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자존심
우리 집 근처 한인마트에 가면 꼭 한 번 찾게 되는 음식이 있다. 그것은 바로... 닥치고 떡볶이 (줄여서 닥떡)!
닥떡의 가격은 꽤 사악한 $16.99 달러다. 휴 떡볶이 한 팩에 20,000원이 넘다니 -..- 심지어 한 봉지에 들어있는 건 떡 30개 정도, 그리고 오뎅 몇 조각뿐이다.
그런데 이 모든 단점을 뒤집는 것이 바로 소스다. 뭐라 설명할 수 없는데, 자꾸 그 떡볶이 소스 맛이 생각난다. 재고가 날마다 있는 것도 아니라 마트에 갔다가 닥떡이 보이면 바로 냉큼 집어온다.
아직도 신기한 건 이미 차고 넘치는 레드오션인 떡볶이 시장에서, 계속해서 새로운 브랜드가 등장하고 승자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맛있는 떡볶이를 만드는 커리어를 꿈꾸는 사람들은 거의 없지만, 그 와중에도 제품은 끊임없이 나오고 사람들에게 신선한 기쁨을 준다.
돈을 벌기 위해 가장 먼저 강물에 떠내려 보내야 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자존심이라는 생각이 든다.
말은 1인 기업이지만 (그리고 시작단계이니 화려할 수는 없다고는 해도), 쉽게 말하면 나는 그냥 책을 만들어 팔고 있다. 내가 만들어 내는 책은 그렇다고 고차원적인 지식을 멋지게 풀어낸 베스트셀러도 아니다. 그저 그림과 글이 적절히 조화된, 미국 사람들이 심심할 때 즐기면 좋을 것 같은 퍼즐북을 만들 뿐이다.
같이 MBA를 졸업한 친구들은 실리콘 밸리가 주목하는 스타트업을 만들고, 종종 TV에도 등장해 성공적인 창업가로 인터뷰도 한다. 그에 비해 방구석에서 책을 만들고 있는 나를 생각하니 왠지 모를 초라함이 밀려온다. (-_ㅠ)
하지만 훌륭함이란, 대단한 걸 해내는 것도 있지만 그보다 가장 보통의 것을 제대로 하는 것에 있다는 걸 이제는 알고 있다. 나이 마흔이 거의 다 되어서야 깨달았다. 내가 남에게 어떻게 보일 지를 떠올리며 자존심 구기지 않을 궁리를 하는 동안, 누군가는 음식 배달 서비스를 개선해서 기업가가 되고, 아무도 하고 싶어 하지 않는 쓰레기 처리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서 돈을 벌고, 육아의 어려움을 떠올리며 도우미 찾기 앱을 만들어 성공한다.
가장 평범한 곳에, 보통의 것에서도 기회를 볼 수 있는 사람에게 보상이 주어지는 게 세상인 것 같다.
"Excellence isn't about grand gestures; it's about doing the mundane masterful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