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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간일목 Jan 23. 2020

13. 열세 번째 편지

건축심문 #13

L. 13


to house



열세 번째 편지

#13



2020 새해 첫 답장과 질문을 보냅니다.



안녕하세요~~

모두들 잘 지내시지요?

지난번 질문의 논란에 심심한 사과를 드리며... 올해 첫 답장과 질문을 보내드립니다. 

조금 급하게 적었지만 틈을 내어 답장을 보내드립니다~~

올해는 좀 더 자주 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 만약 이저우 이집의 소유권이 삼간일목에게 있고, ‘저집의 거주자(소유자)를 선택하여 같이 살 권리가 있다면(물론저집은 소유권은 거주자가 지불하고 가짐지인이나 가족들 중 누구와 함께 살고 싶으신가요만약 그런 누군가가 있다면 어떤 방식으로 공간을 구성하고 싶은지 궁금합니다아주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세요건축알못(예비건축주)들이 들어도 다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쉽게.ㅋㅋ"


같이 살 사람을 선택할 수 있는 선택권이 주어졌다면...이라는 상상을 해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재미있고 즐거운 고민입니다. 혼자보다는 둘이 낫지만 또 간혹 혼자이고 싶을 때가 있는 게 삶이겠죠. 우선 가까이 그것도 자주 마주치거나 함께 나누어 써야 하는 공간이나 일상이 어쩔 수 없이 주어지는 듀플렉스라는 주거 형식에서는 같이 지낼 가족에 대해서 무척 신중해질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친한 사람이나 친인척이 우선 떠오르지만 또 너무 간격이 가까우면 적당히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오히려 더 나은 관계 유지라는 측면의 함정도 존재할 것 같아요.

소규모 공동체 주택이나 공유주택에서도 거주자에 대한 선별이나 심사가 꽤나 까다로운 걸로 알고 있습니다. 같이 산다는 장점과 의미 그리고 가치에 있어 우선시 되어야 할 점이나 규칙과 의무에 대한 사전의 이해와 각오가 없다면 사실은 득보다는 실이, 또는 같이 살아가야 할 이유가 없어질 터입니다.

그래서 같이 살 사람을 정하기 이전에 나는 같이 사는 것에 익숙한 사람인가? 또는 같이 살 준비가 되어있는가? 또는 함께 나누며 부대끼더라도 나 스스로의 여유나 충분히 그 가운데에서도 자유롭고 후회하지 않을 수 있는가 라는 질문을 스스로 던져보게 됩니다.

며칠을 고민하다가 아내에게 질문을 던져 보았습니다. 살짝 당황하다가도 꼭 그래야 한다면, 첫 번째는 친정부모님, 그리고 두 번째는 동생(처제)네 가족, 그리고 마지막으로 친한 친구네 가족이나 첫째 아이의 친구네 가족 정도 순으로 말해주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좀처럼 결정하기가 어려워 계속 고민만 하였습니다.

부모님이나 친지랑 같이 산다면 좋을까? 부모님이야 늘 가까이에서 모시고 싶은 욕심은 있지만, 상황이 허락하질 않을 것 같고, 처제네는 같이 살아도 좋을 것 같지만... 그리고 친한 친구네는.... 적당한 거리를 두었을 때 좀 더 생기 있는 관계일 수 도 있는데.... 여하튼 많은 고민이 됩니다. 우선은 교육환경이나, 직장 등 여러 가지 조건이 우선일 수 있는데 그러한 것까지 고려하면 너무 힘들기 때문에 단순히 같이 살 한 가족을 곰곰이 떠올려 봅니다. 서로에게 도움도 되고, 또 서로에게 간섭이 아닌 선택적 공유가 잘 이루어질 수 있는 가족, 또 같이 있어 부담이 되지 않을 가족..... 누가 있을까요? 가깝다는 건 그만큼의 의무감도 함께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제 주변에서 한 가족을 찾아본다면....


음....


굳이 말하자면 집 씨네 같은 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유는 우선 새롭게 관계를 맺고 알아가며, 친구 같은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기존의 가족과 친구는 그동안의 추억이나 막역함으로 우선은 편하겠지만, 어쩌면 그 추억이나 친함을 잘 보전하는 게 우선일 듯합니다. 하지만 집 씨네 같은 경우는 새롭게 알아가는 친구사이일 뿐 아니라, 서로에게 좀 더 많은 영향을 주고받으며 삶에 있어 새로움과 나눔의 가능성이 클 것 같아서입니다. 

그간의 믿음과 신뢰(건축주로서 그리고 이제는 형, 동생으로서 몇 년간의 소통을 통해서 이루어진 관계)를 바탕으로 새롭게 알아가기 시작하는 사람과 같이 살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구체적으로 떠오른 가족은 우선 집 씨 네입니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창조적인 작업을 하시는 분이면 좋을 것 같아요. 건축주들 중에서 그림책 작가나, 공방, 빵집 등을 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건축가와 건축주의 관계이기는 하지만 그러한 사람들과 옆에 같이 살면 참 좋을 것 같아요. 욕심일까요? 아무튼 가능하면 무언가 생산적이거나 창조적인 활동을 공유할 수 있으면 더없이 좋을 듯합니다. 


ㅋㅋ 이번 질문은 참 재미있고, 어렵네요.. 같이 산다는 문제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고민해보긴 처음이지만 앞으로도 좀 더 꾸준히 고민을 해봐야 할 문제 같습니다.


그리고 공간의 구성은 사실 구체적인 가족을 정한 상태가 아니어서 쉽게 말씀드리긴 어렵지만 가능하다면, 1층 전체가 공유공간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공유 주방, 카페, 목공방, 공부방, 공유 서재(작은 도서관), 게스트룸 등이 있고(가능하면 통합해서 다용도로 쓸 수 있도록 구성), 2층에 각자의 테라스랑 프라이빗 주거공간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두 가족 식구가 대략 8명을 기준으로 했을 때 작은 공동체였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1층은 늘 함께 해도 좋을 열린 공간이었으면 좋겠고, 2층의 테라스와 내부 공간은 가족만의 공간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1층 공간 앞에는 작은 마당과 공동 텃밭이 꼭 있어야 할 것 같고요... 1층에서는 늘 공동생활이 이루어지고, 원할 때 2층으로 올라가서 독립된 공간을 누리는 형식이 될 것 같습니다. 물론 2 가족뿐 아니라 3~4 가족의 구성도 가능할 것 같아요..ㅋㅋ 


(예전에 일본 주택에서 이와 약간 유사한 구성을 본 적이 있는데.. 1층엔 거실 부엌이 있고 2층에 방이 3개 있는데.. 각각 거실이나 복도에서 전용 계단으로 연결되어 있었던 구성이 참 신선했었어요.. 2층에서의 방들은 서로 연결되지 않아요..) 


답변이 좀 부족해 보이지만, 여기까지 입니다.ㅠㅠ



2020 문호리에 설계 중인 삼간일목 계획안



내일이면 설날 연휴가 시작되네요.. 고향으로 내려가기 전에 다시 한번 가족에 대해서 생각을 해봅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논란을 잠재울 얌전한 질문 하나를 또 보내드립니다.


건축 심문이라서 건축에 관한 질문을 하나 드립니다. 

신입사원 면접 볼 때도 꼭 여쭤보는 질문인데. 




" 국내, 국외를 구분하지 않고 가장 좋아하는 도시나, 건축물 또는 공간이나 장소 하나만 말씀해 주세요~ 이유나 느낌을 덫붙이셔도 좋아요~"


음력으로는 아직도 새해가 아니네요.. 즐거운 설날 되시고~ 다음번 편지에서 또 뵐게요~~


새해 복 많이 지으세요~!!


ps) 저는 삼간일목의 모티브가 된 외갓집의 툇마루를 가장 좋아합니다. 나중에 만나서 같이 이야기해요~ 


2020.01.23


권현효


삼간일목



cf) 이집저집우리집의 건축 이야기 : https://brunch.co.kr/@samganilmok/34


이 글은 삼간일목에서 설계한 "이집저집우리집"건축주가 3년여를 살아오면서 느끼는 집에 대한 이야기들 그리고 건축과 공간 사람에 대한 마음의 질문들을 동등한 입장에서 건축가가 건축주에게, 건축주가 건축가에게 묻고 답하는 편지의 내용입니다. 우리들은 이 편지의 솔직한 물음을 "건축심문(建築心問)"라 부르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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