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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벌기 위해 버려야 할 두 가지 - 2

2. 게으름

by 초코머핀

몇 년 전 학생이었을 때였다. 들어야 할 수업이 많아서 빡빡한 스케줄로 이루어진 하루를 살았다. 대충 아침 9시 - 오후 4시까지 수업이 연이어 있었는데, 1시간 단위로 따져보면 50분 수업/10분 쉬는 시간이 하루에 7번 반복되는 셈이었다.


그러니 만약 화장실에 가야 하거나, 커피를 마시고 싶다면 금쪽같은 10분짜리 쉬는 시간을 활용하는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다음 수업이 다른 건물 강의실에서 진행된다면 그마저도 사치였다! 다른 빌딩까지 걸어가는데만 10분을 다 쓰게 되므로.


제일 큰 문제는 점심이었다. 아무리 바빠도 중간에 밥은 먹고 싶은 게 사람 마음이건만, 학교 주변에는 음식을 살 수 있는 가게가 별로 없었다. 가장 가까운 곳까지 뛰어갔다 와도 최소 20분은 걸렸다. 우리에게 남은 선택지는 학교 건물 안에 있는 건 매점 수준의 간단 편의점이 전부 ㅠㅠ.. 결국 똑같은 맛의 부실한 샌드위치를 매일 먹거나, 그냥 과자로 끼니를 때웠다.


그런데 이를 참다못한 학생 중 한 명이 기가 막힌 시스템을 만들었다. 그것은 이름하여 '모바일 음식점'. 그 친구는 메뉴를 5가지 정도 준비하여 음식 주문 앱을 만들었다. 그리고 학생들에게서 앱을 통해 전날 밤 주문을 받았다. 다음날, 전날 받은 주문대로 대량으로 음식을 준비해 도시락처럼 포장을 했다. 그리고는 12시에 딱 맞춰 학교 교실 앞으로 도시락을 배달했다.


빵대신 든든한 밥을 먹고 싶었던 나포함 다른 몇 백명의 친구들은 수업이 끝나자마자 받을 수 있는 이 도시락 서비스에 대만족 하며 기꺼이 서비스를 이용했다. 우린 다 뚠뚠한 배를 뚜드리며 무사히 졸업할 수 있었고, 그 학생은 탁월한 서비스를 만든 덕분에 학교 매거진에도 등장했다.


full stomach.jpg 역시 친구를 잘 두면 밥도 잘 먹음 ㅎㅎ


돌아보면 수업만으로도 벅찬 스케줄이었는데, 시간을 쪼개고 쪼개 그 친구는 본인과 주변이 겪는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냈다. 유명하고 인기 있는 친구도 아니고, 이름도 들어본 적 없는 중국 어느 도시에서 온 유학생이었다. 지금은 어디서 뭘 하는지 몰라도 분명히 잘 살고 있을 것 같다.




살다 보니 갈수록 자연스럽게 보이는 건 바로, 말 뿐인 사람과 조용히 실행하는 사람의 차이다. 나는 사람 보는 눈이 그리 뛰어나지 않은데도, 이제는 조금만 시간을 두고 보면 내 앞에 앉아있는 이 사람이 어느 쪽인지 곧 파악할 수 있다.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걸 모두 실행으로 옮길 수 있었으면 얼마나 더 좋아졌을까?


생각만으로는 이미 다이어트에 성공해서 멋진 몸매를 가졌고

붙고 싶은 시험에 떡하니 합격했으며

떠올린 기가 막힌 아이디어로 유튜버가 된다.


생각과 말은 대다수가 하는데 실천은 소수만 한다. 이 실천을 잘하려면 악착같이 따라붙는 게으름을 떼어놓아야 한다. 누구나 하지 못할 합당한 이유와 사정이 있다. 하지만 결국 그 이유가 무엇이든지 간에, 그럼에도 하는 사람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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