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 넘어온 이민자는 뭘 해야 할까
7년 전, 태평양을 건너 기회의 땅이라는 미국에 도착했다.
그 느낌을 다들 아시는가? 친구도, 가족도 없는 땅에 와 삶을 다시 시작하는 것의 말도 안 되게 밑도 끝도 없는 막막함. 처음에는 그게 너무 버거워서 시차적응도 안 된 채로 깜깜한 새벽에 일어나 눈물을 흑흑 흘렸던 기억이 난다. 불도 켜지 않은 채로 이불을 덮고 누워 핸드폰을 두들기며 일기를 하염없이 썼다.
두려운 기분을 삼키며 다음날 아침이 밝았다. 이민 온 다음날은 무얼 해야 할까? 사람답게 살려면 아무렴 돈이 먼저 필요하다. 이제 막 도착한 난 우리은행에서 미리 바꾼 달러를 현금으로 봉투에 넣어 들고 왔다. 작고 소중한 돈을 들고 이제 은행에 계좌를 만들려 향한다.
하지만 가져온 현금봉투는 다 해봐야 한 두 달 치 생활비 밖에 안된다. 이제 더 들어갈 다른 생활비와 학비를 위해 한국 통장에 있는 돈을 새로 만든 내 미국 계좌로 송금해야 한다. 송금이야 뭐 한국은행에서 보내면 그만이지만, 집으로 걸어오며 새록새록 질문이 생긴다.
"그러면 이제 양 국가에 돈을 가지고 있는 셈인데 세금은 어떻게 하는 거지?"
"한국에 있는 계좌도 미국에 보고 해야 하나?"
새로운 장소에 와서 이것저것 힘들어 죽겠는데 왠지 이렇게 너무나 어른스러운 주제를 생각하자니 급 머리가 아프다.
하지만 이제 막 미국에 도착한 사람이라면 조금은 안심해도 된다. 한국처럼 미국 국세청(IRS)과 관련된 모든 보고는 그다음 해 3월-4월 사이에 이루어지므로, 한숨을 돌릴 시간이 있다는 것. 일단 적응 좀 하고, 친구 좀 만들고, 그다음에 생각해도 늦지 않다는 것.
적응이 조금 되면, 딱 두 가지를 생각해 보자: 세금 보고와 해외 금융 계좌 신고. 세금이야 한국에서도 늘 내 봤으니까 그렇다 치고. 해외 금융 계좌 신고는 대체 뭘까?
해외 금융 계좌 신고는 말 그대로 미국 바깥에 있는 자산을 미국 국세청에 신고하는 과정이다. 한국에 있는 자산이 1년 중 어느 시점에라도 $10,000달러 이상이 되면 미국에도 보고해야 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아, 그렇지만 시민권자, 영주권자, 또는 미국에 체류한 지 183일 이상 된 사람들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므로 학생 비자로 온 사람들은 또 걱정할 필요가 없다.*
하긴 뭐 물론 보고를 안 했다가 걸리는 경우는... 드물긴 하다. 분명히 나도 몇 번 빼먹은 것 같긴 한데, 벌금 내지 않고 여태껏 잘 살아온 걸 보면. 하지만 걸리는 사례가 있기는 하니 방심하면 안 되겠지. 그런데 이 조차도 다음 해 4월 15일까지는 시간이 있다. 연말에 미국에 발을 들였다 해도, 4달의 시간은 확보한 셈이다.
그러니 이제 비행기를 타고 막 도착한 이민자라면, 세금과 자산신고는 천천히 걱정하기로 하고 일단 적응하는데 집중해 보자. 그리고 시간이 날 때, 영어로 된 글을 읽는 연습을 하고 싶어질 때, IRS 홈페이지를 즐겨보자! 이 무슨 무지막지하게 지루한 내용을 영어로 읽을 수 있을까 싶지만,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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