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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코머핀 Aug 17. 2024

나는 들판의 풀 같은 존재

나의 삶을 바꾼 태도 #12

감기로 어쩌다가 꼬박 일주일을 앓았다. 기침을 하다가 낯설어서 생각해 보니, 이렇게 아파본 적이 굉장히 오랜만이다.


아픔이 찾아오면 온몸의 기운이 쫙 빠진다. 나름 가지고 있던 평소의 열정이 언제 있었냐는 듯이 깔끔히 사라졌다. 운동도 당연히 안 하고, 기운이 없다는 핑계로 하루종일 핸드폰을 쥐고 누워 의미 없는 페이지만 끝없이 스크롤한다.


하지만 이렇게 가끔 아픈 날이 오면 조금 반갑기도 하다. 왜냐? 뭔가 좀 덜 해도 될 것 같은 면죄부가 주어지기 때문이다. 일단 누구를 만나든, 전화로 통화를 하든 조금 콜록콜록하기만 해도 상대방은 너그러워진다. 내가 의미 없는 말을 쏟아내도 아픈 환자니까 그러려니 한다.


이번에도 그렇다. 아픈 상태에서 그다지 진행하고 싶지 않은 중요한 통화가 있었는데 아픈 나를 불쌍히 좀 봐주겠거니 하고 그냥 통화를 했다. 생각보다 잘 끝났다!


그러고 보니 원하는 것을 이루는 의외의 팁이 생각난다: 스스로한테 좀 너그러워지는 것. 기대치를 내려놓는 것. 혹시 다들, 아플 때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뭔가 좀 잘 진행되었던 것이 있지 않은가? (나만 그런가?) 아프면 나는 웬만한 일을 다 대충대충 한다. 이때다 싶게 다 대-애강 끝내버리고 나면 주변에서도 아픈 사람을 두고 뭐라 하지를 않는다. 너그러워진 외부 시선도 있겠지만, 이건 다 내가 나 자신에 대한 기대를 내려놓아 그런 것이다. 세상은 나 없이도 잘 돌아간다는 것을 잊고 있다가 약해질 때 한 번씩 기억하는 것이다.


나를 너무 특별한 존재라 생각하고, 모든 걸 내 손으로 컨트롤하고, 나 없으면 안 된다는 생각을 갖고 살면 필요 이상으로 힘이 들어가고, 아이러니하게도 실제로는 덜 움직이게 된다. 뭔가를 시작해 보기도 전에 걱정이 앞서고, 부담을 잔뜩 안게 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다 각자 인생의 주인공이긴 하지만, 객관적으로 보면 들판에 넓게 자라나 있는 풀들 중 하나다. 나름의 장점이 있지만 멀리서 보면 특별할 것 없는 수많은 보통의 사람 중 한 명이다. 우리 자신을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아도 된다.


그러니 꼭 아파서가 아니더라도 자신에게 조금은 너그럽게 살자. 나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때 비로소 나를 위해 살 수 있다.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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