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초코머핀 Jun 01. 2024

내가 집을 못 사는 이유

본업이 부동산이니 어느 지역에 집을 사야 할까? 하는 질문을 가끔 듣는다. 그렇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나조차도 집이 없기에 적절한 답이 떠오르지 않는다. 그저 매일 고객사를 위해 직원으로 일할 뿐 ㅎㅎ


나는 월세살이를 계속하고 있다. 스스로의 강력한 의지로 결정했다기 보단, 외부적 환경에 의한 선택이었다 - 미국 내에서 몇 년마다 장소 이동을 해야 했고, 취업해서 신용도도 쌓아야 했고 등등. 아 무엇보다 돈이 없어서도 있겠지만 (크흑)  


집을 사는 시기가 늦어질수록 조바심을 냈었는데, 지금은 마음을 좀 내려놓게 되었다. 아래 세 가지 이유로 그렇다.    


1. 어디에 정착하고 싶은지를 아직도 모르겠다.

시카고에 2년째 거주하고 있지만 이곳에 크게 정이가지 않는다. 이유는 너무 추워서? 아무래도 날씨와 사람들의 조합이 큰 이유다. Heartland States 중의 하나라고 불리는 이 지역은 바다와 거리가 멀어서 그런지, 여기서 태어나고 자란 사람들 위주로 사회가 돌아간다. 뉴욕과 샌프란시스코 같은 곳 하고는 미묘하게 다른 분위기가 있다. (왠지 외국인은 더 겉도는 느낌)


나는 내가 사는 곳을 아주 좋아하는가? 흐음 잘 모르겠다.


그러니 어디에 장기적으로 살고 싶은지도 모르는데 집을 살 수가 없다. 사놓았다가 이사 가게 되면 방을 내놓을 수도 있지만 그것은 집 가격이 오를 것이 거의 확실한 지역이거나, 또는 내가 결국 돌아오고 싶은 곳이어야 말이 되는 결정이다 (이 글에서 이야기 한 것처럼 시카고는 그렇지 않은 지역임)      


2. S&P가 지난 5년간 두 배가 되었다.

별생각 없이 사 모았던 S&P 인덱스 펀드가 비교적 짧은 기간 동안 폭발적으로 올랐다. S&P 같이 충분히 분산된 지표에 돈을 넣어 놓는다는 건 미국 경제에 베팅을 한다는 것과 같은 뜻이다. 그리고 그것이 괜찮은 결정이었음을 확인한 것이다. 심지어 리스크가 분산되어있기 때문에 집처럼 한 곳에 재산을 몰아넣는 것보다 훨씬 안전하다. 집을 영끌해서 산다는 마음보다는, 다양한 자산 중의 한 형태로 보고 일정 퍼센트를 유지하는 것이 맞을 것 같다.  

  

이 예시는 자산 규모가 크긴 하지만, 대부분 미국 사람은 자산의 50% 이하로 집이 있고, 펀드/주식 비중이 더 크다. 출처: Perfonal Finance Club


3. 집을 유지 보수하는 비용이 급증하고 있다.

인건비는 한없이 비싸고, 재료 값은 더 올라가고, 미국의 주택들은 고쳐야 할 곳이 많다. 집 보험료 또한 무서운 속도로 오른다. 개인 주택 말고, 관리사무소가 공동으로 관리하는 주거형태인 콘도(아파트)를 사도 상황이 비슷하다. 콘도의 관리비를 HOA(Home Owners Association) fee라고 부르는데, 좋은 곳은 매달 $1,000 이상 내야 할 정도로 관리비 자체도 비싸다. 이렇게 집을 사서 유지하는데 빠져나가는 비용이 월세보다 더 많다면 - 게다가 시간과 에너지, 스트레스까지 감안하면 - 마음 편하게 월세만 지불하고 집주인에게 모든 문제를 넘기며(?) 사는 것도 방법이다.  


요새 이 주제로 자주 등장하는 그래프. 최근 들어 집을 사는 비용이 월세 대비 급격히 상승하였다.


내가 집을 사고 싶어 했던 이유가, 내 마음 안에 '지금 아니면 못 산다'는 두려움 때문은 아니었는지 돌아본다. (마치 비트코인처럼 일단 지금 안 사면 영영 못 살 것 같은 조급한 마음에 그냥 뛰어들었다가 피해를 보는 것처럼). 2020-2021년 금리가 최저일 때 고정금리로 집을 산 사람들이 최고의 타이밍을 잡았다고 생각했지만, 그중에는 이후에 직업을 잃고 모기지를 갚을 수 없어 급매로 집을 내놓게 된 사람도 있다. 그러니 아무리 좋아 보이는 것도, 너도나도 다 뛰어드는 무엇이라 해도, 그것이 좋은 결정으로 이어지려면 일단 나에게 말이 되어야 한다. 남들을 따라잡으려 움직일 게 아니라, 그것이 내 상황에 적합한 결정인지를 자꾸 생각해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건 오직 나만이 할 수 있다. 그러니 쉽게 남을 부러워하지 말고 나의 길을 갈 것 ㅋ

매거진의 이전글 플로리다 아파트 투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