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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코머핀 Apr 20. 2024

저소득층 아파트에 투자하는 사람들

Section 8 housing

MBA때 알고 지냈던 저스틴(Justin)에게서 오랜만에 연락을 받았다. 졸업한 지 5년이 지나 학교 동문 홈페이지 같은 곳에 나의 근황을 대략 적어 놓았더니, 새로운 업데이트가 들어가면 아마 다른 동기들에게도 소식이 전달 되나보다. 저스틴은 아파트 몇 채를 가지고 있는데, 부동산 관련 의견이 필요하다고 했다.



잠깐 친구 자랑을 하자면, 저스틴은 동기 중에서도 제일 잘 나가는 사람 중 한 명이다. 학교에 있으면서 화장품 브랜드를 창업을 했고, 미국의 올리브 영인 Sephora에서 이제 막 제품을 팔기 시작했다. 심지어 판매를 시작한지 며칠만에 완판을 이루었다. 850명이 넘는 우리 학년에서도 저스틴은 이름만 들으면 모두가 다 아는, 마치 영화속에 나오는 주인공 같은 존재였다. 안 그래도 외향적인 미국 애들 중에서도 가장 외향에 가까운 그런 사람이랄까 (모든 파티와 모임에 항상 나타남 ㅋ) 그런 인기쟁이가 나에게 연락을 주다니 몸 둘 바를 모르겠군! 참 고맙고 반가웠다.


전화로 이야기를 들어보니 어느 한 지역에 Section 8 주택을 여러 채 가지고 있고, 계속 확장을 하고 싶은데 어느 지역으로 가야 좋을지를 고민하는 중이었다. 흐음, 아쉽지만 Section 8에 대해서는 나도 아는 것이 별로 없다. 그렇지만 질문을 받았으니 그 김에 인터넷 검색을 하고, 회사 내에서 여기저기 물어보며 배우게 되었다.


Section 8 하우징은 무엇일까?


미국의 저소득층을 위한 주택(Low-Income Housing)에는 몇 가지 종류가 있다. 주로 미국의 국세청 IRS의 조항(section) 이름으로 분류되어 있는데, 이 중에서 Section 8은 정말 가난중에서도 가장 가난한 사람들 위한 주택 정책이다. 이 프로그램의 혜택을 받게 되면 세입자는 전체 월세의 0-30% 정도만 지불하면 된다. 그리고 나머지 70%-100%를 미국 정부가 지원을 해준다.


지역에 따라 생김새의 차이는 있지만, 대략 이렇게 생긴 아파트들이 section 8에 해당한다. 왠지 우울해 보이는 아파트 ㅠㅠ


그러면 저스틴은 왜 Section 8 주택을 소유하고 싶어할까?


이 Section 8 주택을 소유하는 것의 가장 큰 장점은 정부가 나의 현금흐름을 보장해 준다는 것이다. 아무리 세입자가 힘들더라도 최소 70%의 월세는 정부가 책임지고 나에게 지불한다. 게다가 수요도 엄청나다. 저소득 층에서 이 프로그램의 혜택을 누리고자 하는 사람은 너무나 많고, 들어오겠다는 사람 대기자 명단이 길고 길다. 들리는 얘기로는 신청자는 2년 이상 기다려야 간신히 입주 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니 건물주가 가지는 흔한 걱정 중에 하나인 '집이 비는 걱정'을 전혀 할 필요가 없다.


반대로 약점이 있다면 바로 이 "정부의 개입"의 정 반대면일 것이다. 저소득층을 위한 주택 정책은 수시로 변화하고, 정권에 따라서도 어떻게 돌아갈 지 모르는 일이다. 게다가 미국의 모든 공공 서비스는 아주아주 느리므로, 세상 느리고 비효율적인 절차를 겪을 인내심도 필요하다.


나무늘보 속도의 공공 서비스...


또 한가지 난점은, 안타깝게도 Section 8에 들어와 사는 세입자가 아파트를 깔끔하게 사용할 확률이 높지 않다는 것이다. 일반화 할 수 없지만 어떤 사람의 라이프 스타일과 경제적 풍요가 조금은 관련이 있나보다. 게다가 그들 입장에서는 월세도 정부가 대부분 내주는 것이니, 거주하는 집을 깨끗이 관리해야 한다는 책임의식도 다소 적다.


그렇지만 위의 리스크를 적절히 감당할 수 있다면 고려해 볼 만한 투자임에는 틀림이 없다. 얼핏 보아서는 저소득층 아파트가 어떻게 돈이 되려나 할 수 있지만, Section 8 이나 Section 42 처럼 정부가 제공하는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Section 42는 현금 흐름대신 세금을 감면해준다)


이런걸 일찌감치 잘 알고 그간 열심히 투자를 한 저스틴의 탁월함에 무릎을 친다! 이미 경제적인 자유는 다 만든 그는 이제 '어떻게 하면 사무실에 앉아있는 시간을 줄여서 가족과 보낼까' 하고 시간을 버는 법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돈의 레벨을 넘어 시간을 잘 쓰는 방법을 생각하는 단계가 되다니 부럽군. 앞으로는 더 친하게 지낼 수 있기를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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