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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코머핀 May 04. 2024

플로리다 아파트 투어

회사가 소유한 주거용 부동산을 보러 플로리다에 출장을 가게 되었다. 고객사가 자산을 좀 보러 가고 싶다고 하여 오랜만에 답사 겸, 클라이언트와의 만남 겸, 비행기를 타고 탬파(Tampa)로 날아갔다.  



아직도 날이 쌀쌀한 4월의 시카고에서 쾌적한 여름 날씨의 남쪽 동네로 날아간다는 것이, 가서 맛있는 치즈버거와 타코를 법인카드로 실컷 먹을 수 있다는 게 신날 법도 하련만 나의 마음은 딱히 신나지는 않았다. 재택근무를 하도 오래 해서 그런가 오랜만에 업무로 사람을 만나러 가는 것에 자신감이 결여된 느낌. ㅠㅠ


아니나 다를까 고객사에서 온 사람들은 전부 백인 남성이었고, 나는 저녁을 먹으며 그들이 했던 농담을 다 이해하지 못하고 대충 넘겼다. 4년 전부터 거의 계속 집에서 일했으니 화상회의는 익숙했지만, 실제로 만나 어떻게 대화를 이어나가야 하는지는 많이 부딪쳐 볼 기회가 없었다. 산 넘어 산이군.  


어색한 저녁식사가 지나가고 다음날 아침부터 부동산 투어를 위해 9시에 호텔 앞에 모였다. 탬파는 더워지기 바로 직전, 강한 햇살이지만 시원한 바람으로 여전히 아름다운 곳이다. 여기에서 투어 하기로 한 "아파트"로 불리는 건물은 흔히 떠올리는 고층 아파트가 아닌, 주로 1-2층의 엘리베이터 없이 낮은 층으로 이루어진 주거용 건물을 말한다. 땅이 넓은 만큼 넓게 여러 동으로 퍼져있어 걸어서 보러 다니기에는 다소 시간이 걸린다. 센스 있는 아파트 관리사무실에서 편하게 구경하라며 골프 카트를 태워주었다!   

  


아파트 관리자는 플로리다 주의 법규상, 수영장을 200호당 최소 1개씩 배치해야 한다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해 주었다. 우리가 돌아본 아파트들은 전부 300-400호씩은 있는 건물이었는데, 따라서 수영장이 단지 안에 반드시 2개는 있었다. 우리나라였다면 수영장이 딸려있는 아파트는 왠지 고급일 것만 같은데, 여기는 럭셔리와는 상관없이 법으로 지정되어있다. 더운 지역 주민의 건강과 웰빙을 위한 규칙인가 보다.



아파트 내부는 꽤 겸손한? 퀄리티다. 흔히 비어 있는 집 한 곳을 지정해서 모델하우스처럼 꾸며 오는 손님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일반적이다. 최첨단 테크놀로지도 없고 여기저기 낡은 부분이 보이지만 나름의 아늑함이 있다.


이 정도 규모의 아파트는 대개 $50-$80M(600억-1000억 정도) 사이의 가격으로 시장에서 거래된다. 아파트를 건물 통째로 사고판다는 건 우리나라에서는 없는 개념이지만 (각 호를 개인이 분양받아 소유하는 구조이므로) 여기에서는 기관이 소유하고 그 집에 월세로 사는 사람이 대부분이므로 흔한 이야기다.


우리 회사가 이 아파트를 2019년에 $60M 언저리에 샀고, 지금 시장이 좋지 않는데도 거래되는 금액이 $85M 이상이니 어떻게 하더라도 손해는 보지 않을 것 같다. 고객사에서 온 4명은 아파트를 둘러본 후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돌아가는 비행기를 타기 위해 공항으로 먼저 향했다.  


내키지 않긴 했지만 오랜만에 여름옷도 꺼내 입고 좋은 구경도 한 1박 2일의 출장을 마무리하고, 근처 멕시칸 레스토랑에서 타코를 한 입 크게 물었다. 돌아보니 여태까지 먹었던 타코 중에 가장 맛있었던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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