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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돈다돌아 Feb 20. 2024

마침표 없이 이어진 삶과 죽음,
아름답고 따뜻한 이야기

욘 포세 <아침 그리고 저녁> 책 리뷰






2023 노벨문학상 수상자 욘 포세

2023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욘 포세의 대표작 중 하나인 <아침 그리고 저녁>은 인간의 삶과 죽음을 군더더기 하나 없는 미니멀하고 담담한 방식으로 묘사한 소설입니다. 이 작품을 논하기 전에 저자 욘 포세에 대해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데, 저자는 그 좋다는 노르웨이 헤우게순에서 태어나 주변 경관만 관조해도 삶과 자연에서 영감을 팍팍 받을 것만 같은 환경을 타고났습니다. 


욘 포세는 소설보다는 극작가로 유명하고 이미 전 세계에서 수많은 상을 수상한 바 있어 명성에 따라 누적 마일리지를 인정받아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많지 않은 희곡 전문 작가라는 점에서 희소가치를 더 인정받은 것은 아닌가 생각됩니다. 


욘 포세의 소설은 극적인 사건을 다루거나 사회상을 직접적으로 다루지 않는 것 같습니다. "같다"라고 한 것은 한 작품 밖에 읽지 않아서입니다만 대체적인 평가가 그러합니다. 대신 한 인간의 생을 전지적 관찰자 입장에서 감정을 배제한 태도로 조망하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뭔가 뒷골을 때리는 자극적인 재미가 없습니다. 그럼에도 읽어나가다 보면 생각할 만한 점들이 많은 것이 특징입니다. <아침 그리고 저녁>의 경우가 이런 전형적 특징을 가지고 있어 욘 포세의 작품 세계에 입문하기에 딱 적당한 작품이 아닐까 싶습니다. 




생의 아침과 죽음의 저녁

이 작품은 사람보다 오래 그 자리를 지켜온 작가의 고향 노르웨이의 피오르, 바다, 비와 바람의 정취가 고스란히 녹아 있습니다. 주인공 요한네스의 출생부터 죽음까지를 압축적으로 다루고 있는 이 소설은 인생무상, 공수래공수거라는 단어가 떠오르는 느낌적인 느낌의 소설입니다. 생의 아침과 죽음의 저녁을 담담히 받아들이는 주인공의 모습에서 독자의 인생을 돌아보게 합니다. 


은근한 여운이 오래가는 좋은 작품입니다. 분량이 짧아서 더 좋은 소설입니다. 짜릿한 재미가 없는데 분량까지 한없이 길면 다 읽기 전에 넉다운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아마도 이 소설은 나이가 들수록 다시 읽으면 더 좋을 소설이 아닐까 싶습니다. 인생을 마무리하는 시점의 정서가 너무 잘 표현되어 있어서 지날수록 더 공감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만, 욘 포세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주요 요인인 마침표를 배제한 리듬감 넘치는 특유의 시적이고 음악적인 문체는 제대로 즐기기 어렵습니다. 원작은 신노르웨이어로 저작해 언어 특유의 리듬과 맛을 잘 살렸다는 평을 받고 있습니다만, 독일어판을 중역한 한글 번역본으로는 언어적 차이에서 오는 한계로 인해 원본의 참맛을 사실상 알 수가 없었습니다. 


이 작품 때문에 신노르웨이어를 배울 수도 없는 노릇이고 대충 분위기는 알겠으나 아쉬움이 남는 작품입니다. 그럼에도 한글 번역본 만으로도 예사롭지 않은 문장과 단순하지만 묵직한 메시지가 아름다운 작품입니다. 삶이 버겁다고 느끼시거나 어려운 일을 당해 힘든 분들이 계시다면 삶의 본질을 생각해 보며 힐링을 느끼는 경험을 하실만한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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