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디지털노마드, 리옹 마지막 날 20230722
오지 않을 것 같았던 마지막 날 아침.
단순히 베를린을 벗어나 다른 도시에서 일하며, 살며, 여행하고 싶은 마음에 시작한 간헐적 디지털 노마드 생활. 친구의 도움 덕분에 리옹이라는 매력적인 도시를 알게 되었고, 10일간 살았고, 마음껏 자유를 느꼈다.
일찌감치 일어나 마지막 풍경을 눈에 담아본다. 친구는 꽤 높은 층에 살고 있어 이웃 건물들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새소리만이 울리는 조용한 이른 아침, 상쾌하고 시원한 공기.
마지막 커피를 마시며 마지막 숨을 고르고, 남은 짐을 싸기 시작했다. 열흘 동안 나의 메이트가 된 친구 집과 집 키를 가지런히 한편에 두고 그렇게 친구의 아파트와 마지막 인사를 나누었다.
친구의 집을 나서 기차역으로 가기 위해 버스를 타러 가는 길.
지난 며칠간 매일 지나갔던 길이 아쉽게만 느껴진다. 늘 지나가던 골목, 길치인 나에게 맞는 길로 간다고 알려주는 길목 길목의 가게들.
버스 정류장에 다다른 길목. 점점 높아지는 해에 따라 리옹에서의 마지막 그림자도 아쉬워하며 길게 늘여뜨려 본다.
쇼핑몰과 공사로 인해 복잡하게 얼기설기 얽혀있는 곳. 먼저 플랫폼 위치를 확인하고, 여유롭게 도착한 탓에 기차역도 둘러보고, 기차역 내 가게도 둘러보고.
머나먼 기찻길 떠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부모님과 통화도 하고-
어느새 기차를 탈 시간은 다가오고, 돌아오는 기차는 주말 인덕에 긴 기차여행 내내 아주 푹- 잘 수 있었다. 나름 숨 가쁘게 달려온 10일, 피로가 쌓인 모양이다.
베를린이라는 도시는 참으로 매력적이고, 아직도 살고 싶은 도시지만-
어느덧 7년을 넘어가니 가끔은 나를 모르는 그 어딘가 훌쩍 떠나, '익명성' 안에 나를 던지는 시간을 즐겨보고 싶을 때가 생긴다.
이번 리옹 살이는 나의 그런 갈증을 해소해 주었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열심히 살 수 있는 자양분을 얻은 나는 당분간 괜찮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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