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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간일목 Mar 26. 2020

17. 열일곱 번째 편지

건축심문 #17

 L. 17


to house



열일곱 번째 편지

#17



답신을 보냅니다.


안녕하세요~~ 

이저우 식구들 모두 무탈하시지요?

코로나로 인해 봄인데도 봄 같지 않습니다.

그래도 봄은 봄인가 봅니다. 늘 새 봄입니다.

어려운 마음들 속에서 겨우겨우 답신을 보냅니다.




열여섯 번째 편지의 이저우 질문

       

“선택하신 건축가(막내 직원)에게 1page 건축 의뢰서를 작성해서 보여주세요. 가족 구성원 소개 / 각 구성원이 집이나 공간 구성에 대해 바라는 점 / 현재 살고 있는 집에서의 삶과 새로운 집에서 그리고 싶은 삶이나 동선 등을 정리한 글을 건축가에게, 또 저희에게도 보여주시면 좋겠습니다. 필수조건! 꼭 가족들과 함께 상의를 해보신 후 작성해 주십시오. ‘지금 집을 짓는다면 어떤 집을 짓고 싶은지, 원하는 게 무엇인지’ 함께 의논해 보신 후 작성해 주십시오.”     


꼭 가족과 상의 후 자유로운 형식의 글로 작성해주세요.     

건축가들이 예비건축주 혹은 건축주들에게 항상 처음 요구했던 그런 글들처럼.^^     




이번 질문은 도저히 답을 할 수가 없네요.. 음... 뭐랄까? 구체적인 집 짓기를 결심하지 못해서인지 아니면, 늘 작업을 하면서 제가 요구했던 것들을 스스로에게 물어보고 누군가에게 공개적으로 보여드린다는 게 어색하기도 하고, 또 걱정도 되고,,, 뭐 그렇습니다. 아마도 일단은 땅을 구입해야만 가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제가 아닌 다른 건축가에게 의뢰하려면... 설계비도 알아야 하고요.ㅋㅋ 아무튼 이번 질문은 송구하게도 패스를 하고, 잘 보관해두겠습니다. 정말로 제가 집을 지을 때가 되면, 가족들과 상의한 결과를 보내드릴게요... 가능하면 3년 이내 면 좋겠네요ㅠㅠ     



“ 건축업계에서 최근 가장 핫한 공법이나 소재 등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그중에서 특히 주택에 적용하면 좋을법한 것이 있다면 추천해주셔도 좋습니다.”


결국 대안으로 보내주신 질문에 대해  말씀드릴까 합니다.     


건축업계에서 최근 가장 핫한 공법이나 소재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사실 저는 그렇게 핫한 공법이나 소재를 많이 알지는 못해요.. 그렇지만 재가 아는 범위에서 만 말씀드리면 두어 가지 정도가 있어요. 언제나 그렇듯 새로운 공법이나, 좋은 자재는 늘 일반화되고, 대중화되기 전에는 성능이나 장점은 많지만 가격적인 면에서는 늘 선택이 어려운 것들이 많아요. 그래서 건축은 언제나 선두주자들이 있고, 또 그 선두주자들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실효성 그리고 합리성의 검증이 이루어졌을 때 수많은 후발 주자들이 따라가는 형국입니다. 그만큼 삶과 생활에 있어 매우 중요한 선택의 요소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우선 건축의 공법에서는 구조에 관련된 것인데.. 일반적으로 콘크리트조, 철골조, 목구조 정도가 있는데. 콘크리트조에서는 프리캐스트 콘크리트라고 벽체나 계단 등을 공장에서 제작하고, 현장에서 조립하는 공법이 유럽에서는 많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우리나라도 차츰 그렇게 나아갔으면 합니다. 이와 유사하면서도 좀 더 포괄적인 개념이 프리패브 공법이 있는데. 콘크리트뿐 아니라 목조주택의 경우에도 공장에서 사전제작 후 현장에서 조립하는 공법이 있습니다. 그만큼 정밀도가 높고 공기가 빠르며 현장이 깨끗한 많은 좋은 부분이 있지만, 현장에서의 변경이나 조절은 어렵다고 봐야 합니다.     


신소재, 신공법은 아직은 거의 일반적이지만, 제가 요즘 관심이 있는 공법은 CLT(Cross Laminated Timber  ) 공법입니다. 유럽에서는 이미 고층 빌딩도 (40층 이상) 목구조로 짓고 있습니다. 이러한 구조를 가능하게 만든 것이 CLT공법입니다. 건조된 목재를 격자로 접착해서 하나의 솔리드 한 벽체를 만들어서 마치 나무로 된 콘크리트 벽 같은 벽식구조를 만들었다고 보면 됩니다. 거기에 나무기둥과 보를 첨가하여 구조적인 문재를 해결하고, 수직적으로 다층구조를 가능하게 합니다.     


결국 유럽은 지구온난화 방지와 친환경 건축의 두 축을 위해 건물 전체를 목재로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목재는 탄소제로 소재이며 친환경 재활용 소재입니다. 생에 주기 동안 흡수한 CO2가 폐기나 연소 시 발생하는 CO2의 양과 같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다들 나무 참 좋아하잖아요? 결국 콘크리트가 사라지고, 건물의 구조와 내부가 전무 나무가 되면서 진정한 나무속에서 거주하게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도시 전체를 목질 화하고, 또 계획 조림을 통해서, 영구적으로 목재를 생산하는 시스템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소재는 미네랄울 또는 락울이라고 무르는 암면입니다. 친황경 재료이고, 석유를 사용한 유기계 화합물이 아닌 무기계 재료여서, 불연재료이면서도 밀도가 높고, 우수한 단열성을 갖는 단열재입니다. 물론 투습도 가능하고요.. 그래서 요즘 점차 목조주택의 외단열재로 많이 사용하기 시작한 재료입니다. 주택에 적용하면 좋을 것 같아요. 아직은 좀 비싸지만 그래도 해볼 만합니다.     






이번에 답장을 쓰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답장의 간격도 조금씩 늘어나고, 또 이러한 방식의 질문들이 글로서 편지로서 적당한지... 또 공개되는 양상이라서 서로의 질문들이 일정한 방향으로 잘 가고 있는지 걱정이 되기도 하네요.. 어느덧 숙제처럼 자꾸만 미루고, 부담이 되고 이 있는 것 같기도 하네요. ㅠㅠ

그래서 이번에 저도 두 가지 질문을 드립니다. 하나는 보관해두시고, 하나만 답해주시면 됩니다.     


" 1. 원래 드리려던 질문. 앞으로 15년 후 대략 60세 즈음의 삶의 모습에 관해서 상상해보면 어떨 것 같을 까요? 대략 어디쯤 어떤 집에서 어떠한 일상을 보내고 있을까요? " 


50대를 지나서 60대쯤이 되면 삶의 방향이 많이 다르지 않을까 하네요... 젊음의 꽃들도 차츰차츰 열매를 준비하고,, 또 삶의 겨울이 오면 푸른 잎 들도 내려놓아야겠지요... 바람이나 희망에 가까울 수 있지만... 한 번쯤 상상해보면 좋을 듯합니다. 


간략하게 적어주시면 됩니다.     

      

" 2. 건축 심문의 질문들과 앞으로의 방향에 관한 의견을 주시면 좋겠습니다. 질문의 범위나 일관성 또는 건축 심문의 목적과 목표에 관해서... 그리고 브런치에 꼭 올려야 하는지.. 뭐 아무거나 좋습니다."               




모두들 늘 건강하시고, 또 놀러 갈게요~~~ 

담에는 우리 식구들과 다 같이 저녁에 고기와 맥주를....(대가족)ㅋㅋ


서울에서  올림.




2020.03.26


권현효


삼간일목



cf) 이집저집우리집의 건축 이야기 : https://brunch.co.kr/@samganilmok/34


이 글은 삼간일목에서 설계한 "이집저집우리집"건축주가 3년여를 살아오면서 느끼는 집에 대한 이야기들 그리고 건축과 공간 사람에 대한 마음의 질문들을 동등한 입장에서 건축가가 건축주에게, 건축주가 건축가에게 묻고 답하는 편지의 내용입니다. 우리들은 이 편지의 솔직한 물음을 "건축심문(建築心問)"라 부르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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