 달리 부르는 이름인데, 핼로윈  흔히 보던 가로로 납작한 노란 호박은 아니었고 세로로 길쭉한 노란색이었다. 잘라서 안을 보면 젊은(?)호박과 늙은 호박의 중간정도 상태다. 가운데 씨를 빼고 기름 두르고 후추 살짝 뿌려 구워만 먹어도 맛있다. (요리하기 귀찮아서 아님 )


고구마줄기는 껍질을 벗겨서   데친  들깻가루에 볶아 고구마줄기들깨볶음으로 만들어 먹었다. 요리 자체는 어렵지 않았는데 줄기껍질 벗기는   힘들었다는...





올해는 뭔가 꾸러미 활용을 제대로    아닌가 하는 마음도 있었는데 모아보니 그래도 이것저것 맛난 밥상을 차려 먹은  같다. 사진에 없는 다른 음식들도  고.


코로나로 인해 올해 남은 시간도 불안정하게 유지되겠지만 그런 일상 속에서도 하루하루를 의연하고 충실히 살아가는  무엇보다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어떤 의미로든 특별하게 기억될 올해. 남은  달을 위해 다시 마음을 다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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