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리즈에 어떤 글을 쓸까 생각하며 세금의 의미를 좀 더 생각해 보게 되었다. (세금 문제를 생각하고 있다니… 한 푼이라도 더 내 주머니에 넣어보려는 노동자가 되었음에 틀림이 없다 후후)
세금은 내가 속한 큰 공동체가 유지되도록 내가 사회에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다. 개인은 각자의 이익을 가장 우선으로 추구하고 움직이기 때문에, 정부라는 조직이 중간에서 불균형이 커지지 않도록 자원을 분배하는 방법이다.
그런 점에서 세금이 어디에 어떻게 부과되는지를 잘 들여다보면, 정부가 개인으로 하여금 장려하는 것들이 보인다. 즉 'A를 하면 절세혜택이 있다'라고 하면, 정부는 모두가 A를 하기를 원하기 때문에 그에 따른 혜택을 주는 거라고 볼 수 있다.
나는 이것의 가장 좋은 예가 바로 연금이라고 생각한다. 노후대비가 되지 않은 노령인구가 많으면 정부에게는 큰 짐이다. 연금 저축에 절세혜택이 많은 이유는, 개인이 은퇴 이후에 생활할 비용을 스스로 미리 마련하게 함으로써, 그렇지 않을 경우 정부가 감당해야 할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자 하는 것이다.
미국도 전혀 다를 바 없다. 이곳의 연금은 간단하게 세 가지 정도로 나뉘는데, 아래와 같다.
1. Social Security - 미국에서 경제활동을 하며 세금을 낸 사람들이 62세 이후에 수령할 수 있는 기초 연금이다. 내가 노후에 수령할 수 있는 예상 금액은 나의 소득과 돈을 받는 시점 등, 여러 가지 요인에 따라 달라지지만, 그래도 적절한 직장에서 오랜 시간 일한 직장인이면 꽤 많은 금액을 받을 수 있다. 우리나라 국민 연금 대비 소득 대체율이 꽤 높다.
2. Traditional IRA - 개인이 따로 마련하는 연금이다. 이 Traditional IRA의 특징을 한마디로 하면 '세 전(pre-tax)'이다. 월급에 소득세를 매기기 전 일부를 떼어 납입하기 때문에, 나는 연금으로 빼고 남은 내 월급에 대해서만 오늘 소득세를 낸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나중에 60세가 넘어 연금을 수령할 때 세금을 내야 함)
3. Roth IRA - 역시 개인연금인데, Roth라고 불리는 모든 것은 다 '세 후(post-tax)'라고 보면 된다. Traditional IRA 하고는 정 반대로 오늘 내가 세금 다 떼고 받은 실수령 월급의 일부를 넣는다. 하지만 나중에 노후에 인출할 때는 세금을 전혀 내지 않아도 된다.
이 세 가지를 적절히 마련하는 것이 대부분 미국 사람들의 노후대비이다.
이 한 페이지 글에는 다 설명할 수 없는 복잡 미묘한 여러 가지 용어와 추가 내용이 있지만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이거다: 일찍 시작하고, 최대한 늦게 받을 것. 사실 모든 투자를 생각할 때 공통적인 포인트겠지만, 연금 저축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바로 시간이다. 시간이 길면 길수록 연금계좌에 들어가 있는 금액은 눈덩이 굴러가듯 커진다.
내가 이곳에 30대 초반에 와 직장생활을 하며 아직도 부러워하는 대상은.. 누구도 아닌 바로 22살에 신입사원으로 들어온 미국 청년들이다. 요즘 애들은 또 얼마나 야무진지 연금제도도 잘 알고 저축도 잘하며, 투자도 열심히 한다. '내가 저 나이에 이민을 와 달러 연금을 잘 쌓았으면 지금쯤 얼마나 앞서 나가있었을까!'를 막연히 떠올린다.
그러니 미국 이민을 계획하고 계시다면, 오셔서 연금 계좌를 하루라도 빨리 만드실 것을 추천드린다. 그리고 절세 혜택이 있는 연금계좌로 주식도 사고, 인덱스 펀드도 사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