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옴 속에서 비로소 단단해지는 마음
우리는 종종 훌쩍 떠나고 싶습니다.
익숙함이 버거워질 때, 낯선 공간으로 도망치고 싶어 집니다.
그러나 결국 마음은 언제나 돌아오는 길 위에 있지요.
낯선 곳을 헤매다 집으로 돌아와 익숙한 창문을 다시 마주할 때면 묘한 안도감이 마주하기도 합니다.
우리 마음에는 늘 두 가지 힘이 공존합니다.
멀리 가고 싶어 하는 마음과 익숙한 곳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마음.
서로 반대되는 마음 같지만 사실 하나의 원형처럼 순환하며 우리를 이끌어갑니다.
어린 시절 읽던 모험 이야기를 떠올려보세요.
모험담의 주인공처럼 우리는 떠났다가 돌아올 때 비로소 이야기를 완성합니다.
집은 그대로지만, 여행을 다녀온 나에게는 더 이상 같은 집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일상도 그렇습니다.
아침마다 집을 나서고 저녁이면 돌아옵니다.
단순한 반복 같지만 그 안에는 확장과 수렴의 균형이 있습니다.
삶은 바로 이 리듬 위에서 단단해집니다.
낯선 환경은 우리에게 새로운 자극을 줍니다.
소극적이던 사람이 여행지에서 낯선 이에게 먼저 말을 걸기도 하고 계획적이던 사람이 즉흥적으로 움직이기도 합니다.
씨앗이 어떤 땅에 뿌리내리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으로 자라는 것처럼 환경에 따라 우리들은 다른 가능성을 드러냅니다.
낯선 곳은 내가 몰랐던 나를 비춰주는 거울이 되기도 합니다.
여행의 마법은 떠남이 아니라 돌아올 때 완성됩니다.
집 앞 골목이 새롭게 보이고 매일 지나던 간판도 다르게 다가옵니다.
세상이 변한 것은 아니지만 내가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돌아옴 속에서 우리는 비로소 변화를 완성합니다.
일상에도 작은 떠남과 돌아옴은 숨어 있습니다.
잠에서 깨어나는 순간, 우리는 꿈이라는 세계에서 돌아옵니다.
책 속 세계로 들어갔다가 나오면서, 영화관에 들어가서 영화를 보고 나서면서도 조금 달라진 내가 됩니다.
산책을 하고 돌아오는 길, 친구와 대화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도 작은 여행입니다.
떠났다 돌아오는 그 과정에서 우리는 조금씩 성장합니다.
심리학에서 안전기지(secure base)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안전기지란, 돌아갈 수 있는 안정의 공간이 있어야 세상을 향해 나아갈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아이들이 세상을 탐험할 수 있는 힘은 언제든 돌아갈 수 있는 안전한 곳이 있다는 확신에서 옵니다.
어른이 된 우리에게도 마음의 고향은 필요합니다.
그것은 어머니의 품일 수도, 어린 시절의 골목일 수도, 내가 지켜온 철학일 수도 있습니다.
돌아갈 곳이 있기에 우리는 더 멀리 나아가고 더 자유롭게 변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돌아옴 속에서 비로소 성장은 완성됩니다.
같은 커피를 마셔도, 같은 책을 읽어도, 같은 노래를 들어도 어느 날은 전혀 다르게 느껴집니다.
외부가 변한 게 아니라 내가 변했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일상의 마법입니다.
특별한 여행이 없어도 우리는 매일 조금씩 달라지고 있습니다.
떠나는 용기보다 더 큰 건 어쩌면 돌아오는 용기일지도 모릅니다.
자유로웠던 시간을 뒤로하고 다시 일상의 책임을 짊어지는 일.
그럼에도 돌아옴을 선택할 때, 경험은 지혜가 되고 변화는 삶이 됩니다.
마음은 계절처럼 순환합니다.
떠나고 싶은 순간과 머물고 싶은 순간이 번갈아 찾아옵니다.
그 리듬을 억지로 거스르지 않고 받아들이는 것이 우리를 자라게 합니다.
사실 우리는 매일 작은 귀환을 하고 있습니다.
창문을 열고 바람을 맞을 때, 따뜻한 차를 마실 때,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하루를 정리할 때, 멀리 가지 않아도 그 순간 나는 나 자신에게로 돌아옵니다.
마음은 언제나 돌아오는 길 위에 있습니다.
그 길에서 우리는 자라나고 발견하고 더 깊어져 갑니다.
여행의 완성은 떠남이 아니라 돌아옴에 있습니다.
그리고 당신의 삶 또한, 지금 이 순간 또 다른 시작을 준비하고 있을지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