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연금에 대해 처음 알아갈 때 좀 신기했던 부분은 바로 내가 사는 지역이 어디냐에 따라 실수령액이 달라진다는 것이었다.
근데 하긴 신기할 것도 없지. 왜냐면 월급도 똑같기 때문이다. 급여를 받으면 우선 연방정부(Federal) 세금을 떼고, 그다음 주(State)에서 세금을 떼어간다. 심한 경우는 거기에 시(City)도 또 세금을 뗀다. 그러니 뉴욕 맨하탄 같은 곳에 살면 연봉을 많이 받아도 곡소리가 나는 것이다 ㅎㅎ
연금도 나에게 들어오는 소득의 종류이므로 월급과 비슷한 과정을 거쳐 내 손에 들어온다. 만약 내가 뉴욕에서 열심히 30년 근로를 하고 67세에 은퇴를 했다고 하자. 출근하지 않아도 되니 딱히 복잡하고 사람 많은 동네에 살아야 할 이유가 사라진다. 날씨도 좀 온난해야 행복한 은퇴라이프가 될 것 같으니, 짐을 싸서 아예 플로리다 주로 이사를 간다.
플로리다 주는 소득세에 대해 매기는 세율이 0%이다. 이 말인즉슨 국가에서 주는 연금이나, 내 개인연금이나, 플로리다 주 정부에 세금 한 푼 내지 않고 전부 다 받아서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좀 더 많은 햄버거 맛집을 찾아다닐 수 있겠군!
이렇게 주 정부가 개인소득에 매기는 세율이 0%인 주가 플로리다 말고도 몇 군데 더 있는데, 이를테면 알래스카, 테네시, 와이오밍 등이 있다. 그런데 가만히 살펴보면 은퇴 후 살고 싶지 않은 지역이 꽤 있다. 흐음…. 굳이 세금 덜 내자고 저런 곳을…?
하지만 나처럼 미국에 굳이 상주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이면 주소만 해당 주에 두고 해외여행을 해도 되는 일 아닌가? (이렇게 실제거주를 하지 않아도 되는지는 사실 잘 모르겠다) 그리고 덜 낸 세금으로 이탈리아로 가는 비행기표를 살 수 있지 않겠는가! 갑자기 생각만 해도 신이 난다.
이외에도 연금과 관련된 세금에는 애써서 찾아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복잡한 룰이 많이 숨어 있다. 아무도 나의 등짝을 두들기며 알려주는 사람은 없으므로 눈에 불을 켜고 공부해야 한다. 내가 적극적으로 구해야만이 필요한 것을 얻는 것, 그것이 이민자의 숙명이다. 아, 그냥 모든 인생의 숙명이군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