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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코머핀 Oct 05. 2024

바다를 건너오며

갓 넘어온 이민자는 뭘 해야 할까

7년 전, 태평양을 건너 기회의 땅이라는 미국에 도착했다.  


그 느낌을 다들 아시는가? 친구도, 가족도 없는 땅에 와 삶을 다시 시작하는 것의 말도 안 되게 밑도 끝도 없는 막막함. 처음에는 그게 너무 버거워서 시차적응도 안 된 채로 깜깜한 새벽에 일어나 눈물을 흑흑 흘렸던 기억이 난다. 불도 켜지 않은 채로 이불을 덮고 누워 핸드폰을 두들기며 일기를 하염없이 썼다.  


아등바등 살아왔던 서울도 떠나오며 멀리 보니 멋져 보이기만 하네


두려운 기분을 삼키며 다음날 아침이 밝았다. 이민 온 다음날은 무얼 해야 할까? 사람답게 살려면 아무렴 돈이 먼저 필요하다. 이제 막 도착한 난 우리은행에서 미리 바꾼 달러를 현금으로 봉투에 넣어 들고 왔다. 작고 소중한 돈을 들고 이제 은행에 계좌를 만들려 향한다.


하지만 가져온 현금봉투는 다 해봐야 한 두 달 치 생활비 밖에 안된다. 이제 더 들어갈 다른 생활비와 학비를 위해 한국 통장에 있는 돈을 새로 만든 내 미국 계좌로 송금해야 한다. 송금이야 뭐 한국은행에서 보내면 그만이지만, 집으로 걸어오며 새록새록 질문이 생긴다.  


"그러면 이제 양 국가에 돈을 가지고 있는 셈인데 세금은 어떻게 하는 거지?"

"한국에 있는 계좌도 미국에 보고 해야 하나?"  


새로운 장소에 와서 이것저것 힘들어 죽겠는데 왠지 이렇게 너무나 어른스러운 주제를 생각하자니 급 머리가 아프다.


하지만 이제 막 미국에 도착한 사람이라면 조금은 안심해도 된다. 한국처럼 미국 국세청(IRS)과 관련된 모든 보고는 그다음 해 3월-4월 사이에 이루어지므로, 한숨을 돌릴 시간이 있다는 것. 일단 적응 좀 하고, 친구 좀 만들고, 그다음에 생각해도 늦지 않다는 것.


매해 4월 15일이 tax day이다


적응이 조금 되면, 딱 두 가지를 생각해 보자: 세금 보고해외 금융 계좌 신고. 세금이야 한국에서도 늘 내 봤으니까 그렇다 치고. 해외 금융 계좌 신고는 대체 뭘까?


해외 금융 계좌 신고는 말 그대로 미국 바깥에 있는 자산을 미국 국세청에 신고하는 과정이다. 한국에 있는 자산이 1년 중 어느 시점에라도 $10,000달러 이상이 되면 미국에도 보고해야 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아, 그렇지만 시민권자, 영주권자, 또는 미국에 체류한 지 183일 이상 된 사람들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므로 학생 비자로 온 사람들은 또 걱정할 필요가 없다.*


하긴 뭐 물론 보고를 안 했다가 걸리는 경우는... 드물긴 하다. 분명히 나도 몇 번 빼먹은 것 같긴 한데, 벌금 내지 않고 여태껏 잘 살아온 걸 보면. 하지만 걸리는 사례가 있기는 하니 방심하면 안 되겠지. 그런데 이 조차도 다음 해 4월 15일까지는 시간이 있다. 연말에 미국에 발을 들였다 해도, 4달의 시간은 확보한 셈이다.


그러니 이제 비행기를 타고 막 도착한 이민자라면, 세금과 자산신고는 천천히 걱정하기로 하고 일단 적응하는데 집중해 보자. 그리고 시간이 날 때, 영어로 된 글을 읽는 연습을 하고 싶어질 때, IRS 홈페이지를 즐겨보자! 이 무슨 무지막지하게 지루한 내용을 영어로 읽을 수 있을까 싶지만,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출처:

*IRS, Report of FB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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