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nior Housing 이야기
내가 사는 동네 에반스턴(Evanston, IL)은 전혀 다른 두 타입의 인구가 한 곳에 섞여있는 흥미로운 곳이다. (하지만 정작 나는 그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는 ㅋ)
첫째는 대학생. 명문 대학인 Northwestern 대학교 캠퍼스가 있는 곳이니 대학생과 대학원생이 동네에 거주한다.
두 번째 그룹은 바로 은퇴한 어르신들이다. 미국 북부의 추운 동네라 여기로 사람들이 은퇴를 할까 싶지만, 이 지역이 고향이고 가족/친척이 주변에 많은 사람들은 은퇴지로 에반스턴을 선택하는 일이 흔하다. 그도 그럴 것이, 광활한 호수와 멋진 풍경이 있고, 특히 대학교 부속 병원시설이 아주 잘 되어있기로 유명하다.
그래서 동네를 산책하다 보면, 한 블록 건너 하나씩 시니어 하우징(Senior Housing)을 마주친다. 한국의 실버타운과 같은 개념인 시니어 하우징은 겉만 보아서는 그냥 일반 아파트와 비슷하게 생겨 잘 구분이 가지 않는다. (처음에는 겉만 보고 깨끗한 아파트네! 하고 방을 구하러 들어가기도 했다) 그렇지만 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일반 아파트와는 조금 차이가 있다. 일단 1층에 리셉션 데스크가 있고, 유니폼을 입은 직원들이 보인다. 아파트 뒤에 딸려있는 정원에는 가끔씩 직원들이 어르신의 휠체어를 끌고 다니며 산책을 돕는다. 아파트 입구는 어르신들이 편하게 차에서 타고 내릴 수 있게 설계되어 있다. 적절한 퀄리티의 호텔 느낌이다.
이 시니어 하우징은 기관이 계속 눈여겨보는 투자 대상이기도 하다. 베이비 부머 세대가 한참 은퇴를 하는 중이고, 미국의 베이비 부머는 경제 호황기를 거치는 동안 열심히 일한 덕분에 부유한 은퇴인구가 많다. 그러니 돈을 좀 지불하더라도 시설 좋은 시니어 하우징에 들어와 케어도 받고, 식사도 제공받고, 각종 취미활동을 한다. 그래서 기관들은 일반 아파트를 통째로 사서 시니어 하우징으로 개조하고, 높은 가격에 렌트를 하며 차익을 남기고는 한다. (지난 10년 평균 리턴이 11% 정도)
시세를 알아보니, 우리 동네의 시니어 하우징 방 1개짜리는 대략 월 $3000 안팎이다. 물론 적은 돈은 아니지만, 요새의 높은 물가와 월세를 떠올리니 비교적 나쁜 금액은 아니다.
시니어 하우징에서 살며 산책하다 마주치는 어르신들은 표정이 편안하다. 역시 돈이 노후를 편안하게 해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도로에서 가끔 뚜껑 없는 스포츠카가 지나가면, 거의 대부분이 백발의 할아버지 할머니다. 우리나라의 할머니 할아버지도 못지않게 (어쩌면 훨씬 더) 열심히 사셨을 텐데, 누리는 은퇴 라이프의 수준이 너무 다르니 가끔은 마음이 좋지 않다.
시니어 하우징을 볼 때 우리 부모님도 떠올린다. 한국에도 실버타운이 있다고는 하지만 그 수가 워낙 적어 대기가 엄청나고, 사실 들어간다 해도 이곳의 시설과 서비스만큼 견줄 수 있는 곳은 아직 많지 않은 것 같다. 시설 자체가 이곳이 더 뛰어나다기보다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들의 친절도와, 땅이 넓기에 누릴 수 있는 공간 크기 면에서는 여기를 따라가기가 힘들다.
전 세계 어디나 인구의 고령화는 진행되고 있으므로 앞으로 부동산 업계에서도 시니어 하우징이 지금보다 더 많이 관심을 받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