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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니엘의 생각노트 Dec 07. 2021

[oh! 세화] 미술관 대신 인테리어 좋은 숙소

국제 신혼부부의 제주도 여행기 (숙소 편)

1/ oh! 세화 (여기)

2/ 동문재래시장

3/ 렌터카 반납

4/ 공항


마지막 밤이다.

며칠간 변덕스러운 날씨와 거칠어진 바람 덕분에 우리 두 사람도 지쳐있었다.


우리가 들른 마지막 숙소는 구좌읍 세화리에 있는 <oh! 세화>라는 곳이 이였다. 마지막 밤을 긴 수다로 장식하기 위해 낮에는 카페, 저녁에는 바(bar)로 운영하는 <가는곶 세화>라는 베이커리에 들려 썬 드라이드 토마토 앤 치즈 치아바타, 소금 빵, 감자 빵을 사서 숙소로 향했다.




하우스 A는 온돌로 내장되어있는 목재 바닥과 차분한 회색톤의 벽으로, 벽에 설치된 은은한 조명사이로 퍼지는 빛이 어두운 회색 벽을 통과해 차가운 겨울바람을 따뜻하게 데워주었다. 정문을 지나 입구에 들어서면 조그마한 인덕션이 설치된 부엌이 문 앞에 있고, 그 옆엔 벽걸이 티브이와 두 사람이 앉아서 대화할 수 있는 1인용 소파 두 개가 있어서 앉아서 대화하기에 적절해 보였다. 도착하자마자 빠르게 문 앞에 짐을 풀고 반쪽과 나는 가져온 빵, 귤, 고구마와 함께 티와 커피 끓일 물을 올려두고 이번 여행을 디브리프(debrief)하며 서로가 느낀 점을 공유했다.



꽤 오랜 시간의 수다를 마친 뒤, 반쪽은 2층 욕실에 틀어놓은 물이 적당한지 체크하러 올라갔고 나는 거실 옆 작은 계단으로 분리된 침실 옆에 짐을 정리했다. 짐을 정리하다 침대 오른편에 앉아 유리 창문을 통해 하늘을 바라보니 구름 한 점 없는 제주 겨울밤이 화면보호기로 틀어놓은 파노라마처럼 맑게 보였고, 그다음 날 이 창문 건너로 볼 동백나무 정원도 기대가 되었다. 이 창문 외에도 높은 천장이 심심하지 않게 여러 모양의 유리 창문들이 배치되어있어 풍경 보는 재미가 남달랐다.



다음날 아침에는 숙소 아주머니가 인원수에 맞춰 조식을 준비해주신다. 아주머니께서는 전날 안내받은 명수대로 음식을 준비하시기 때문에 나같이 안 먹겠다고 하고 다음날 먹겠다는 변덕스러운 사람들에게는 식사가 준비되지 않는다는 점은 미리 숙지하길… 그냥 배가 안 고파도 먹는다고 하는 게 맞다 (감사하게도 나중에 나에게 밥과 국을 주셨다). 여러 개의 반찬 - 파프리카 피클, 감자조림, 계란말이, 무말랭이, 두부조림, 시금치, 배춧국, 그리고 생선구이까지 - 과 정성스럽게 갓 지은 밥이 맛이 없을 리가 없다.



식당은 주인 부부가 머물고 있는 메인 빌딩과 연결되어있어 모던하면서도 아기자기한 아이템들로 잘 꾸며져 있다. 감각적이게 잘 꾸며진 내부 인테리어를 누가 어떤 아이디어로 디자인했는지 여쭤보니 주인아주머니가 굉장히 자랑스럽게 본인 스스로가 다 하신 거라고 하셨다. 70세를 넘겼다는 이 주인아주머니의 세련된 감각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궁금했던 나는 아주머니의 과거가 -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 궁금했고, 그래서 질문했다.


주인 부부는 캐나다 밴쿠버에서 14년 동안 무역업에 종사하시다가, 패션 공부를 하고 싶어 하는 두 딸을 이태리로 유학을 떠나보내고 한국으로 귀국하여 계속 일을 하셨다고 했다. 그리고 얼마 뒤에 제주도로 내려와 이 본인의 주관대로 숙소를 건축해서 자기만의 노년을 멋지게 디자인하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아주머니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부엌 곳곳에 아주머니의 추억들이 보였다. 패션 공부한 딸이 엄마의 스타일과 요구에 맞춰 직접 제작해준 순면 앞치마, 각 나라에서 수집한 것 만같은 여러 찻잔들과 그릇들, 붉은색 컬러로 통일된 싱크대 호수와 냉장고 말고도 여러 인테리어 소품들이 여느 미술관보다 보고 배울게 많아 보였다.


뭐 어떤 광고비를 받고 쓰는 글이 아니라 나같이 숙소가 숙소 만으로 그치는 게 아니라 숙소의 편안함과 그 이상의 가치에 대한 경험을 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숙소를 추천한다 ☺️



https://www.instagram.com/oh_sewha/


120421

どようび

Jeju, Korea


#신혼여행기 #제주숙소 #제주집밥 #좋은인테리어 #제주세화리 #오세화제주 #감성여행 #감성숙소 #스테이폴리오 #조식


글보다 사진으로 함께 경험하고 싶다면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yjsdaniel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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