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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 조용히 무성해지는 중이다

끝이 아닌 또 다른 시작을 앞두고

by 하나의 오후



스무 번의 여행을 돌아보며


이 시리즈를 쓰며 저는 제 마음의 리듬을 다시 들을 수 있었습니다.

빠르지 않아도 괜찮고 화려하지 않아도 괜찮고 드러나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을요.

삶은 늘 분주했지만 그 속에서도 고요는 있었고 그 고요 속에서 우리는 가장 자기다운 방식으로 자라나고 있었습니다.


처음 브런치를 시작할 때는 몰랐습니다.

이 작은 글들이 이렇게 길고 깊은 여행이 될 줄은요.

무너지지 않아도 힘들 수 있다는 고백에서 출발해 말 없는 다정함의 소중함을 거쳐 눈에 띄지 않아도 피어나는 생명력을 발견했습니다.

낮게 흐르는 물의 지혜를 배우고 마음이 돌아오는 길을 찾으며 마침내 모든 사랑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깨달음에 도달했습니다.

돌아보면 이 모든 과정은 마치 나무의 성장 같았습니다.

뿌리 내리고 줄기 세우고 가지 뻗으며 꽃을 피워내는 과정은 마치 남과 비교하지 않고 조급해하지 않고 나만의 속도로 조금씩 자라난 시간과도 같았습니다.



고요 속에서 발견한 목소리


우리는 늘 소음 속에 살고 있습니다.

도시의 소음, 관계의 소음 그리고 내면의 소음까지.

그 소음 속에서 우리는 자신의 목소리를 잃기 쉽습니다.

하지만 글을 쓰며 만난 고요 속에서 저는 다른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더 빨리, 더 많이가 아니라 천천히, 꾸준히, 진실하게.


그 속삭임 덕분에 완벽해야 한다는 부담에서 벗어나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일 수 있었습니다.

글쓰기라는 작은 정원을 매일 가꾸듯, 멈추지 않고 물을 주다 보니 어느 순간 글은 더 솔직해지고 더 깊어지고 더 따뜻해졌습니다.

시간을 견뎌낸 글이 단단해지는 것을 저는 보았습니다.



함께 자라는 우리


혼자 시작한 글이었지만 어느 순간 혼자가 아니었습니다.

며칠 전, 친구가 이런 말을 꺼냈습니다.


"나 말이야. 네 브런치 잘 읽고 있어."

"…… 그 날, 진짜 힘들었는데 그래도 네 글이 위로가 되더라."


그 친구가 읽을 줄 몰랐었기에 그 말을 듣고 한참 생각에 잠겼었습니다.

그리곤 깨달았습니다.

글은 혼자 남기는 기록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다리라는 것을.

제가 건넨 작은 문장이 누군가의 하루를 버티게 했고 누군가의 공감은 제게 다시 힘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함께 자라고 있음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습니다.



조용히 무성해지는 것들


제가 배운 가장 큰 깨달음은 이것입니다.

불완전해도 괜찮다는 것, 조급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 드러나지 않아도 충분하다는 것.


저는 지금, 조용히 무성해지는 중입니다.

그리고 당신도 그렇습니다.

물론 이미 충분히 자라나 있거나 아직 겨울 속에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당신의 뿌리는 살아 있으며 봄은 반드시 옵니다.


남과 비교하지 말고 자기만의 속도를 믿으세요.

빠르지 않아도 크지 않아도 드러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당신의 성장은 당신만의 것이니까요.



『조용히 무성해지는 것들』의 긴 여정을 함께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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