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w Income 라이프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살면서 한 번쯤은 돈을 최대한 아껴 살아야 했던 시기가 있었을 것이다.
가장 흔한 예가 학생일 시기일 것 같은데, 나도 딱 그랬다. 유학을 온 김에 여기서 정착하려고 왔기에 한국에서 직장 생활할 동안 야금야금 벌어놓은 모든 돈을 등록금으로 내기 위해 죄다 들고 왔다. 직장을 퇴사하고 호기롭게 날아왔으니 벌이는 없고, 등록금은 한시도 늦지 않고 매 학기마다 청구되었다. 그렇다고 미국 학교 졸업하면 바로 현지 취업이 가능할 거라고 보장해 주는 사람도 당연히 없었다. 어떻게 하다 보면 여기서 직장을 잡고 살아갈 거라는 막연한 기대 대신, 잘못하면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채로 빈 손으로 한국으로 돌아갈 거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하고 금전 계획을 세워야 했다.
근데 뭐 내가 아는 방법이 특별할 게 있겠는가? 그냥 덜 쓰는 것이다. 당연히 한 푼이라도 아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다녔다. 커피 한잔에 $5불이나 하니 최대한 집에서 내려서 보온병에 담아 가고, 30분 이내로 걸어서 도착할 수 있는 곳이면 모조리 걸어 다녔다. (아 그래서 이렇게 건강한가 봄) 일을 할 수 있으면 더 벌기도 했지만, 나의 주 전략은 무시무시한 절약이었다.
어떻게 보면 좀 무식하게 그렇게 그냥 아끼고 살았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면 아끼는 것도 좋은데, 그때부터 세금 공부를 했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잘 둘러보면, 학생신분으로 있을 때의 세금 혜택이 여기저기 있기 때문이다.
자본주의의 끝판왕이라고 불리는 미국은 흔히 빈부격차가 어느 나라보다 심하다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아예 또 개인주의만 있는 나라는 아니다. 여기 또한 정부가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안정적인 삶을 살아가는 걸 목적으로 한다. 내가 수입이 많으면 세금도 엄청 때려 맞지만, 그 반대의 경우라면 나름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제도가 곳곳에 있다는 것이다.
이 말인즉슨 내가 조금 불우한 상황이라면 세금을 내야 하는 의무보다는 내지 않아도 될 방법을 조금 찾을 수 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학생이 좋은 건 소득이 아예 없거나 많지 않기에, 상대적으로 불우이웃에 해당된다는 것.
학생으로 받을 수 있는 세금 혜택은 아래 두 가지가 있다.
- American Opportunity Tax Credit (AOTC)
- Lifetime Learning Credit (LLC)
AOTC는 교육기관에 학비를 지불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최대 $2,500만큼의 소득세 감면을 해주는 프로그램이다. AOTC가 고등교육을 받는 사람들에게 최대 4년 동안 주는 혜택이라면 LLC는 "라이프 타임"(평생) 이므로 기간에 제한 없이 소득세 감면을 받을 수 있다.*
이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사람들은 학교 측에서 1098-T라는 양식을 보내준다. 그러니 그냥 양식을 작성해서 학교가 알려주는 대로 정해진 기한까지 제출하면 된다. 애써 찾지 않아도, 학교에서 오는 이메일을 눈여겨보고 있으면 놓치지 않고 받을 수 있는 세금 감면 방법 중의 하나다.
물론 이 모든 건 나에게 미국 안에서 소득이 있었을 때 해당하는 이야기이니 그냥 학비만 지출하시는 분들께는 약간 바람 빠지는 소리일 수도 있다. 하지만 학교 안에서 조교나 알바라도 하고 있으면 무척 반가운 이야기다. AOTC는 심지어, 만약에 세금이 감면되어 0이 된 이후에도, 적용할 수 있는 크레딧이 남아있다면 그 남은 부분의 40%는 돈으로 환불받을 수도 있다!*
그러니 이 글을 읽으시는 분이 미국에서 학교를 다니는 학생이라면, 학점과 취업을 위한 공부와 함께 세금공부도 곁들여 주시기를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