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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Walking Di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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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de Apr 02. 2024

Walking Diary3.

2024.04.02.

출장에서 돌아온 남편에게 차를 반납했다.

다시 뚜벅이 직장인으로 돌아왔다.

내심 기뻤다.

차를 가지고 다녔던 이유는

오로지 버스비를 아끼기 위해서였다.

시내버스보다 광역버스가 더 자주 다니다 보니

왕복 6000원 정도가 들었다.

직장까지 실제 거리가 멀지 않다 보니

남편이 가득 채워놓고 간 기름은

거의 그대로였다.


아침 8시.

아직은 햇살을 머금지 않은 차가운 공기가

온몸으로 느껴졌다.

으스스하게, 절로 몸을 움츠러들게 하는

추위는 아니었다.

어깨 위를 짓누르던 피로를 날려버릴 듯한

청량함이었다.

발걸음이 점차 빨라졌다.



걷다 보니

지난 주말에 고등학교 친구들과 나눴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나는 우리 엄마를 보며

아직 주름진 얼굴 너머에 소녀를 본다고.

늙고 쇠락하는 몸과 아직 청춘인 마음의 괴리.

마흔을 앞두고 나 역시 다르지 않음을 깨달았다.

결혼 전만 해도 가끔 몸이 찌뿌둥하고 어깨가 결렸다.

지금은 매일매일 몸이 천근만근 무겁다.

매일 저녁 폼롤러로 어깨와 등, 목의 근육을 풀어주지

않으면 두통으로 쉬이 잠을 이룰 수 없다.

하지만 내 마음은 여전히 30대 초반 언저리에서

떠나질 못하는 듯했다.

청춘의 불확실함으로 가득한, 외롭고 고달픈 길을

이제 막 통과하고

사회인으로 첫발을 내딛던 그 시절.

조금은 어른이 된 것도 같고

아직 몸도 마음도 젊음으로 가득 차 있던 그때.

내가 애엄마라 더 폭삭 늙어서 그런 건 아닌가 보다.

딩크족인 친구도, 아직 미혼인 친구도

몸과 마음의 괴리 이론에 격하게 공감하는 것을 보면.

그게 늙어가는 과정인지도 모르겠다.

내가 직장에서, 버스에서, 산책로에서 마주치는

나보다 더 어른 같은 그들도

마음속에 청춘을 여전히 품고 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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