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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없는 삶 - 자신을 향한 태도와 자세의 중요성

책 <브랜드 없는 삶>

by 돈다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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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숫자로 값어치가 매겨지는 세상에서...

고명한 작가의 <브랜드 없는 삶>은 개인의 고유한 가치보다는 눈으로 보이는 외부적 조건으로 등급화되고 값어치가 매겨지는 세상에서 어떻게 자신을 지키고 궁극적으로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담긴 책입니다. 지극히 당연한 내용이지만 현실에서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나이 50이 되어가는 이 시점에 '좀 더 공부해서 스펙을 쌓아둘 걸, 이런저런 자격증이라도 더 따놓을 걸...'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저로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늘 그렇듯 누군가와 비교하기 시작하면 그 끝은 결국 비극입니다. 잠시만 주변만 둘러보면 나보다 훨씬 뛰어난 "수치"를 가진 인간들이 넘쳐나기 때문입니다. 이 수치는 각자 고유의 "브랜드"로 여겨지고, 그 사람을 평가하는 기준이 되게 됩니다. 평가가 객관적인가는 중요치 않습니다. 이런 행위들이 우리 모두를 서로 불행하게 만든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제목처럼 저자는 "브랜드"라는 단어로 상징되는 타인과 외부의 평가에서 벗어날 용기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런 용기는 자신에 대한 넉넉한 평가가 핵심이며, 여유 있는 태도가 중요합니다.



"소유한 물건의 이름값과 직업, 집안, 학력 등 세상이 열중하는 기준에 휩쓸리지 않고 살아간다는 건 마음에 넉넉한 공간이 있다는 의미이며 이러한 여유는 세상과 신선한 거리를 유지하면서도 평온을 느낄 수 있는 주체적 삶을 살게 해준다." p6



듣기만 해도 좋은 이야기입니다. 마음에 넉넉한 공간이 있고, 세상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평온한 삶을 살 수 있다면 그보다 더한 행복이 어디 있을까 싶습니다.





2. 타인의 욕망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저자는 책을 통해 궁극적인 주체적인 삶의 태도를 방해하는 것에 대해 설명합니다. 현실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브랜드의 작동은 자신을 지우고 타인의 욕망을 욕망하도록 유도한다는 점을 지적하고, 명품 소비 심리와 보여주기 식 사회관계망에서의 어그러진 욕망, 외모만 중시하는 태도, 아이를 나의 욕망을 충족하는 도구로 바라보는 부모의 태도 등 자본주의의 속 사정을 들여다봅니다.



이런 다양한 문제들은 인간이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에서 파생되는 문제가 인정 욕구와 소속의 욕구입니다.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싶어 그럴듯하게 보이려 노력하고 그런 헛된 노력의 모습들을 서로 모방하고 부추기는 과정이 반복됩니다. 이런 메커니즘에서 더 나아 보이는 누군가를 추앙하고 내가 그가 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게 됩니다.



이런 사람들의 사회에서는 또 비슷한 욕망을 추구하도록 아이들을 길러냅니다. 그저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 공부하고 좋은 직업을 얻기 위해 청춘을 소비합니다. 종국에는 강남에 집을 사는 것, 부자가 되는 것을 목표로 살아갑니다. 이런 삶이 천박하다고 말하는 사람은 많지만 여건이 주어지면 많은 사람들이 예외 없이 그 천박함을 선택하는 것이 현실이기도 합니다.



어디론가 가기 위해서는 일단 있는 곳에서 나서야 합니다. 지금 자리를 벗어나야 다른 곳으로 출발할 수 있습니다. 이를 가능하게 해주는 것은 외부로 향하는 욕구를 내부로 돌리는 것입니다. 타인과 사회에서 소외되지 않기 위한 강박에서 먼저 벗어나야 합니다. 소외되지 않으려면 소외시키는 주체가 타인이 아니라 나라는 것을 깨닫는 것이 중요합니다. 결국 내가 주체가 되고 나의 필요와 내면을 살피는 것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3. 글을 쓰며 살아가는 삶..

<브랜드 없는 삶>과 타인의 욕망에서 벗어나기, 자신을 바라보는 태도를 바로 세우기를 이야기하는데 뜬금없이 글을 쓰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유는 뭐가 되었건 글을 쓴다는 행위가 매우 한없이 주체적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쓰는 책 리뷰만 해도 저자의 주장을 옮겨 소개하는 것에 불과할 수도 있지만 그 과정에서 스스로 이해하고 나만의 시각으로 소화하는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이 과정이 안되면 줄거리만 옮겨 쓰는 감상문이 되고 맙니다. 때로는 제가 가진 필터가 지나쳐서 저자의 주장을 왜곡하고 오염시키는 일도 발생합니다.



그러나 이 모든 과정이 오롯이 자신을 드러내고 나를 돌보는 과정의 일부입니다. 책 리뷰가 되었건, 시, 에세이, 소설이 되었건 상관없습니다. 세상을 바라보는 자신의 시각을 자각하고 새로운 언어를 창조하며 자기만의 세계를 만들어내는 일이라는 점이 중요합니다.



글을 쓰는 과정을 반복하는 삶은 필연적으로 자신에게 집중하고 자기를 돌아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자신의 욕망에 깊이 접근할 수 있습니다. 나를 발견하고 내가 세상을 바로 보는 태도와 입장을 정리할 수 있습니다. 결국 주체적인 나로 살아가는데 크게 도움이 됩니다.



물론 글을 쓰면서도 누군가가 읽었을 때 어떻게 평가할까를 염두에 두고 자기검열을 하며 두려워할 수도 있습니다만, 그 또한 나를 돌아보고 탐구하는 한 과정으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이 반복되는 삶은 행복한 삶에 점점 더 가까워질 수 있습니다.



궁극적으로 행복한 인생이란 대단한 무언가를 성취하는 것이 아니라 행복한 순간의 빈도를 늘리며 좋은 일상을 반복하는 삶입니다. 이 책에서도 언급되지만 서은국 교수의 "행복의 기원"은 이런 단순하고 반복적인 행복에 대해 설명합니다. 결과적으로 행복이란 어떤 형이상학 적인 무언가가 아니라 좋은 사람과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과 같은 것이라고 말입니다. 여기에 좋은 글을 읽고, 자신만의 글을 써나가는 삶까지 더한다면 꽤나 행복한 삶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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