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사업의 시작은 아래처럼 진행된다.
1. 내가 제공하고 싶은 가치와 그걸 필요로 하는 고객을 정함.
2. 거기에 맞춰 가장 알맞은 형태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듦.
그런데 나는 책을 출판하기로 마음을 정했으니 2번을 먼저 결정한 셈이다. 그래서 드물지만 1 -> 2 대신 2 -> 1 접근법이 필요하다.
요즘 같은 세상엔 누가 가장 책을 많이 볼까?
온라인 세대인 젊은 층 하고는 다르게, 어르신들은 아직도 지면으로 된 것을 좋아한다. 미국의 많은 베이비부머 아저씨 아주머니들이 몇 년 전부터 본격적인 은퇴를 시작했다. 아무래도 남는 시간과 금전적인 여유가 가장 많은 그룹이다. 그들이 좋아할 것 같은 가볍고 재미있는 책을 만들어보기로 결심했다. 나는 초보자이므로, 비교적 그림의 비율이 많이 들어가고 글도 별로 없어도 되는 (ㅋㅋ) 만들기 쉬운 책을 재빨리 만들었다.
간단한 책 소개 글과 표지 디자인까지 마무리한 후에, 아마존 킨들에서 출판을 눌렀다.
며칠이 지난 후 대시보드 (출판작가가 받게 될 로열티 현황판)에 93센트가 찍혀 있었다. 알고 보니 아마존 킨들은 사람들이 내 책을 읽을 때마다 페이지 당 약 0.5센트를 지급한다.
우왕! 세상에서 젤로 소중하고 기쁜 93센트, 1달러가 약간 안 되는 금액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신나는 건 역시, 갈수록 저 적은 금액이 더 커질지도 모른다는 앞날에 대한 희망이다. 왜 다들 그런 비유하지 않나. 첫날 10원을 받고, 둘째 날은 20원을 받고, 그다음 날은 그 전날의 두 배를 받는 것을 딱 한 달만 반복하면 31일째에는 53억을 받게 되는 것이 복리의 마법이라고.
독자 한 명이 읽고, 그다음 날은 다른 한 명이 또 읽고, 그러다 보면 알고리즘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내 책을 보여주고.. 책 한 권 내놓고 벌써부터 내 머릿속에서는 복리의 마법 파티가 시작되었다!
그러고 보니 세상이 얼마나 넓은 곳이었는지를 가끔 잊고 산다. 아마존 서비스를 사용하는 전 세계 약 5억 명 의 0.1% 정도만 내 책을 봐도 더 이상 금전문제가 인생의 근심이 될 일은 없기 때문이다. 물론 말이 0.1%지 그렇게 하려면 엄청나게 잘 팔리는 베스트셀러가 되어야 하긴 하지만.
단위 수익이 작은 물건을 팔려면, 다시 말해 판매량으로 승부해야 한다면 큰 물에서 활동해야 한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