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지암>을 통해 보는, 깔끔한 불안감
오늘 볼 영화는
<곤지암, 2017>입니다.
본 리뷰에는 스토리에 대한 전반적인 네타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혹시 불편하신 분은 페이지를 뒤로 눌러주시기 바랍니다.^^
※ 형아쌤의 반짝 평점
참신성 : ★★☆☆☆
(파운드 푸티지와 공포 장르의 융합은 이미 그레이브 인카운터가 했었죠. 인터넷 개인 방송을 소재로 했던 건 좀 다르지만, 어찌 되었건 촬영을 위한 동기로써 쓰인 것이기에 다소 참신성은 떨어집니다.)
몰입도 : ★★★★☆
(이 영화는 후반 30분을 몰아치기 위해 전반 1시간을 포기합니다. 차곡차곡 쌓아놓았다가 한꺼번에 무너뜨려버립니다.)
메시지 : ★★☆☆☆
(공포 영화에서 메시지를 찾는 건 쉽지 않죠. 세월호 관련 이슈들이 있지만, 그건 감독이 넣고 싶은 메시지일 뿐, 영화에 녹아들진 않습니다.)
심리 : ★★★☆☆
(등장인물의 심리는 극을 이끌어가는 중요한 이슈가 됩니다. 그러나 다소 억지스럽습니다.)
전체 : ★★★☆☆
(공포 영화 잘 보시는 분은 가벼운 마음으로 보시면 좋을 듯 합니다.)
대략의 줄거리를 살펴보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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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 체험의 성지 ‘곤지암 정신병원’
1979년 환자 42명의 집단 자살과 병원장의 실종 이후,
섬뜩한 괴담으로 둘러싸인 곤지암 정신병원으로
공포체험을 떠난 7명의 멤버들
원장실, 집단 치료실, 실험실, 열리지 않는 402호…
괴담의 실체를 담아내기 위해
병원 내부를 촬영하기 시작하던 멤버들에게
상상도 못한 기이하고 공포스러운 일들이
실제로 벌어지기 시작 하는데…
가지 말라는 곳에는 반드시 이유가 있다.
소름 끼치는 ‘곤지암 정신병원’ 의 실체를 체험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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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구절절한 사연 없어서 좋고, 감독이 의도를 구구절절 설명 안 해서 또 좋은 영화, 곤지암 시작하겠습니다.
1. '깜짝 놀람'과 '불안하고 무서운 것'은 다르다.
싸구려 신파 영화라고 평가 받는 영화를 보며 "울긴 울었는데 기분 나쁘다." 는 얘기를 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눈물샘을 자극하니 울긴 했는데, 이게 내가 정말 감정에 복받쳐서 해소되는 느낌으로 운 건지, 아니면 감독의 의도에 농락 당한 건지 잘 모르겠다는 거죠. 결국 영화를 보며 깔끔함을 느끼는 요소는 '자연스러움'입니다. 억지로 감정을 과잉 시켜 얻어낼 수 없는 성과죠.
공포 영화에서는 어떤 방향으로 이것이 적용이 될까요? 예상치도 못 했던 깜짝 요소가 갑자기 튀어나와 흠칫 놀라게 할 수도 있지만, 정말 긴장할만한 상황을 잘 쌓아나가며 불안을 조성해 갈 수 있을 것입니다.
해빙을 보신 분이면 알겠지만, 아무리 사람의 머리 토막이 나오는 장면이 많다해도 무섭기보다 짜증이 납니다. 그건 작중 화자가 왜 머리 토막을 향해 접근하는 지 납득하지 못 한 상태에서 혐오스러운 장면만 브라운관을 채우기 때문이죠.
곤지암이 표절 논란, 뻔한 스토리 논란 등에도 불구하고 간만에 호평을 받는 국내 공포영화가 된 이유는 이거라고 봅니다. 곤지암은 영화가 기분 나쁘지가 않아요. 무서운 장면을 보고나면 차라리 마음이 상쾌해집니다. '휴우...' 싶거든요.
공포영화를 만드는 입장에서 어떤 부분에 심혈을 기울일까요? 귀신 분장을 매우 무섭게 할 수도 있겠고, 남들이 예상하지 못 한 순간에 공포 요소를 넣어 깜짝 놀라게 하는 방법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곤지암이 주목한 곳은 '분위기' 그리고 '몰입감'입니다.
관객이 준비하지 못 한 상태에서 깜짝 놀라게 하는 요소를 배치하기보다 정공법을 사용합니다. 귀신이 버젓이 있고, 지금 무서운 장면이 나올 건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은 이 상황을 피할 수 없어. 예상 한다고 해도 무서울걸? 이렇게요.
곤지암에서 많은 사람들이 가장 무서운 장면이라고 말한 샤바샤바 귀신을 봐볼까요? 귀신의 저주에 걸려 같은 공간을 돌고 있는 지현과 샬롯은 그 상황에서 패닉이 됩니다. 그러다가 갑자기 지현이 아무 말도 없이 굳은 채로 있습니다. 지현에게 무슨 일이 생겼구나, 샬롯이 지현에게 다가가면 무서운 장면이 나오겠구나 이런 예상을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예상대로 화면에 샤바샤바 귀신이 등장합니다. 분명 무섭고 놀라는 장면이지만 그건 샤바샤바 귀신 자체의 비주얼에 놀란 거지, 예상하지 못 한 깜짝 요소에 능욕 당한 게 아닙니다. 귀신을 만났지만, 그 전까지 차곡차곡 쌓였던 불안 요소는 깔끔하게 해소되었죠. 귀신 때문에 불안했는데 귀신이 나왔으니까요.
402호에 갇힌 샬롯의 시야에 보이는 영계백숙 귀신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샬롯의 시야에 버젓이 서서 샬롯의 심리를 압박합니다. 앞에는 귀신, 뒤에는 열리지 않는 문이 있는 상태기에 숨 막히게 불안하지만, 그건 다르게 보면 귀신이 달려오거나 문이 열리는 순간 어쨌든 해결됩니다. 귀신이 달려오고 샬롯이 소리를 지르며 장면이 끝나면, '아... 결국 죽었나?' 하며 지금까지의 불안을 내려놓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곤지암은 무섭습니다. 깔끔하고 담백하게 무섭습니다. 짜증나지 않고요.
2. 자낳괴가 아니라 자낳바죠.
극한의 공포 상황에서 이들이 어떻게 행동할까가 공포 영화의 주요 심리입니다. '아, 건들지 말고 그냥 졸라 튀라고 이 병신 새끼야!' 하며 짜증부터 난다면, 그건 잘 만든 공포 영화라고 할 수 없습니다. 등장인물이 하고 있는 건 관객의 입장을 대변하는 게 아닌, 스토리 진행을 위한 어거지니까요.
그런 면에서 곤지암 폐가 체험은 나눠진 팀들이 나름의 당위를 가지고 납득할만한 움직임을 보입니다.
지현, 샬롯 팀은 기획 의도와 조작 여부를 모르는 상태에서 순수하게 폐가 체험을 하는 팀입니다. 그들이 볼 때 곤지암 정신병원에 들어가며 생겼던 일련의 사건은 모두 귀신의 소행으로 여겨집니다. 승욱이 저주받은 인형을 만지고, 고문 상자에 지현의 팔이 빨려들어가면서 이들은 이게 장난이 아니라고 실감하게 되죠. 목숨이 위험한 상황에서 하던 일을 멈추고 도망치는 일련의 과정은 자연스럽고, 관객 입장에서 응원하게 됩니다.
제윤, 아연 팀은 으스스한 상황에 노출되어 있기는 했지만, 결정적인 귀신의 소행은 보지 못 했습니다. 지현과 샬롯의 진술을 통해서만 들었죠. 무섭기는 하나, 실감이 나지 않는 상황에서 이들은 빨리 상황을 끝내고 나가고자 합니다. 402호를 열기 위해 공구를 사용할 때까지 그들은 말 그대로 담력 테스트를 하는 듯한 비현실감 속에 있는 거죠.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승욱, 성훈 팀은 호러 타임즈로써 기획 의도와 조작을 다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매우 즐겁고 신나게 사건을 이끌죠. 지현의 팔이 고문 상자에 빨려 들어가고, 샬롯의 스카프가 바람도 없이 움직이자 이들도 겁을 먹지만, 하준이 이들을 속이고 어서 402호 문을 열라고 재촉하는 상황에서 출연료 딜을 보며 상황을 지속하는 건 충분히 가능해 보입니다. 정말 귀신에게 물리적인 피해를 받게 되는 순간 돈이고 뭐고 일단 빠져나가야 한다고 결심하게 되는데 이것 역시 매우 자연스럽습니다.
다만 하준의 행동은 억지스럽습니다. 하준은 임시 방송국에 앉아 으스스한 심령 현상을 경험하였고, 편집 과정을 통해 곤지암에서 일어나는 범상치 않은 일을 모두 보고 있었습니다. 귀신이 실존하는구나 알고 있는 상황에서 자신 역시 필드에 뛰어든다니. 이건 섭종을 일주일 앞둔 게임에서 부캐를 키우기 시작하는 것과 같습니다.
도망치거나, 아무리 양보한다해도 상황 유지 정도겠죠. 하준을 움직이는 힘은 실시간 시청자 수입니다. 영화 세계관 상 1,000,000 View에 따라 억이 왔다갔다하는 것 같지만, 귀신이 실존하고 그들이 자신을 공격하고 있는 상황에서 402호를 찍으러 간다고? 이건 자본주의가 낳은 괴물이 아니고 자본주의가 낳은 바보입니다. 인물의 행동이 억지입니다. 하준 역시 곤지암이라는 무대에 넣고 희생시켜야 한다는 영화적 필요성이 만든 행동이 아닐까 싶네요.
3. 가지 말라고 하는 곳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공포 영화를 즐겨보지 않는 사람이지만, 곤지암은 적당히 긴장되고 깔끔하여 추천할만한 영화입니다. 그레이브 인카운터를 보지 않은 분이라면 상당히 신선한 느낌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보라고 하는데엔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거 아니겠나요?
개연성 없고 뜬금없는 도입이긴 했지만, 세월호 이슈와 관련된 여러 메시지 또한 개인적으론 좋았습니다. 영화와 따로 떨어뜨려서 생각해 본다면 이지만요.
깔끔한 불안함을 느껴보고 싶은 분은 이 영화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